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살아서는 돈벌이 수단, 죽어서는 말고기
마주 책임 강화를 위한 등록 의무제 도입 필요
[환경일보] 인간과 가까운 동물로 개와 고양이를 제외하면 말이 대표적이다. 현대에는 경마장에서나 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이동수단이고, 전쟁의 중요한 도구였다. 잘 훈련된 기마병은 전장에서 공포의 수단이었고, 기사라는 단어 역시 말 타는 칼잡이를 그럴듯하게 띄워주는 말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장에서는 탱크와 장갑차가, 도로에서는 자동차가 말을 대신하면서 말의 쓸모가 다한 대신, 경마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았다.
경마를 레저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점에서 노름이나 도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동물끼리 싸움을 붙여 목숨까지 위협하는 투견이나 소싸움에 비해서는 낫다고 할 수 있지만, 이후 쓸모를 다하면 고깃덩어리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23년에는 허위로 말 안락사 확인서를 한국마사회에 제출하고 총 8490만원의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민간 승마장 대표가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퇴역 경주마를 안락사할 경우 마리당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악용해 수천만원의 보조금을 타냈다. 퇴역 경주마는 수출 시 지원도 가능하지만, 승용마는 렌더링(고열 멸균 처리 후 반려동물 사료 등 활용 기술) 처리만 허용해 수의사의 안락사 확인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정으로 수급한 승마장 대표 중 한 명은 수의사 허락 없이 안락사 확인서를 작성했다.
이런 사건들은 한국마사회와 농식품부의 퇴역마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다. 보조금 신청 시 마번과 마명, 칩 번호를 기재하게 돼 있음에도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보조금을 내줬기 때문이다.
같은 해 서울경찰기마대가 보유했던 말 8마리를 폐마 처리한 사실이 동물단체에 의해 폭로됐다. 기마대에서 퇴역한 말들은 승마장, 사슴농장 등으로 매각 처분됐으며, 이후에는 전적으로 매입한 주체에 의해 그 운명이 결정된다.
2024년 서울과 부산에서 퇴역한 경주마 1,201개체 중 524개체가 승용으로 이용됐고 207개체는 용도 불명으로 기록되고 이후 이력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지만, 그들의 복지를 규정하는 법과 제도는 전무하다.
경마 산업 아래에서 경주마로 사육되다 퇴역하는 말들은 제도적 보호 시스템 없이 쓸모를 다하면 이곳저곳 팔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최후에는 도축 당하는 것으로 생을 마친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이력제로 인해 퇴역 후 행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와 달리 뉴질랜드는 말의 관리에 특화된 구체적인 법 규정을 두고 있고, 미국은 퇴역마의 삶을 지원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말 복지 관할 정부기관(USDA)을 운영하는 등 개선된 법제를 가지고 있다. 사냥개만 토사구팽의 대상이 아니라 경주마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