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화·토지 황폐화, 보건 문제 넘어 세계 경제·환경에 악영향”
[국립산림과학원 2인 인터뷰] 최형태 산림생태연구과장, 박기형 산림생태연구과 임업연구사 최근 5년간 전 세계 토지 황폐화, 우리나라 국토 면적 50배 한국·중국·몽골, 사막화 방지 국제공동연구 및 기술성과 공유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7월2일 국립산림과학원에 모인 중국, 몽골, 대한민국 과학자들은 사막화 방지를 위한 국제공동연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사막화가 보건 문제를 넘어 토지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경제·환경·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이 자리에서 최형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과장은 “동북아시아 3국 사막화 방지 국제공동연구 논의는 학술적 연구 협력만이 아닌 사막화로 고통받는 지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 기술과 성과를 3국이 공유하는 것은 “중국, 몽골 입장에서는 사막화 방지 및 복원이 경제·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고 우리나라 역시 보건·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매년 황사 피해를 겪고 있다. 황사는 주로 봄에 발생하지만 보건·사회·경제적 피해는 연중 이어진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최근 5년간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50배에 달하는 토지가 황폐화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전 세계 사막화 지역이 지금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막화가 가속화되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역사회와 경제도 불안정해진다. 그 영향은 국경을 넘어 대륙으로, 또 해양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2021년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전 세계 정상들은 2030년까지 토지 황폐화를 막고 땅의 기능 복원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총회 참가국들은 “토지 황폐화와 산림 파괴를 일으키지 않는 무역·개발 정책을 촉진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최형태 과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해 조림사업이 시작되지만 근본적인 개선이나 저감 방법은 사막화를 만드는 사회나 경제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도국 경제가 발전하며 토지이용률이 높아지고 많은 자원이 필요해지면서 산림 벌채로 인한 황폐화 지역이 많아졌다. 기후변화로 대기가 건조해지고 가뭄이 발생해 토지 황폐화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최 과장은 “사막화, 토지 황폐화를 막는 노력이 각 국가별로 필요하고 그것이 여러 이유로 어렵다면 국제사회가 도와주는 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몽골의 경우 사막화, 토지 황폐화를 막기 위해 풀을 먹는 염소를 대체해 지역민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른 산업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산불 발생지역이나 산사태 지역도 직접적인 사막화 지역은 아니지만 토지 황폐화 지역에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매해 증가하고 있는 산림 재해, 재난으로 토지 황폐화가 진행 중이다.
박기형 산림생태연구과 임업연구사는 “토양이 여러 이유로 피해를 받는다거나 토양의 생산 능력이 저하되는 것들도 광범위하게는 토지 황폐화에 포함된다”며 “토지 황폐화가 진행 중인 지역에는 사막화 방지에 준하는 기술이 적용돼 수목이 식재된다. 대한민국은 산림녹화를 수십 년간 시행하며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많아 다양한 복원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어떤 방법을 채택할지 수자원, 토양, 식생 전문가들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형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장과 박기형 산림생태연구과 임업연구사 2인 인터뷰를 통해 사막화·토지 황폐화 극복을 위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막화·토지 황폐화, 전 세계 경제·사회적 비용 유발
피해지 복원사업 활용한 산업화·지역경제 활성화 연구 추진
Q. 각 국가별 사막화, 토지 황폐화 진행 상태가 환경과 경제,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지난해 10월24일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United Nations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은 126개국 토지 황폐화 현황 보고서인 ‘UNCCD Data Dashboard’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에서 최소 5억 ha(100만 ㎢) 이상의 건강하고 생산적인 토지가 황폐화됐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 국토의 약 50배에 달하는 규모다.
