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산 가을단풍을 지키는 힘, 탄소중립
자연 생태계 보전과 탄소중립 실현 위한 다양한 정책 추진
[환경일보] 지난 주말 북한산국립공원에는 뒤늦은 절정을 맞고 있는 단풍을 즐기러 온 탐방객으로 북적였다. 올해 북한산은 평년보다 8일 늦은 지난달 23일에 단풍이 들기 시작해 이달 4일 평년보다 일주일 늦게 절정에 달했는데, 1986년 관측 이래 단풍 시작과 절정 모두 가장 늦어진 것으로 기록됐다고 한다.
‘지각 단풍’의 주요한 이유는 올해 9월과 10월에 평균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았고, 이로 인해 가을철 날씨 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장기간 고온이 지속되면 단풍 시기를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안토시아닌 등 색소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단풍색이 흐리거나 고르지 않게 돼 고운 단풍색을 볼 수가 없다. 또 나무가 가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절정을 제대로 즐기기도 전에 이른 낙엽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는 가을철 단풍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1.54℃ 상승해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고, ‘기후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이 처음 깨질 거라 전망하고 있다. 발표 결과를 종합해보면, 온 세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며, 환경·산업·교육 등 다방면에서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에서는 ‘국립공원 육상생태계 탄소저장·흡수량 평가’를 통해 북한산국립공원을 포함한 7개 국립공원의 연평균 온실가스 흡수 총량을 조사해서 발표했다. 평가 결과 북한산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산림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4.05tCO₂를 흡수하고 있어 탄소저장 효율이 매우 높은 공원임을 입증했다.
이에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탄소중립 실행력 강화를 위해 탄소저장·흡수량을 증가시키는 자연생태계 보전 및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탄소중립 참여형 탐방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북한산국립공원 내 노후 생활체육시설을 철거해 숲으로 복원하는 북한산의 탄소흡수원 확충 사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심과 인접한 북한산국립공원에는 공원 지정 이전인 1970년대부터 조성되기 시작해 현재 40개소에 생활체육시설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원 내 생활체육시설은 설치·이용하는 과정에서 식생을 훼손하고, 서식지 파편화, 토양 답압, 침식 등이 발생해 생태계 건강성을 위협하고 있으며, 시설 이용자의 취사, 흡연 등 근절되지 않는 위법행위로 대형 산불과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사무소는 탄소중립 강화를 위해 북한산 내 생활체육시설에 대해 토지소유주 및 시설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주민 설득 과정을 거쳐 시설물 철거를 진행했다. 이후 토양 개량 작업과 함께 지역사회 및 자원봉사자 협력해 수목을 식재하고, 대상지를 자연숲으로 복원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인근에 사계절 이용 가능한 실내체육관 건립을 추진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일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2023년 9월 개장한 사기막야영장(경기도 고양시 소재)은 무공해차만 출입 가능한 탄소 중립형 야영장이다. 사기막야영장은 이용객들이 직접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무공해차 전용구역(내연차 출입제한) ▷전기그릴 무상대여(숯불, 화로장작 및 불쏘시개 사용 금지) ▷‘불을 끄고, 별을 켜다’ 22시 야영장 전체 소등제 운영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 등의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추가로 커피찌꺼기(커피박)를 활용한 나무 데크, 테이블과 벤치, 재활용수거함 등의 시설물이 사기막야영장 내에 시범 설치 예정이다. 커피박시설물은 친환경 자재로 신공법 방식을 도입해 시공기간 단축, 데크 유지관리가 용이하다.
탄소중립 참여를 통해 이용객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약 55.5톤의 탄소배출 저감효과를 가져왔으며, 내연차 출입제한으로 19.3톤, 숯불·화로장작 및 불쏘시개 금지로 31.9톤, ‘불을 끄고, 별을 켜다’ 소등제 운영으로 0.6톤,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로 3.6톤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였다. 이로 인해 연간 1만9422명의 이용객들은 1인당 약 2.85kg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며 탄소중립에 참여했다.
사기막야영장에서의 경험은 이용객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지키는 실천을 일상 속에서도 지속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자연 속에서 경험한 소소한 변화들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모든 국민들이 생활 속 실천에 함께 동참 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4년 4월 1일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탄소중립형 도시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일회용 배달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해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탐방객들에게 국립공원의 탄소중립 정책에 동참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플라스틱은 원유 기반 자원을 사용해 제조되며,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일회용기의 제조는 약 30~5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또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자연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재활용율도 낮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부담이 크다.
반면, 다회용기는 세척을 통해 재사용 할 수 있어, 매번 새로 만드는 일회용 도시락에 비해 약 85%~90%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단기적 탄소 절감 효과는 적지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이번 다회용 도시락 배달 및 수거 서비스를 통해 탐방객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탄소중립 정책에 동참하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습관이 된다면, 일상생활에서 환경 보호 실천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공공기관 1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국무총리훈령 제 829호)을 따른 것으로, 공공기관 차원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매일의 작은 변화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첫걸음이자, 우리 모두가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참여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북한산국립공원은 자연 생태계 보전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이를 통해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