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개족보’에 달린 개 팔자
품종견은 입양, 믹스견은 절반 이상 자연사·안락사
[환경일보] 어릴 적 외식 메뉴는 ‘보신탕’이었다.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먹기 시작했고, 나중에 정체를 알게 된 이후에도 ‘그게 뭐 대수인가’라는 심정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치던 시절, 개는 그저 집이나 지키며, 남는 밥 얻어먹고 때 되면 개장수에게 팔려가는 존재였다. 시골 작은 집에 놀러 가면 2~3년에 한 번씩 키우는 개들이 달라졌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개에 대한 인식이 딱 그 정도였다.
나이를 먹은 이후부터 보신탕을 먹지 않은 것은 ‘개’라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위생상태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축과 동물의 애매한 경계선에 놓인 탓에 법의 사각지대에서 도축과 유통이 이뤄지기 때문에 위생상태를 전혀 믿을 수 없었다.
보신탕 소비가 줄어든 것에는 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이유가 크겠지만, 소득이 증가하면서 굳이 개 소비를 통한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지 않은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동물권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반려동물’이라는 개념도 생겨났지만, 반대로 버려지는 동물도 늘어났다.
유기동물 발생 수는 2014년(8만1147마리)부터 5년 연속 증가해 2019년 역대 최대치(13만5791마리)를 기록했다.
다행히 이후로는 감소세로 돌아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약 3.9%(5,309마리) 감소한 13만401마리 ▷2021년에는 9.3%(12,128마리) 감소한 11만8273마리 ▷2022년에는 4.1%(4,833마리) 감소한 11만3440마리를 기록했다.
2023년 유기된 11만3072마리 중에서 13,628마리(12.1%)는 원래 주인(보호자)에게 돌아갔다(인도/반환). 버린 동물이 아니라 잃어버린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보호자에게 입양된 유기동물은 2만7,343마리(24.2%)로, 유기동물 4마리 중 1마리는 새 가족을 찾았다. 입양 비율은 2021년 32.1%를 기록한 뒤 2년 연속 감소했다.
유기동물 중 품종견은 상대적으로 잘 입양되지만, 믹스견(비품종견)은 자연사·안락사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동물보호센터에 입소된 품종견 10마리 중 9마리는 살아서 센터를 나가지만, 믹스견 10마리 중 6마리는 센터 내에서 생을 마감했다.
품종견의 자연사 비율은 6.6%였지만, 비품종견의 자연사 비율은 23.6%로 약 4배 높았다. 안락사 비율도 품종견은 7.1%였지만, 비품종견은 34.6%로 약 5배 높았다.
동물보호센터 입소 동물의 절반 이상이 0세이며, 이중 절반에 가까운 42.4%가 자연사라는 이름 아래 질병이나 상해로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고 있다.
지금처럼 아무나 동물을 사고파는 시스템이 지속한다면 무책임하게 버려지는 동물의 숫자는 여전할 것이다. 아울러 ‘개족보’에 따라 생사가 판가름 나는 세상에서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