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경 텍사스 A&M 대학교수
“데이터 기반 통합 관리로 하구·연안 생태계 보호해야”

기후변화로 하구·연안 생태계 피해 불가피··· 피해 예측·예방 나서야
지속적인 관리, 데이터 수집 위한 장기적 정책 수립 및 데이터 공유 강조

2024-07-17     박준영 기자
박경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 해양학과 교수는 체서피크만의 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대한민국의 연안과 하구에 적용할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미국의 체서피크만(Chesapeake Bay)은 미국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에 걸쳐 있는 넓은 해안만으로, 길이가 약 320km에 달하며 1만1600㎢ 이상의 면적을 차지한다. 체서피크만은 미국 동부의 중요한 수역 중 하나로, 생태적, 경제적, 역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다.

미국은 이러한 체서피크만을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970년대 말부터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여러 주 정부가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오염물질 감소, 서식지 복원, 수질 개선 등을 목표로 하며, 과학적 연구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나라의 연안과 하구 또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중요한 생태계다. 이곳은 어업 활동과 관광업의 중심지로서 경제적으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이곳의 생태계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환경일보는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해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경 교수에게 체서피크만의 관리 시스템 운영과 우리나라 연안·하구에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요소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Q. 간단히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현재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해양학과 교수로 있다. 텍사스 A&M 대학교에 오기 전에는 사우스 앨라배마 대학교와 인하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공학 학사 학위와 해양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주로 연안 해양학으로, 물리 해양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연안과 하구에 관심이 많아 이 지역의 다양한 생태계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 수치 모델링을 통해 물의 흐름과 그 안에 포함된 물질들의 이동을 연구하는 중이다. 이러한 연구는 부영양화, 무산소증 및 해양 생물자원의 움직임 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Q. 기후변화로 인한 연안·하구의 위협 요소는 무엇이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관리 전략은 무엇이 있을지

기후변화는 여러 가지 위협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닷물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여러 가지 영향이 나타난다. 여름철에 무산소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수온이 높아지면 물속 산소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인데, 이는 수온이 올라가면 물속 생물들의 신진대사율이 증가해 산소 소비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온이 낮아질수록 물이 산소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어 겨울철에는 무산소증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수온이 상승하면 무산소증의 발생 기간이 길어지고, 발생 해역도 넓어지게 된다.

또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연안 침식이 심화하고 바다와 육지 사이의 모래 이동이 줄어드는 문제도 발생하며, 이에 따라 연안에 있는 구조물과 생태계가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위협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인간 활동 간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며, 개발 속도를 늦추고, 자연이 스스로 복원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지역 해역마다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천천히 개발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지속 가능한 개발과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Q. 연안·하구 관리 시스템 중 미국의 체서피크만의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1만1600㎢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체서피크만 위성사진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체서피크만의 관리 시스템은 세계에서 매우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다른 관리 시스템 체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장 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서피크만 관리 프로그램은 1970년대 말에 시작돼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으며, 이 기간에 많은 자원과 연구가 투자됐다.

체서피크만 관리 시스템은 연안과 하구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이 시스템은 오랫동안 축적된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현재 체서피크만 프로그램은 미국 의회에서 한시법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속해서 연장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체서피크만 관리 시스템을 미국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예시다.

이러한 이유로 체서피크만의 관리 시스템은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연안과 하구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Q. 체서피크만의 관리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의 연안·하구 관리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며, 체서피크만의 관리 시스템을 한반도 연안·하구에 적용할 수 있나

한국의 연안과 하구는 서해, 남해, 동해가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 관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서해는 조차가 크고 동해는 조석이 거의 없으며, 남해는 그 중간의 특성을 가지며 만(bay)이 많다. 이러한 자연적 특성으로 인해 한국의 연안과 하구는 자연적인 세팅과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로 관리 자체가 쉽다.

그러나, 한국의 연안 하구 관리 시스템의 가장 큰 약점은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체서피크만의 관리 시스템은 거의 1970년대 말에 시작돼 4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해서 운영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일관성, 연결성, 지속성이 뛰어나며, 이러한 지속적인 관리가 성공의 핵심이다. 반면 한국은 프로젝트가 단기간에 반짝했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의 단절이 발생하고, 이러한 비일관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의 연안·하구 관리 시스템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며, 체서피크만의 관리 프로그램처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관리와 QA/QC(품질 측정,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Q. 데이터 기반의 통합 관리가 연안·하구 생태계 보호와 환경 관리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데이터 기반의 통합 관리는 연안·하구 생태계 보호와 환경 관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다양한 변수와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QA/QC 과정을 통해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체서피크만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모델링은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는 정부, 학계, 환경단체, 기업 등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연안 하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인 데이터 축적을 통해 환경 변화의 패턴을 분석하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체서피크만의 경우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된 웹사이트를 운영해 누구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인도 환경 관리에 참여할 수 있으며,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지원한다. 한국도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 기반의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의 통합 관리는 또한, 적조 발생과 같은 환경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적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지역을 파악하고, 사전에 조처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접근은 단기적인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환경 관리와 생태계 보호에 필수적이다.

Q. 연안·하구 관리에서 지역사회와 주민의 참여, 학계, 정부 간 협력을 강조한 이유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나 해결해야 할 장애물은

체서피크만 프로그램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프로그램으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독립적인 기구로 발전해 다양한 기관과 단체가 협력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참여해 관리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체서피크만 프로그램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지역사회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다. 체서피크만 파운데이션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관리 시스템의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이러한 참여 구조는 정책 결정자들이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게 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낸다.

이러한 협력을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먼저 투명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체서피크만 프로그램처럼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들이 쉽게 정보를 얻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지속적인 교육 및 홍보도 중요하다. 주민들에게 연안과 하구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지속할 수 있는 관리의 필요성을 홍보하면 주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박경 교수는 체서피크만의 데이터 통합 관리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위해 투명한 정보(데이터)의 공유와 협력 네트워크 구축, 장기적인 정책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또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계, 정부, 시민단체, 지역사회가 정기적인 회의와 워크숍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정책의 신뢰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조언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해결해야 할 장애물도 있다. 첫 번째로 정책의 일관성 부족 문제다. 정권 교체 시 정책이 일관되지 않고 변화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데이터 관리의 문제다. 연안·하구 관리는 데이터를 정확하게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QA/QC 과정을 철저히 하고 데이터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해관계자 간 갈등 문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 기구를 운용하고, 모든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환경일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는 우리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지속 가능한 환경 관리를 위해 지역사회와 학계, 정부 모두가 협력해 노력해야 한다. 환경 보호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