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자원에서 쓸모 되찾는 자원순환사회로 전환

환경부·부산시 주최, 한국폐기물협회 주관 제16회 자원순환의 날 개최 자원순환 유공자 시상과 자원순환 캠페인 등 진행 업사이클링 작품 전시와 자원순환 체험 공간, 실천 캠페인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 마련

2024-09-09     장가을 기자
9월6일 부산시청 대강강에서 관계자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자원순환의 날'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제공=한국폐기물협회 

[환경일보] 장가을 기자 = 단 며칠 비라도 쏟아졌다면 견딜만 했을까. 주야장천 폭염과 열대야의 행진이었다. ‘서울 열대야 37일’ 보도에 이어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긴 열대야를 기록했다. 기막힌 건 다가올 여름 중 2024년 여름이 가장 시원할 거란 사실, 이유는 매해 지구 온도는 올라가니까. 

국제연합(UN)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8~10%가 패션 산업의 생산부터 유통, 폐기 전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밝혔고 환경부는 국내에서 매년 버려지는 옷이 2022년 기준 11만여 톤 달한다고 전했다. 탄소배출 감소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가 짊어져야 할 책무인 시대다.

한정적인 지구 자원,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이 소유하려는 제품은 차고 넘친다. 제품을 만들 때마다 발생하는 탄소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주요인이다. 다 아는 뻔한 얘기인데 타개 방법은?

단순 재활용 장려를 넘어 ‘순환경제’ 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정부와 기업의 대대적인 참여와 범국민적 행동의 일상화가 절실한 때다. 최악의 상황을 늦출 최선의 방안은 자원을 아끼고 순환하기, 해결책은 그뿐이다.

2009년 환경부와 한국폐기물협회가 9월6일 ‘자원순환의 날’을 제정한 건 지구환경 보호의 필요성과 자원 절약 그리고 재활용과 폐자원의 에너지화 등 범국민적으로 알리고 자원순환으로 녹색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올해 역시 전국 지자체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곁들인 다채로운 시민 참여행사로 이목을 끌었다. 

이병화 환경부 차관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이 시대 '자원순환'의 중요성과 가치를 재차 강조했다. /사진제공=한국폐기물협회

이날 부산시청 안팎도 들썩였다. 행사 현장을 둘러보다가 문득 고 권정생 작가의 작품이 떠올랐다. 하찮고 시시해 보이는 존재도 나름의 의미와 가치, 쓰임새가 있음을 알린 동화, 그는 1969년 세상에 ‘강아지똥’을 내놨다. 예쁜 민들레 꽃을 피우는 데 값진 밑거름이 된 ‘강아지똥’은 ‘자원순환’과 닮은 꼴이다. 고 권정생 작가의 선견지명에 탄복할 수밖에. 

부산시청 앞 녹음광장에서 이병화 환경부 차관(왼쪽 다섯 번째)과 이병석 부산시 환경물정책실장(왼쪽 여섯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폐기물협회 

2011년 제3회 자원순환의 날부터 기념행사를 개최한 부산시는 특히 올해 행사에 더 공을 들였다. 11월 부산에서 열릴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의 성공과 ‘탈플라스틱과 자원순환 실천문화’를 전국에 확산하고자 환경부·부산광역시·자원순환의날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폐기물협회 주관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 ‘순환경제 선도기업 대상’ 즉 대통령상은 삼성디스플레이에게 돌아갔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을 낮추고 재활용을 활성화해 순환경제사회에 기여한 공로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체 불가 자원인 모래와 물을 보호하고자 공정 재료를 재자원화하는 등 산업 내 순환경제 생태계를 꾸준히 확장 중인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리를 다시 모래로(Glass to Sands)’ 슬로건 아래,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폐유리를 유리섬유와 보도블록 원료 등 재활용 중이다. 특히 올해 입주를 앞둔 사옥 SDR(Samsung Display Research) 공사에 폐유리를 부원료로 재활용한 시멘트 2만여 톤이 투입, 이는 신규 사옥 건설에 필요한 시멘트 약 34%에 달하는 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폐기물 감량과 처리 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2023년 아산 1캠퍼스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양은 전년 대비 약 17% 감소, 2년 전과 비교하면 33% 감소했고 재활용률은 98.3%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30년까지 폐기물 재활용률 99.9%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고자 협력사와 고객사와 협업한 것도 좋은 점수를 얻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협력사와 폐액에서 은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 중이다. 폐유기 재료는 소각 처리하는 대신 외부 협력사에 보내 희토류를 추출 중이다. 패널 포장재는 고객사와 연계해 전량 회수 프로세스를 구축, 회수된 포장재는 분쇄 과정을 거쳐 100% 포장재 제조에 재투입한다. 

이어 에스케이 스페셜티(주)와 삼성에스디아이(주) 천안사업장이 국무총리상을, 포장재와 일회용품 감량 단체 중 한국인삼공사와 충청남도가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순환골재 등 우수활용 단체에서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도로관리처가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음식물폐기류 관리에서는 서울시 은평구가 대통령상을 받은 데 이어 부산시 동래구가 국무총리상을, 청소년 자원순환 리더십 프로젝트 순환도전 공모전에서 진산중학교가 그린루프로, 대전대신고등학교가 에코히어로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기념식 참석자와 주요 인사가 행사 주제를 제창하며 자원순환에 대한 실천 의지를 다짐하는 자원순환 캠페인으로 기념행사는 끝났다. 

