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 ‘오징어 게임’으로 내몰리는 오징어들

동해 수온 상승으로 오징어 어장 북상 해양온난화로 북극해에서 오징어 발견

2024-12-01     김희민 학생기자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오징어 /사진=김희민 학생기자

[녹색기자단=환경일보] 김희민 학생기자 = 오징어는 한국인에게 친근한 대표적인 국민 해산물 중 하나다. 쫄깃한 식감에 영양가도 풍부하고 많은 생산량에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서 진미채 등 가공식품으로도 이용된다. 볶음, 조림, 구이, 회 등 조리법도 다양해 반찬과 술안주, 간식으로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디어에서 오징어 어획량 급감에 대한 심각성을 다루는 기사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 오징어(살오징어) 어획량이 2만3000t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어획량이 많았던 1996년(25만t)과 비교해 10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최근에는 더욱 심각하다. 2021~2023년 사이 연간 오징어 생산량은 6만880t→3만6578t→2만3343t으로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대표 주산지 울릉도에서도 오징어 사라져

오징어는 전 세계 바다에 서식하는데 한반도 근해에는 살오징어, 갑오징어, 참오징어 등 60여 종의 오징어가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흔히 ‘오징어’라 부르는 종류는 동해에서 잡히는 ‘살오징어(학명: Todarodes Pacificus)’로, 전체 오징어 어획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가 식용으로 하는 대부분 오징어가 살오징어라 할 수 있다.

살오징어는 난류성 회유 어종으로 떼를 지어 일정한 경로로 서식지를 이동한다. 최적 수온은 10~21도인데 바닷물 수온이 낮을 때는 남중국해에 있다가 수온이 상승하는 초여름에 한반도 근해로 이동해 7월부터 11월에 많이 잡힌다.

울릉도는 대표적인 오징어 생산지역 중 하나이다. 주변 해역이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류와 남쪽에서 들어오는 난류가 만나는 조경수역으로 플랑크톤이 풍부해 오징어가 좋아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울릉도를 배경으로 한 대중가요 노랫말에 오징어가 등장하고 매년 오징어 축제가 개최될 만큼, 오징어는 울릉도를 대표하는 명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울릉도에서 오징어가 사라져가며 그 명성이 퇴색해져 가고 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오징어 위판량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울릉도가 위치한 경북이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2020년만 해도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인 2만653t을 판매하였는데, 지난해에는 2793t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으며 올해도 8월까지 1978t에 머물러있는 상태다.

그 많던 오징어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오징어가 사라지는 원인으로 남획과 해양 오염 등의 이유가 거론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주된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6년간(1968~2023년)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약 1.44도 상승해 같은 기간 0.7도 상승한 전 지구 해양 평균 대비 약 2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해역별로는 동해의 표층 수온 상승 폭이 1.9도로 가장 컸으며, 서해 1.27도, 남해 1.15도 순이었다.

우리나라 상승폭이 가파른 이유로는 적도 해역으로부터 대한해협을 지나 동해로 열과 물질을 수송하는 난류의 세기와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에 따른 영향을 들 수 있다. 이렇듯 동해 수온 상승으로 살오징어는 2000년대 이후 어장분포 범위와 그 중심의 북상이 명확하게 관찰된다.

북극해서 발견된 오징어, 그다음은?

북위 77도에서 심해 카메라로 관찰한 오징어(왼쪽)와 넷트로 채집한 오징어 유생(오른쪽) /사진=극지연구소

지난 10월, 북극 연구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극지연구소 아라온호는 북위 77도에서 처음으로 오징어 유생을 채집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성체로 자라기 전의 상태인 유생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산란지를 비롯한 서식지까지 형성됐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로, 이는 북극해 밖에 살던 해양생물이 점차 북극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 지구온난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북극해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에서의 오징어 실종이 아닌 지구상에서의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잔혹한 현실로 다가온다. 해양온난화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오징어가 새로 정착할 서식지는 많이 남지 않게 될 것이다.

또 이는 단순히 살오징어 특정 어종의 자원 감소 문제가 아닌 살오징어와 엮인 먹이사슬 관계, 즉 해양 생태계 전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사라진 오징어가 돌아올 수 있도록 자연의 절박한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