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수도권매립지, 님비 문제가 아니다
30년에 걸친 폭탄 돌리기의 결말, 대체 부지 선정 실패
[환경일보] 2026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앞두고 대체매립지 공모가 벌써 3번째 무산됐다. 정부는 4차 공모 계획을 밝혔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자기 동네에 쓰레기장을 유치해 집값을 떨어뜨리겠다고 자원할 사람이 있을까? 표심에 민감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만큼이나 대체 매립지 조성 전망은 어둡다.
현재의 수도권매립지는 인천 서구에 있지만, 조성 당시에는 경기도 김포에 있었고, 주위는 허허벌판뿐이었다. 반대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농사를 짓는 소수의 지역주민을 설득하는 작업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본래 김포시였던 수도권매립지 부지는 행정구역 개편과 함께 인천시로 편입됐고 허허벌판이었던 매립지 주위에는 신도시가 들어섰다.
매립지 사용 기한 연장을 위해 설득해야 할 상대가 소수 농민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자 대표로 바뀌면서 난이도가 수백배 상승했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모든 정치인들은 공약으로 매립지 사용 종료를 내세웠다.
1990년대 수도권매립지를 조성할 당시 비용 대부분을 부담했던 것은 서울시였다. 그러나 매립 기간 연장을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지분을 인천시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4대강 사업 당시 부지 일부를 매각한 대금을 꿀꺽하려다 혼쭐이 나 결국 토해낸 경험도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야 ‘내 돈 주고 산 내 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천시 입장에서는 “왜 서울 쓰레기를 인천에 버리느냐, 인천이 쓰레기장인가”라고 반문할 수밖에 없다.
매립지 사용 종료와 별개로 직매립 금지 규정이 2026년 1월부터 시작된다. 기존 종량제봉투 등을 통째로 묻었던 것이 금지되고 소각한 잔재만 묻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 수도권매립지에 쓰레기를 묻었던 3개 지자체인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모두 대체 매립지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난이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님비 현상 앞에서는 3개 지자체 모두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진작에 매립기한이 끝난 수도권매립지의 사용이 지금껏 이어진 것은 분리수거와 재활용으로 매립된 쓰레기의 양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와 경기도는 어떻게든 매립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협상을 벌였고,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환경부 역시 서울시와 경기도 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마지막 매립기한인 2025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또 매립기한을 연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가 슬금슬금 나오고 있지만, 그닥 현실성이 없다.
매립지 사용 기간이 끝날 것이라는 건 이미 30년 전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내 임기 동안에만 별일 없으면 돼”라는 심리로 30년 동안 폭탄 돌리기를 한 끝에 문제의 심각성을 마주하게 됐다.
문제의 핵심은 님비 현상이 아니다. 예견된 문제에 대해 대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환경부와 3개 지자체의 무능과 게으름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