토지 황폐화가 가속화되면 지역사회와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생태계가 파괴된다. UNCCD는 전 세계적으로 토지 황폐화를 막을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황사는 사막화로 인한 대표적인 환경 피해다. 중국과 몽골에서 발생한 황사는 황사 발원지 주변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황사 바람은 중국 동쪽 공업지대를 지나며 각종 유해물질과 뒤섞여 우리나라에 초미세먼지를 유입시킨다. 초미세먼지는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최근 중앙아시아나 중국, 몽골 일부 지역에서는 황사뿐만 아니라 호수가 말라붙어 바닥에 침적된 고농도 염분과 모래가 섞인 소금 황사가 날려 주변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나무, 초본의 기공을 막는 등 식물 생존과 생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토지 황폐화는 전 세계적으로 지역 간 편차가 크다. UNCCD 보고서는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전체 토지 면적의 최소 20%가 심각하게 황폐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하라 사막 남쪽 아프리카 국가들과 서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은 세계 평균보다 더 빠른 속도로 토지 황폐화가 진행 중이다. 이들 지역에서 황폐화된 토지 면적은 지난 5년간 전 세계에서 새로 발생한 황폐지 면적의 약 70%에 달한다.
UNCCD는 현재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까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명시된 토지 황폐화 중립목표(LDN, Land Degradation Neutrality)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5억ha의 토지를 복원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우리나라 국토의 150배에 해당한다. 토지 황폐화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은 대단히 빈곤해지고 지역 경제는 붕괴될 것이다.
Q. 한국·중국·몽골 각 국가 연구자와 진행 중인 논의가 각국에 어떻게 적용될 계획인가
7월2일 개최된 한·중·몽 전문가 세미나를 통해 앞으로 사막화 방지뿐만 아니라 UNCCD의 주요 의제인 가뭄과 황사에 대해서도 동북아시아 차원에서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세미나에서 중국은 사막화 피해지 복원을 활용한 산업화에 대해 발표했다. 사막화 지역 태양광 설치를 통한 친환경 에너지 확보, 사막공원 조성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쿠부치 칠성급 호텔단지), 사막화 지역 도시 건설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다.
산림청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과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 사업을 진행해 왔다. 중국에서 수행한 대표적인 사막화 방지 사업으로는 2001~2005년 중국 서부지역 5개 성에서 실시한 한·중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청 등 우리나라에서 추진한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 완료지를 대상으로 중국 임업과학연구원 황막화연구소와 현장 모니터링 및 성과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그동안 중국 황막화연구소와 사막화 방지를 위해 중국 서부지역 등 사막화 방지 공동 조림사업지 모니터링 및 평가(10개소), 세계토지전망(GLO) 보고서에 공동연구 결과 수록(UNCCD, 2019, 2022), 한·중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 성과 간행물 발간(2022), 세계산림총회(WFC)에서 우리나라의 해외 사막화 방지 조림 성과 홍보(2022), UNCCD CRIC21(우즈베키스탄, 2023) 의제 발언 우수사례 소개 등을 함께 추진했다.
몽골은 세미나에서 현재 UNCCD 시범사업의 하나로 한·중·러와 함께 제작 중인 황사 발원지 지도 제작에 대해 발표했다. 몽골은 동북아시아 황사 저감을 위해 ▷지식 공유 플랫폼 ▷황사 정책, 파트너십 및 실행 중심적 사업 개발 ▷이해 당사자 간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사막화 피해지 복원사업을 활용한 산업화나 지역경제 활성화, 황사 저감을 위한 국제적 정보 플랫폼 구축 등을 위해 연구와 협력이 추진될 예정이다.
향후 중국과 몽골, 대한민국은 사막화 방지 기술 연구뿐만 아니라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사업이 기후변화 완화(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지 탄소저장량 추정), 생물다양성 회복(한·중, 한·몽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지 생물다양성 평가), 사업의 경제성 분석 등 다방면에서 연구를 함께 할 수 있다.
중국과 몽골 모두 사막화 방지를 위해 국가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시진핑 주석은 내몽골 바옌나오얼시에서 삼북방호림(중국 서북, 화북, 동북)을 확대,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후속사업으로 삼북 공정연구원을 신설해 내몽골지역에 대한 사막화 방지 사업을 확대·강화하고 있다. 몽골 후렐수흐 대통령은 2021년 제76차 UN총회에서 2030년까지 ‘10억 그루’ 나무를 심겠다고 약속했다.
산림복원은 가장 종합적이고 최선의 사막화 대응 방법
식재 수종 선정 전 적응 여부, 묘목 공급 체계 파악 중요
Q. 한국, 중국, 몽골의 국가별 사막화 방지 기술의 차이는
중국과 몽골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사막화 방지 기술로는 작게는 사구(모래언덕) 고정을 위한 정사울타리와 크게는 방풍수림대 조성이 있다.