시청 내 대강당 앞 로비에는 '자원순환' 관련 퀴즈대회와 플라스틱 사용 줄이는 실천 약속 QR코드 인증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졌다. /사진=장가을 기자 

발길을 옮긴 시청 대강당 로비와 시청 앞 녹음광장은 부대행사로 장사진을 이뤘다. 부산시 ‘1회 용품 없는 날 서약’과 생활 속 ‘자원순환 실천 서명 캠페인’도 진행됐다.

부대행사는 탈플라스틱과 순환경제 사회 실현을 위한 주제별 역할과 참여 방안을 홍보·전시하고, 체험·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펼쳐졌다. 참여자에게 개인 텀블러 지참 시 이용 가능한 음료교환권 등 다양한 기념품 등이 전달됐다. 

시청 앞 녹음광장에 꾸려진 다양한 부스를 돌며 체험행사를 즐기고 경품을 타가는 참여 시민들 /사진=장가을 기자 

세부적으로 보면 시청 대강당 로비는 ▷자원순환 정책·활동 소개와 홍보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부산 개최 홍보 ▷쓰레기 없애기(제로 웨이스트) 전시·홍보 등 부스를 꾸렸다. 

한국환경자격기술원 관계자가 유치원생들에게 커피박의 새로운 탈바꿈, 커피키링과 커피화분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가을 기자

시청 앞 녹음광장은 ▷폐건전지 교환 ▷업사이클 작품 전시와 체험 ▷녹색제품 전시와 친환경 섬유유연제 만들기 체험 ▷중소형 한국형 청소 차량 전시 ▷커피박 재활용 체험 ▷휠체어와 우산 무상수리 등 총 30여 개 공간이 마련됐다. 

'더 빅 컴퍼니' 부스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며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알렸다. /사진=장가을 기자 

김성준 가치예술 대표에게 참여 소감을 묻자 “유독 유치원생들 많이 왔어요. 이곳은 ‘지구 환경 지키기’ 주제로 이 스탬프를 활용해 다양하게 표현하는 공간이에요. 다른 이들의 그림 작품도 전시돼 있어 아이들이 눈여겨보더라고요. 아이들은 편견이 없고 틀을 깨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기발한 환경 지킴 방안을 내놓는 걸 보면 기특해요”라고 말했다.  

이후 찾아간 한국환경산업협회 부스에서 부산대 신민서 2학년생을 만났다. 봉사로 참여한 이 자리, 전시된 제품 면면이 독특하다. 수명 다한 소방관 옷이나 방수포 또 원두 보관 자루로 만든 가방에 이어 맥주병을 갈아 만든 컵도 이색적이다. 여긴 전시만 한다. 구매를 원한다면 QR코드에 접속하면 된다. 

조각보로 만든 다양한 관광상품은 물론 내 옷으로 만든 애견복 코너 상품도 눈길을 끌었다. /사진=장가을 기자 

부산섬유패션연합 부스에 이르니 조각보로 만든 다양한 관광상품이 즐비하다. 박숙경 에코언니야 대표 추천으로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바로 옆 부스는 내 옷으로 만든 애견복 코너, 입지 않는 옷을 신청서와 함께 작성해 전달하면 애견복으로 만들어 배송해 준다.

반려견 천만 시대, 가족인 반려견에게 자신이 입던 옷을 리폼해 입힌다니 그 의미도 남다를 터, 그 옆 부스에 자리한 소방 호스로 만든 수준 높은 운동화 퀄리티에도 자꾸 눈길이 갔다. 

폐소방 호스로 만든 운동화, 제품 퀄리티가 상당해 놀라웠다. /사진=장가을 기자 

최주희 에코언니야 팀장은 “부산시 네트워크에 속한 녹색어린이집 15곳 아이들이 다녀갔어요. 플라스틱 뚜껑을 모아 온 어린이집도 있었는데 색상별로 플라스틱 뚜껑을 분류해서, 여기 보이시죠? 이렇게 녹인 후 부산을 상징하는 파도나 환경 보호를 의미하는 도롱뇽, 가덕도에 멸종위기종인 작은 돌고래 상괭이 등 금형으로 찍어내는 체험을 해보는 거죠”라며 자원순환 체험 현장을 소개했다. 

이병화 환경부 차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 또한 녹음광장 부스를 돌며 체험행사를 즐겼다. /사진제공=한국폐기물협회 

이날 시청 안팎 행사는 오후 4시를 기점으로 끝났다. ‘자원순환의 날’ 행사가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된다. ‘한 번 사용한 자원을 순환해 다시 사용하기’의 일상화와 자원순환 촉진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저탄소 순환경제로 향하고 지구의 기후 위기를 늦추는 지름길, 그 해결책은 오늘날 '자원순환사회' 여섯 글자에 담긴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