[환경톡톡] 동해 석유·가스전과 탄소중립

가스 산업 수명 연장, 재생에너지 전환에 역행하는 퇴보 정책 

2024-06-30     편집국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류나연

[환경일보] 윤석열 대통령은 6월 3일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기후환경단체들은 탄소중립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는 것,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실제로 시추가 됐을 때 국가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정부가 물리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한 탐사 자원량은 최소 35억 배럴(5561.5억L), 최대 140억 배럴(22246억L)이다.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약 2200조원)에 달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라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2050년 석유 가격은 74%, 가스 가격은 66% 하락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단 시추 시행 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심해 해저에 1개의 시추 구멍을 뚫는 데에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산업부는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투자 비용을 정부의 재정 지원, 석유공사의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 메이저 기업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탐사 시추를 통해 매장 여부를 실제로 확인하고 사업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생산에 들어갈 수 있는 시점은 2035년으로 추산되고, 성공 확률은 약 20%에 불과하다.

앞서 우리나라는 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를 발견해 11번의 시도 만에 시추에 성공해 가스를 생산했지만, 개발 초기의 기대에는 못 미친 채 마무리한 바 있다. 1998년 발견된 동해 가스전은 수심 150m 안팎의 대륙붕에 위치한 것에 반해 이번 석유·가스전은 수심 1000m 이상의 심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실제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시 땅속으로 2000m 이상 들어가야 한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에 따르면, 예상 탐사 자원량을 실제 채굴해 사용할 경우 47억7750만톤(t)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는 2022년 한국의 국가 총 탄소 배출량의 7.3배이자, 남은 한국 탄소 예산(인구 비례 기준)의 1.4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 세계가 탈탄소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화석연료의 수요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던 국내 산업계는 이번 동해 가스·석유전 발표로 방향성에 혼란을 겪을 것이다. /사진=환경일보DB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 약 7~10년이 소요되고, 생산기간은 약 30년이라고 말했다”며 “정부 계획대로라면 2060년 이후까지도 화석연료를 채굴하게 된다. 이것은 법률로 규정한 2050년 탄소중립 규정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CCS(탄소 포집 및 저장)는 당장 온실가스 저감이 어려운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저장 분야 중 해양 지중 저장 방식을 채택했고 생산이 끝난 동해 가스전을 저장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동해 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오는 2030년까지 울산 등에서 포집된 연간 12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천연가스 채취가 완료된 동해 가스전 지중에 저장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현재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실시된 단계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CCS 기술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 대신 원유를 뽑는 공법에 활용되면서 제대로 된 탄소 저감 기술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IEEFA(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는 CCS 기술이 온실가스 저감 효과 대신 석유, 천연가스 산업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포집된 CCS가 온전히 저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봤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7곳 중 2곳을 호주 업체가 이미 분석을 마쳤고,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사업을 철수했다. 더해 석유∙가스전 개발 탐사 자료를 정밀 분석한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 선정 과정과 석유·가스전의 경제성 등에 대한 의구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도 하다.

전 세계가 탈탄소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화석연료의 수요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던 국내 산업계는 이번 동해 가스·석유전 발표로 방향성에 혼란을 겪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CCS 또한 친환경 관련 사업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재생에너지 대비 감축 잠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대신 화석연료 산업에 CCS를 덧붙여 산업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과 주가를 운운하며 화석연료 투자를 조장하는 것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역행하는 결정이지 않을까.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류나연 helloimny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