과거에는 비용이 적은 짚을 이용해 정사울타리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고구마, 옥수수 전분 등을 이용한 천연수지로 정사울타리를 만들고 있다. 자연적으로 분해돼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사막 버드나무, 구주적송, 포플러를 정사울타리 가운데 심어 고정 효과를 극대화한다. 조림목들을 모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다. 현재 서해안과 동해안 쪽 해안가 폭이 넓은 지역에서 방재림으로 활용 중이다.
방풍수림대는 사막 버드나무, 포플러나 구주적송을 이용한다. 경작지나 도로, 철길 및 마을 주변에 2~4열로 조성해 모래 바람을 막는다.
제1차 한·몽 그린벨트 조림사업지인 룸솜(Lun Soum) 지역에 방풍수림대를 조성해 마을 생활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룬솜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곳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사막이 없어 직접 사막화 방지 기술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사막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해안사구의 고정과 침식 방지를 위한 다양한 공법이 사용되고 있다. 과거 산림녹화 시기 대규모 황폐지를 성공적으로 복구·복원해 전 국토를 녹화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다양한 기술 보급과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술이 현장에 적용이 안 된 실패 사례도 있다. 이를 무조건 좋지 않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실패 사례에서 더 나은 결과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성공과 실패를 나누기보다는 거기에 적용된 기술이 그 지역에 적합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로 이해하고 더 나은 기술과 수종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어떤 기술이 있다고 해서 모든 곳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의 환경적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환경에 잘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는 나무를 선정하거나 나무가 잘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성공한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가 보통 산에서 보는 것만큼은 기대하기 어렵다.
복원 목표와 대상지를 어디에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성공 조건이다.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하면서 늘려 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Q. 사막화 지역별 식재 수종 선택은
중국와 몽골의 사막화 지역은 건조하다. 밤낮의 기온차가 크고 바람이 강하다. 겨울이 길고 춥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수종에는 구주적송, 포플러, 비술나무, 싹싸울 등이 있다.
식재 수종 선정을 위해서는 그 지역 환경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나무인지, 현장에 식재할 수 있는 묘목 공급 체계는 갖춰져 있는지를 파악하고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Q. 사막화 방지 사후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사막화 지역은 대부분 건조하고 강한 모래바람이 분다. 대표적인 사후관리는 바람과 황사를 막아주는 방풍울타리를 설치하고 이를 유지·관리하는 일이다. 조림한 나무들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물을 주는 관수시설 설치도 있다.
가축 방목지가 가깝다면 가축들이 나무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경계에 울타리를 쳐서 보호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중국 통교 지역의 경우 세금을 받고 땅을 빌려주고 지역민들이 땅에서 나오는 수익 일부를 나무 관리에 사용 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Q. 사막화 방지를 위한 시민·기업과의 협업 사안은
최근 탄소중립을 위한 민간 분야 참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도 산림복원이나 조림을 통한 ESG 경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은 탄소중립, 기후변화 대응, 지구환경 개선과 빈곤퇴치, 생태계 복원 등을 통해 기업의 ESG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 중국, 몽골 사막화 방지 조림 사업의 사례 분석과 성과 평가 등을 통해 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할 수 있는 사업 모델과 평가지표를 개발할 수 있다.
그동안 산림청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많은 시민단체와 기업들이 중국과 몽골에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을 추진해 왔다. 여기에도 성과 분석을 통한 효과 평가와 ESG 경영지표 발굴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 산림청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기업이 함께 참여해 민·관·기업·시민단체 협력 사례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이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사업 후 모니터링과 관리에도 참여함으로써 기업, 단체의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최형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장이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사막화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산림복원은 가장 종합적이고 최선의 사막화 대응 방법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20년간 중국, 몽골 등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과 협력을 통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연구 경험과 기술을 축적해 왔다. 어려운 현지 환경 속에서 장기간 축적된 국립산림과학원의 지식과 기술은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 저감과 사막화 방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사막화 방지는 당사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사회의 노력과 시민단체, 기업의 동참이 꼭 필요하다. 국제적인 사막화 방지를 위해 국민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참여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