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빛 좋은 개살구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

복잡한 이행절차와 협력국 제도 미비로 난항

2025-04-02     편집국

[환경일보] 국제사회가 파리협정 제6조를 기반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의 국제 온실가스 감축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국제감축 부문이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실질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제감축사업은 우리나라 NDC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이자, 국제사회와의 기후 연대를 실현하는 전략적 사업이다. 좁은 국토 면적과 함께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국가 밖에서 이뤄지는 국제감축사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 파리협정 제6조에 따라 2030년까지 국제감축을 통해 총 375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약속했으며 이는 전체 감축량 중 에너지 전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국제감축사업은 제6.2조와 제6.4조 두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자는 양국 간 자율적 합의를 기반으로 실적을 조정하는 국가 주도형 사업이고, 후자는 UN 감독기구의 검증을 거치는 국제 표준 방식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13개국과 협정을, 8개국과는 MOU를 체결했지만, 실질적으로 승인·이행된 감축 사업은 하나도 없다.

이처럼 국제감축사업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협정 체결 이후 공동위원회 개최 등 복잡한 이행 절차 ▷개도국의 제도·법적 기반 미비 ▷감축 실적 배분에 대한 양국 간 입장 차이 등이 꼽힌다.

특히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일부 협력국은 제도 미비로 인해 사업 이행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감축 실적 분배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예산 문제 또한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다. 2023년부터 편성된 국제감축 예산은 첫해 217억원에서 2024년 734억원으로 증가했으나, 2025년에는 오히려 줄어든 590억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최소 2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렇다면 현재 예산으로는 전체 목표의 10%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따라 ▷2030년 단일 연도 목표를 보완할 중간 이행경로 설정 ▷사후구매, 선도계약 등 사업방식의 다변화 ▷ODA 연계 통한 개도국 역량 강화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을 통한 체계적 관리 ▷전문기관 지정 및 시장 기반 실적관리 체계 마련 등이 과제로 제시된다.

스위스, 싱가포르 등은 이미 감축 실적을 확보하며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한국은 정책 목표만 있고, 구체적 이행경로가 없어 국제 신뢰 확보는 물론 실적 달성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주도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적 거래 시장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모든 것을 떠안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민과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이 직접 크레딧을 구매하고 감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말로만 요란한 국제감축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한 컨트롤타워 정립과 함께 투자국, 유치국, 기업 간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