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설픈 지자체 환경행정이 국민 생명 위협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석좌교수

2024-07-02     편집국
이창석 서울여자대 생명환경공학과 석좌교수

[환경일보] 서울의 동북부에 위치하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노원구 중랑천에 가보면, 이곳이 하천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시설들이 들어차 있다. 하천 주변의 간선도로를 넘어 아파트가 주로 위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사 현장에서 파내는 흙을 보니 물의 흐름이 깎아 낸 토양이 쌓인 충적토였다(자료1).

이곳이 본래는 하천의 범위였다는 증거다. ‘노원’이라는 명칭도 너른 갈대밭을 의미한다. 이는 중랑천의 공간적 범위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다르고, 특히 훨씬 넓었음을 반영한다.

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현상이 빈발하는 요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수량은 조금 증가했지만 강우 빈도는 낮아졌다.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고 있는 선진사회에서는 원래의 하천 폭을 회복하는 것을 하천복원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자료2). 그들의 하천 복원 및 관리에서는 통수단면을 늘려 기후위기 시대에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우리의 중랑천은 그러한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다.  

[자료1]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마들체육공원 조성 시 파낸 흙. 충적토로 이뤄져 이곳이 중랑천의 일부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사진=이창석 교수

성숙목의 키가 30미터가 넘고 하천변식물과 달리 줄기의 유연성은 크게 떨어지는 메타세쿼이아가 여기저기 심어지고 있다(자료3). 이 하천에 어울리지 않는 미루나무와 이팝나무도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축제를 위한 부대시설물도 만만치 않게 도입돼 있다. 장미축제를 하겠다고 수로 변에까지 장미꽃밭을 만들었다(자료4). 인공구조물도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파크골프장, 체력단련시설, 농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이 들어서거나 그 높이가 10m도 넘는 망을 씌운 테니스장과 풋살장까지 여럿 들어서 있다(자료5).

[자료2] 선진사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하천 복원. 하천 본래의 공간적 범위(room for the river)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료제공=이창석 교수

기후위기 시대 홍수 피해 대책 무시한 무질서한 하천 이용

“궁평 지하차도 침수사고 교훈 삼아 하천 관리 개선해야”

기상청에서는 올여름 폭염과 함께 폭우가 심할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폭염은 이미 시작돼 있다. 그런데 하천이 이렇게 인공시설로 덮이게 되면 하천이 발휘하는 기후 완화 효과가 크게 축소돼 폭염을 부추길 것이다.

[자료3] 중랑천 변에 심어진 메타세쿼이아. 키가 크고 줄기의 유연성이 떨어져 홍수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그 주변으로 많은 농작물과 화훼작물이 심어져 있는데 이들도 홍수 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사진=이창석 교수

그뿐만이 아니다. 홍수가 지나간 자리를 가보면 엄청난 쓰레기가 쌓여 있다. 중랑천에 그릇되게 도입된 각종 식물과 인공시설이 이러한 쓰레기와 엉키게 되면 가뜩이나 축소된 통수단면이 더 줄어들면서 홍수피해를 키울 것이다. 이러한 국토훼손 사업을 경쟁적으로 벌이는 지자체장들은 홍수가 났을 때의 하천을 꼭 한번 방문해 보기를 권장한다. 특히 만수위를 이뤘을 때 지금의 통수단면이 지속가능한지를 꼭 한번 챙겨보기 바란다.

[자료4] 중랑천 변에 심어진 미루나무(위 왼쪽). 키가 크고 줄기의 유연성이 떨어져 홍수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 그 밖에 장미축제를 위해 장미가 도입(위 오른쪽)돼 있고, 다양한 농작물까지 재배되고 있어 이곳이 하천인진 의문이 들 정도다. /사진=이창석 교수

2년 전 충북 청주에서 일어난 궁평 지하차도 참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 법조계는 궁평 지하차도 침수사고 원인을 지자체의 재난발생 당시 대비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좀 더 긴 안목으로 평소의 하천관리 실태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궁평 지하차도의 위치는 공간적으로 범람한 미호강의 범위에 포함된다. 그리고 미호강의 범람원인은 하천 폭 축소, 하상관리부실 그리고 인공시설 도입으로 인한 통수단면 축소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파크골프장 건설을 위해 도입된 산림수목, 무분별하게 설치된 간판, 야영을 위해 도입된 텐트를 비롯한 시설 등이 통수단면을 줄여 가져온 참사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고발생의 원인을 찾고 그러한 원인을 제공한 자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자료5] 중랑천 변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체육시설을 비롯한 다양한 인공시설. 모두 홍수 시 홍수 소통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구조물들이다. /사진=이창석 교수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말아야겠지만 지금 중랑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질서하고 무분별한 하천 이용 모습은 큰 참사를 부른 미호강의 모습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렇기에 조만간 닥쳐올 홍수가 두렵게 느껴진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것에 기초한 책임을 물을 때 무책임하고 수준 낮은 환경행정을 벗어나 선진 환경행정을 이뤄 내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