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워터밤은 불가능한가?

물 재활용, 다회용기 사용, 쓰레기 분리수거 등 ‘지속 가능한’ 축제 돼야

2024-09-18     류나연 객원기자

[환경일보] 검색창에 ‘역대급’이라는 세 글자를 치면, ‘역대급 더위’, ‘역대급 열대야’ 등의 단어가 대부분이다. 역대급, 최고 기록 경신, 새로운 1등이 해마다 생기고 있지만 과거 날씨를 현재 날씨가 이겼듯, 현재 날씨를 이기는 것은 미래 날씨일지 모른다.

점점 뜨거워지는 한반도의 열기와 비례해 물을 이용한 축제의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워터밤(WATERBOMB)은 2015년에 처음 개최된 국내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물을 사용한 워터 파이팅(Water Fighting)이 결합된 페스티벌이다. 이러한 행사를 두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연예인과 관객들이 가깝게 소통하며 즐기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선정적이고 물을 과다하게 사용한다는 우려의 의견이다.

‘워터밤’ 같은 축제는 굉장한 양의 물이 사용된다. 워터밤에서 직접 구체적인 물 사용량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흠뻑쇼’를 개최하는 싸이는 “콘서트 회당 300t 정도의 물이 든다”고 밝힌 바 있어 워터밤도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먹을 수 있는 음수를 사거나 상수도 시설을 통해 물을 제공한다.

대전에서 열린 워터밤 무대 효과로 사용되는 물 /사진=류나연 객원기자

올해 8월 10일, 직접 방문한 워터밤 대전에서 물의 과사용을 경험했다. 연예인의 무대 중간에는 무대 효과로 물을 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2~3팀의 공연이 끝나면 관객끼리 물을 뿌리는 워터파이팅 시간도 이어졌다. 덥다 못해 따가운 낮 시간이었음에도, 바닥의 물은 마를 날이 없었다.

워터밤에 사용되는 무대 효과는 물뿐만이 아니었다. 직접적으로 불을 뿜는 효과와 불꽃과 같은 효과도 있었다. 물을 뿌리고 물이 바닥에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불을 뿜으니, 많은 수증기가 생겼다. 

 비닐에 싸인 소지품들을 모아놓은 물품보관소 /사진=류나연 객원기자

워터밤의 물품 보관은 소지품을 두껍고 투명한 비닐에 넣고 선반에 보관해 주는 방식이다. 물품보관소는 누군가 일부러 들어가 물을 뿌리지 않는 이상 무대 효과로는 절대 물에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하지만 방수의 용도가 필요하지 않은데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을 사용하는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비닐은 재사용하는 것이 아닌 알아서 버리라는 말뿐이었다.

음식과 음료는 모두 종이 또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다. 환경을 생각해 종이에 제공하는가 싶었지만 음식이 묻은 종이라 재활용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쓰레기통도 따로 분리수거가 표시돼 있는 것이 아닌, 하나의 큰 쓰레기통만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음식이 담겨있던 종이 용기와 플라스틱 음료 컵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쓰레기, 플라스틱 물총, 행사에서 제공한 슬로건 등이 하나의 쓰레기통에 뒤엉켜 있었다.

행사장에 버려진 플라스틱 물총, 일회용 플라스틱 컵, 비닐 등 각종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사진=류나연 객원기자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려놓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서 음식을 섭취하라고 만들어둔 탁자 위에서 음식을 먹고 그대로 놓고 가거나 물총, 스마트폰 방수팩, 담배갑 등 쓰레기의 종류는 다양했다.

워터밤만을 위한 물품들도 문제다. 앞서 언급한 물총, 스마트폰 방수팩, 고글 같은 것들은 워터밤을 위해 사전에 구매하고, 행사 당일 딱 하루만 사용하고 버려진다. 판매자는 다회용으로 만들었을지 몰라도, 워터밤에서는 진정한 ‘일회용품’이 된 셈이다.

워터밤 운영진 측은 어떤 말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물 사용량이 얼마인지 밝히지 않았으며, 관련 문의에 대해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많은 것을 고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무 말씀도 드릴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것이 바뀌길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올해 극한 폭염과 가뭄의 피해가 이어진 상황에서 앞으로 좀 더 친환경적인 물놀이 문화는 주최 측에서 고민해 봐야 할 사안이다. 더불어 관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기나 분리수거 할 수 있는 쓰레기통 배치 등 기본적인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관객 또한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지구 열화 시대’가 된 지금은 환경 보호가 더욱더 중요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와 일맥상통하는 더위를 즐기는 운영 철학은 좋지만, 지속 가능한 행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물을 재사용할 수 있는 방안과 포장 용기로 사용하는 일회용품의 대안 등 환경 지침을 구성하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