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3대 하천, 대규모 준설로 겨울철새 급감

원앙, 알락오리, 쇠오리, 가마우지 등 개체 감소

2025-02-04     이정은 기자

[환경일보] 무분별한 하천 준설로 대전시가 3대 하천에서 겨울철새를 내쫓고 있다는 모니터링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전시는 홍수 등의 재해 예방을 위해 하천 준설을 한다고 밝혔지만, 과학적인 조사나 근거도 없이 강행되고 있는 무분별한 하천준설은 예산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하천 생태계를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2024년 12월 14일(토), 2025년 1월 25일(토)에 대덕대교에서 금강 합류지점까지 갑천의 겨울철새 서식현황 조사를 진행했다. 매년 찾아오는 겨울철새들의 서식 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였다.

홍수 위험이 없는 불무교 준설 모습 /사진제공=대전환경운동연합

조사 방식은 한쪽 제방을 따라 이동하면서 전체 조류를 측정하는 ‘단안전수조사’ 방식이다. 쌍안경과 망원경을 활용해 조사했고, 조사지역은 대덕대교에서부터 금강 합류점까지의 갑천 구간으로 약 13㎞ 구간이다.

조사결과, 1월 59종 2436개체 12월 63종 3876개체로 나타났다. 12월에 비해 1월 개체수와 종수 모두 급감했다. 총 4종, 1440개체가 감소했다.

개체수와 종수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현재 진행되는 대규모 준설 때문이다. 12월은 준설이 시작되기 전이며 1월은 대규모 준설이 진행된 이후이다. 준설 전후 하천 생태계의 심각한 교란이 개체수와 종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원앙, 알락오리, 쇠오리, 가마우지의 개체수 감소가 눈에 띈다.

준설공사를 피해 있는 겨울철새들 /사진제공=대전환경운동연합

가마우지를 제외한 원앙, 알락오리, 쇠오리의 경우 수면성 오리로 낮은 수심에서 먹이를 찾으며, 하천변의 모래톱이나 하중도에서 휴식을 취하는 종이다. 결국 대규모 준설로 서식지 자체가 훼손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한 것이다.

대전시는 170억원의 혈세를 들여서 3대 하천 20개 지역에 준설이 진행 중인데 그중 8곳이 겨울철새 조사지역 내에 위치해 있고 약 20만톤을 준설하고 있다. 지난해 완료한 원촌교 구간까지 포함하면 모든 구간에 대해 준설을 하는 것이다.

대전시는 이를 통해 홍수 등의 재해를 예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에도 40억원을 들여 대규모 준설 사업을 벌였지만, 홍수가 또다시 발생해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학계 등에서도 이런 방식의 재해 예방이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수위험이 없었던 대덕대교 /사진제공=대전환경운동연합

혈세 낭비뿐만이 아니다. 이번 조사 결과, 대규모 준설은 이곳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월동조류 서식처를 심각한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16개체가 확인된 큰고니는 현재 6개체만 월동하고 있고, 4개체가 월동했던 노랑부리저어새는 보이지 않았다.

작은 모래톱과 섬에서 월동을 하는 큰고니는 준설의 영향으로 아직 월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의 대규모 준설이 철새를 쫓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탁방지막 하류 오염된 모습 /사진제공=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대전시는 준설 과정에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분석조차 하지 않았고, 멸종위기종에 대한 대응 방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현재 진행하는 대규모 준설을 중단하고, 멸종위기종 서식처를 확인하고 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