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무열 한국임업진흥원 원장
“산림, 건강한 먹거리와 소득원이 되도록 미래가치 창출”

경제활동이 가능한 임업 활용··· 산주·지역민 소득 창출 방안 모색
경제림 중심 산림순환경영으로 국산 목재자급률↑, 온실가스 배출↓
국민 인식 전환, 임업인 소통, 산촌 이주 정책 매니저 역할 수행

2024-08-09     박선영 기자
최무열 한국임업진흥원장은 “산은 보호해야 하지만 동시에 산을 활용해 경제 활동이 가능하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박준엽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최근 산림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유림 산주는 전년 대비 3000명 증가한 220만명이었다. 산림청은 이 같은 데이터를 두고 매년 사유림 산주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사유림 경영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 숲을 조성하는 것만이 핵심 과제였다면 이제는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산주와 지역민 소득 창출에 기여하는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2월 임명된 최무열 한국임업진흥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산림이 임업인에게는 소득원으로, 국민에게는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휴양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은 보호해야 하지만 동시에 산을 활용해 경제 활동이 가능하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최무열 한국임업진흥원장을 만나 임기 중 사업 추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최무열 한국임업진흥원장은 “산림이 임업인에게는 소득원으로, 국민에게는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휴양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국임업진흥원

‘경제임업’의 구체적 실천계획 마련

Q. 올해 2월13일 제5대 한국임업진흥원장으로 임명됐다. 한국임업후계자협회장, 한국임업인총연합회장을 역임하며 “임업인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경제임업의 구체적인 실천계획 마련과 추진에 있어 임산업 분야의 여러 난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진행 중인 사업은 무엇인가

한국임업진흥원 미션은 ‘임업인의 산림소득 증대 및 임업인의 고부가가치 창출’이다. 비전은 ‘임업과 산촌의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임업 플랫폼’이다. 산림청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도 현장 임업이다. 이것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소득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규제 개혁과 법령을 정비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임업인 소득이 수산업의 68.2%, 농업의 73.5%에 그치고 있다. 실질적인 소득 향상을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국민들이 숲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다는 것이다. 산은 소득 창출이 가능한 자원이라는 인식보다는 보호해야 하는 자원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종이, 휴지 등 생활용품 대부분이 나무에서 온다. 국민인식 전환에도 한국임업진흥원이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임업진흥원은 임업이 소득이 될 수 있도록 임업현장과 고객 중심의 입장에서 8월 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산림이 임업인에게는 소득원으로, 국민에게는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휴양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청정 임산물 ‘K 포레스트 푸드’는 우리 산에서 자연의 힘으로 자란 건강한 먹거리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브랜드이다. 진흥원은 이 제품들이 대형 마케팅에 밀리지 않고 유통적인 측면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또한, 산을 지속가능하게 경영하는 것이 임업인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청정한 먹거리를 잘 전달해 시민들에게도 유익한 일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이제는 농장 프로그램에 문화가 더해져야 한다. 도시숲도 마찬가지로 정서를 채워 주는 프로그램 기획에 적극 나설 것이다.

휴가 시 바다를 많이 가지만 산도 휴가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63%인 630만ha가 산이다. 행정 구역상 산림면적의 비율이 70% 이상인 곳을 산촌이라 부른다. 산촌은 우리 국토의 43%를 차지한다. 산촌에 거주하는 인구는 2.6%다. 즉 국토의 절반가량을 국민의 2.6%가 쓰고 있는 것이다. 이를 지방소멸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도시보다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먹고 사는 것에 걱정이 덜하고 도시보다 나은 무엇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주소지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옮겨가는 일인 만큼 진흥원에서 이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임업인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한국임업인후계자협회,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경력이 도움이 될 것이다. 산림청 산하 관련 단체가 200개 정도된다. 그중 도시민들과 연계될 수 있는 단체들을 발굴해 나갈 것이며, 이들이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새로운 정착지가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더 모여들기 위해서는 성공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 진흥원은 산촌에 살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도시민들에게 생기도록 매니저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6월21일 충북 충주시 종자관리소에서 열린 산양삼 육성정책 간담회   /사진제공=산림청

Q. 취임 후 임산물 상품개발, 유통·판매 전략 마련 등 임업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에 기관 경영역량을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임산물 중에서 히트상품이 나오고 시장이 확대되려면 고객이 원하는 품목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법적으로 임산물소득지원품목에 등록된 임산물은 97개 정도다. 임산물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고 원물로 의약품, 화장품 원료, 또는 식품 원료로 공급하는 시스템 역시 부족하다. 이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이 시스템 속에서 임산물 농가 생산 히트 상품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산양삼 매출이 700억 정도 된다. 비공식적으로 거래되는 금액도 상당하다. 비공식 거래가 임산물 거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송이버섯처럼 산양삼 판매 등급을 만들어 제품을 믿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젊은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

Q. 국내 목재 시장규모는 46조 규모지만, 목재자급률은 15%에 불과하다. 탄소저장고로서 목재 활용과 산림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1년에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나무가 100그루라면 직접 생산해 잘라 쓰는 것은 15그루에 불과해 목재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산림면적 630만ha 중 1년 벌목량은 2만4000ha이다. 산은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 인식이 큰 원인이다.

한국전쟁 후 80% 산이 황폐화됐다.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산림녹화를 시작하면서 현재 30~40년대생 숲이 전체 산림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산림은 최대의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국내 산림의 이산화탄소 순 흡수량은 4560만톤(2018년 기준)이나 연간 순 흡수량은 감소 추세이다. 이대로 2050년이 되면 숲이 흡수하는 탄소량이 지금의 1/3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경제림 중심의 산림순환경영으로 국산목재 자급률을 높임으로써 목재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기여하고, 수확한 목재는 목조건축·목재가구 등으로 탄소저장고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 산림 사용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만들게 되면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될 것이다.

Q. 2018년 한국임업후계자협회 회장 재임 시 성공한 해외 임업인 지원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이를 현실에 맞게 보완·실행되도록 전문성 향상과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는데, 관련해 임기 내 진행 예정인 사업 계획이 있는지

과거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들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만의 산림정책, 산림 시스템, 산림 기반을 만들어 갈 시기다. 100년 후 우리 산림 모습을 그려 이것이 청사진으로 나와야 한다. 한국임업진흥원 사업 역시 그 방향을 지향한다.

3월13일 포항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 현장을 방문한 최무열 한국임업진흥원장 /사진제공=한국임업진흥원

Q.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으로 포항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장을 찾았다. 재선충병을 포함해 방제사업 관련 프로그램과 사업 계획은

소나무재선충병은 한번 걸리면 치료가 불가능하다. 무조건 베야 한다. 지자체 예산까지 포함해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지만 국민 인식 조사에서는 소나무가 존치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높다. 한국임업진흥원도 국민의 뜻을 수행하는 기관인 만큼 8월 조직개편을 통해 남부, 중부, 북부의 권역을 전담하는 3개의 현장조직을 새로 만들고 소나무재선충모니터링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무열 한국임업진흥원장이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작은 생활습관이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생활 속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목재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곧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것이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흡수하는 탄소에 더해, 탄소를 대규모로 발생시키는 플라스틱, 철강, 콘크리트 등의 소재를 대체해 얻게 되는 탄소 저감 효과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임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