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2등급 지역 천년고찰 장안사에 산업폐기물매립장 승인?
사회적 합의 필요 기피시설의 기초자치단체 권한 축소 반발
부산시, 11월21일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결정
기장군, 장안읍, 지역 단체·주민 등 조성 사업 결사반대
[부산=환경일보] 장가을 기자 = 정종복 기장군수는 11월15일 부산시청에서 ‘부산시 도시계획조례 개정’ 결사반대 1인 시위에 나섰다.
이후 최도석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위원장과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을 만나 개정안 결사반대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전달하면서 부산시의회에서 해당 조례안을 부결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기장군 장안사 주지 도림 스님 역시 같은 날 부산시의회 후문에서 ‘천년고찰 장안사의 국가 보물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도림 스님은 “‘도시계획조례 변경’은 기장군민과의 약속을 깨는 행위다. 부산시가 민간 산업폐기물매립장에 특혜를 주고 장안읍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거 아니냐”고 강조했다.
산업폐기물매립장 예정지 인근 1km 내에 위치한 장안사는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조계종 소속 사찰로 보물 제1771호로 지정된 대중전을 비롯해 석조석가여래삼불좌성과 응진전 석조석가삼존십육나한상 그리고 명부전 석조지장시왕성과 대웅전 석가영산회상도 등 다양한 문화재를 보유한 천년 사찰이다.
이어 11월18일 정종복 기장군수는 부산시청에서 두 번째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 이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장군의회 박홍복 의장과 군의원들이 ‘부산시 도시계획조례개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장군 산업폐기물 매립장 건립 반대 장안읍대책위원회(이하 장안읍대책위원회) 자문위원 세 명의 삭발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실상 11월11일부터 부산시청 앞에서 진행된 장안읍대책위원회 집회는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돼 8명의 시의원이 결정하는 11월2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에 상정된 ‘부산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은 구청장·군수에게 위임된 묘지공원, 폐기물처리시설 등 도시계획시설 결정권과 사업시행자 지정과 실시계획 인가권을 부산시로 회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장군은 이번 개정안이 부산시의회를 최종 통과하면 각종 기피시설 대한 정책결정 시 그 권한이 부산시에 넘어가 지역주민의 의견과 의사결정권이 크게 훼손되리라 내다봤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2015년부터 민간 폐기물 업자들이 기장군 장안읍 명례리 산71-1 일원에 산업폐기물매립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지역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Y업체는 6만평 규모로 재신청했고 사전환경성영향평가로 반려된 후 4만평 규모로 축소해 사업을 신청, 부산시는 2023년 2월 Y업체에게 적합통보 승인을 해줬다.
산봉우리에 자리한 산업폐기물매립장 예정지 인근에 이미 기장군이 명례일반산업단지 내 약 7800평 규모의 폐기물매립장과 소각장 조성 부지를 매입한 상황이다.
명례산단 내에 발생하는 폐기물 전량 처리가 가능한 상황임에도 부산시는 장안읍 명례리에 산업폐기물매립장 조성에 대한 적합 통보를 내줬고 기피시설 결정에 기초자치단체의 권한을 축소하는 ‘부산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상정해 11월21일 결정을 앞둔 상황이다.
11월19일 집회에 참석한 김성구 장안읍대책위원회 자문위원은 “각종 기피시설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는 지역주민과 기초지체자인 만큼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지역 주민의 주체적인 참여가 꼭 필요하다. 이를 배제하고 기피시설에 대한 결정을 강제할 수 있는 ‘부산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상정은 지방자치 시대를 역행하는 행태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산업폐기물매립장 예정지 반경 1km 내에 수십여 점의 문화유산을 보유한 천년고찰 장안사는 물론 500여 가구가 거주할 뿐만 아니라 ‘치유의 숲’도 잘 조성돼 많은 이들의 찾는 곳이다. 또 멸종위기종인 ‘고리도롱뇽’과 ‘반딧불이’ 등 각종 희귀 동식물과 수생 곤충류가 자생하는 생태 2등급 지역으로 환경 보호 가치가 높다. 민간이 부지만 매입하면 주위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산업폐기물매립장 조성 허가를 내줘도 되는 건지 개탄스럽다”며 격앙된 심정을 드러냈다.
김성구 자문위원에 따르면 2023년 9월 금양이차전지 기장공장 기공식 그리고 2024년 7월 기장도예촌에서 진행된 부산촬영소 착공식을 찾은 박형준 부산시장은 현장에서 기장군민과 김성구 자문위원에게 “‘부산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상정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박종철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의원과 이승우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 의원 그리고 정동만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도 같은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김성구 자문의원은 “올해 9월 진행된 정례회에서 ‘부산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아 박형준 부산시장이 약속을 지켰다고 믿었다”며 “11월15일부터 진행되는 정례회 안건 취합이 끝난 11월8일쯤 박종철 시의원에게 ‘부산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상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분노감에 몸서리가 쳐진다”고 밝혔다.
강종인 부산NGO시민연합 상임위원장은 “부산시 입장도 이해되지만 환경 보호적인 측면의 세심한 관찰과 고려 없이 민간에게 사업장폐기물매립장 조성을 승인한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역 주민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에 결정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시 자원순환과 사업장폐기물 담당자는 “‘부산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박 시장의 발언에 대해 직접 들은 바가 없어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시는 행정 절차대로 사업자의 사업계획서를 보고 판단해 승인 처리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