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동물복지 달걀, 가격이 문제
일반 달걀에 비해 58.2%나 비싼 가격에 소비심리 얼어붙어
[환경일보]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농장 동물의 복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동물복지 축산농장 비중이 가장 높은 산란계도 전체 사육농장 가운데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의 비율은 고작 20% 정도에 불과하다.
또 산란계의 최소 사육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확대하는 축산법 시행령은 달걀 공급과 가격안정을 이유로 올해 9월에서 2027년 9월로 2년 유예되는 등 산란계 산업의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동물복지 달걀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달걀껍데기에 적힌 10가지 문자와 숫자 중 마지막 숫자(1~4번)를 보면 된다. 숫자가 낮을수록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는 닭이다. 3·4번에 비해 1‧2번 닭의 사육환경이 양호하다.
동물복지 측면에서 가장 열악한 4번은 ‘기존 케이지’(사육밀도 0.05㎡)에서 키우는 경우다. 4번이 찍힌 달걀을 낳은 닭들은 태어난 직후 부리가 잘리고, A4용지 절반 조금 넘는 면적에서 평생을 살고 있다.
3번(사육밀도 0.075㎡)은 4번에 비해 그나마 낫다고 하지만, 날개를 펴기에는 좁기는 마찬가지다.
2번 달걀부터 ‘동물복지’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다. ‘에이비어리’라고 불리는 시설은 1층짜리 평사만 있는 곳과 4층까지 쌓여 있는 케이지의 문을 없애 1층 평사까지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했다.
비유하자면, 개인 주택이 아니라 4층짜리 빌라에 사는 것으로, 닭 한 마리당 보장되는 면적이 좁다 보니 동물복지가 맞느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에어비어리의 닭들은 태어나자마자 부리를 자르지 않고, 어느 정도 이동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단순히 사육면적만으로 3‧4번과 비교하기 어렵다.
1번은 가장 이상적인 동물복지의 사례로, 야외에 방사돼 햇빛과 바람을 쐴 수 있고,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행동학적, 신체적, 생리학적 변화 등 다양한 지표를 측정해 통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케이지 사육이 에어비어리 시스템 사육보다 행동 제약에 따른 산란계 동물복지 수준이 더 떨어진다. 즉 에이비어리 시스템이 케이지 사육과 비교했을 때 동물복지 측면에서 유의미한 이점이 있다는 뜻이다.
감정분석 결과에서 에어비어리사의 닭들은 만족감, 편안함, 행복감 등의 상태를 보였으며, 케이지사의 닭들은 지루함, 스트레스 등 부정 감정을 경험하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케이지의 닭이 낳은 달걀의 난황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이 2배 가까이 검출됐다.
에이비어리 시스템의 경우 닭의 수직 운동이 가능하고 서열 싸움에서 도망치거나 쉴 수 있어 닭들이 상대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며, 기존의 평사 사육보다 더 많은 개체를 키울 수 있어 생산자에게도 이익이다.
다만 여전히 비싼 가격은 여전히 동물복지 달걀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소비자들은 20% 정도 비싼 가격은 용인할 수 있다고 보지만, 실제 동물복지 달걀은 58.2%나 비싸다.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만 강요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