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톡톡] 정유업계와 탄소중립은 양립할 수 있나?
기업-정부, 저탄소 공정을 위한 새로운 기술 도입과 정책 마련 필요
[환경일보] 기후변화 문제를 막기 위한 화석연료 사용량 감축은 전 세계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사안 중 하나이다. ESG 경영이 기업을 평가하는 지표가 된 만큼 기업은 이익을 거두기 위해 환경 정책 및 규제에 따라 사업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23년 12월 2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개최됐다. 이번 COP28에서 처음으로 국가들은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또한 COP28 의장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OGDC(Oil and Gas Decarbonization Charter)를 발표해 기후 행동 가속화와 석유 및 가스 부문 전반에 걸친 영향력 행사를 약속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40% 이상을 대표하는 50개 기업이 OGDC에 서명했으며, 그중 60% 이상이 국영 석유 회사에 해당한다. 서명자들은 2050년까지 넷제로 운영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루틴 플레어링 종료와 상류 메탄 배출량을 0에 가깝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과연 정유업계는 어떻게 이를 실현할 수 있을까?
친환경 경영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긴 하나, 아직 우리는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서 있다. 따라서 정유업계가 당장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며, 이른 시일 내에 지속 가능한 사업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유업계는 다음 방안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데이터 기술의 활용이다. 올바르게 구현된 데이터 분석 시스템과 도구를 통해 수익 창출과 함께 낭비, 사고 및 병목 현상을 줄여 생태학적 영향을 경감시킨다. 또한 클라우드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운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및 분석함으로써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또한 정유업계는 석유 생산 공정에서 매일 활용되고 있는 수억 배럴의 물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고 박테리아 오염 물질을 중화하기 위해 여과 산화 방법과 수처리 방법을 개선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첫 단계에서부터 담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공정의 개발이다. 정유업계는 석유‧가스 생산 시 누출되는 메탄을 관리함으로써, 대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경감시킬 수 있다. 이에 더해 최근 폐유를 디젤 연료로 변환하는 소규모 폐유 미세 정제 시설을 활용해 연료 생산과 동시에 저렴한 석유 처리가 가능해졌다.
마지막으로, 화석연료의 반대 개념으로 여겨지던 재생에너지 확보 및 활용을 확대하려는 정유업계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특히 바이오연료를 중심으로 대체 연료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기존 정유업계가 가지고 있던 지식과 인프라를 활용한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사업이 기대되는 추세이다.
2022년 산업부가 발표한 ‘정유업계 2050 탄소중립 기술 개발 로드맵(2021)’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의 탄소중립 기술은 탄소중립의 기본 방향에 따라 기존의 공정에서 원료를 대체, 공정의 효율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온실가스 제거를 위한 포집 과정 등을 포함한다. 에너지, 공정의 효율화 부문은 민간 정유기업들이 주도해 실현할 예정으로 밝혀졌다. 고효율 열교환기, 저온 폐열 회수, 고효율 전력기기, 스마트 플랜트, 고효율 정유 화학 전이 공정 기술 등이 포함되며, 현재 가장 빠르게 실행되고 있는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 기업 차원에서 주도하는 또 다른 기술로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하는 합성 원유 제조 기술, 바이오 연료 생산 기술 등이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대표적인 부문은 무탄소 연료의 전환과 이산화탄소(CO₂) 포집, 활용, 저장에 해당하는 CCUS 기술이다. 정부는 정유 공정에 암모니아의 연소와 분해 기술, 수소 연소와 같은 무탄소 연료 제조 기술을 적용하고자 계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정유 공정 맞춤형 CO₂ 포집 기술 및 저장 기술과 정유 공정배출 CO₂ 활용 정유 제품 생산 기술 등 정유 공정에 맞는 CCUS 기술을 도입하고자 했다.
공정에서 CO₂를 직접 포집해 제거하거나, 연료 자체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들이 주는 영향이 탄소중립의 실현에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유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민간 정유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탄소중립 및 ESG 경영 환경 부문에서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항공유 시장에서 사용량이 빠르게 확대 중인 지속 가능 항공유(SAF)는 석유가 아닌 동식물성 바이오 기름 또는 생활 폐기물을 활용한 원유에서 추출해 기존 화석연료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을 80~90% 줄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비행기 연료는 고밀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전기 배터리의 대체가 어려워 항공유의 사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 항공유의 사용이 유일한 방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정유업계는 탄소중립과 가장 거리가 먼 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하는 세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분에서의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환경 부문에서는 기존의 공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거나, 없애는 기술뿐만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 산업에 투자해 친환경적인 정유산업을 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정유업계가 미래에 진정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 모두의 저탄소 공정을 위한 새로운 기술 도입과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정유업계와 탄소중립이 공존할 수 있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이지혜 leejh372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