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 기후재난으로 울상

온실가스 주범인 석탄발전소에 운영보험 제공 여전

2024-08-16     이정은 기자

[환경일보] 국내 주요 10개 손해보험사 금융배출량을 산출한 결과 연 260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65만대의 차가 1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에 맞먹는 양이다.

기후솔루션은 15일 국내 처음으로 10개 보험사의 금융배출량을 산출한 ‘보험, 기후위기에 불을 붙이다: 주요 손해보험사의 금융배출량 및 보험배출량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금융배출량이란 금융기관이 투자, 보험 등을 제공해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말한다. 보고서는 탄소회계금융연합체(PCAF)가 제시한 금융배출량 산출 방법을 기준으로 손보사의 금융배출량을 산출했다.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보험사 9개와 기후대응 정책을 보유한 하나손해보험을 더해 분석 대상이 된 10개 주요 보험사와 각 특징은 표와 같다.

분석대상 손해보험사 현황 /자료제공=기후솔루션

이 가운데 자체적으로 금융배출량을 공개한 손보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4개로, 이들의 2023년 배출량은 1632만톤(tCO₂eq)이다.

이를 토대로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이 분석 대상 10개 손해보험회사의 금융배출량을 추정한 결과, 총 2596만톤(tCO₂eq)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4%에 달하는 양이다. 승용차의 평균 연간 배출량이 약 4.6톤인 점을 감안하면 약 565만대 분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렇게 손보사의 배출 책임 분이 막대한 이유는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발전사에 투자하는 비중이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배출량을 공개한 손해보험사 대부분 발전 부문에서 발생하는 금융배출량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가운데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했다.

한편, 보험배출량에 대한 측정 및 공개는 대부분 이뤄지고 있지 않아 손해보험회사에서 금융배출량 측정과 더불어 보험배출량에 대한 측정과 관리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은 국회 이용우, 천준호 의원실(더불어민주당) 등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10개 손보사의 최근 4년간의 석탄발전 운영보험(발전소 운영의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보험) 제공에 따른 보험배출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간 40만톤(tCO₂eq)의 보험배출량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로는 DB손해보험이 연간 13만톤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삼성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순으로 보험배출량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와 기후위기의 악순환 개요 /자료제공=기후솔루션

이들 손해보험사 다수는 탄소중립 선언과 탈석탄 선언 등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금융배출량 측정 등을 이행하고 있으나 석탄발전소 운영보험에 대한 적극적인 감축 노력은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손해보험은 홍수, 폭염 등 재해가 늘어날수록 보험금 청구와 손해율 증가로 기후위기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회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소 등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보험 제공과 투자를 통해 기후위기를 촉발하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 저자인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면서, 그로 인해 손실 위험이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며, “이미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만큼 석탄발전에 대한 운영보험 중단을 우선으로,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와 보험 인수를 감축시키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