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후대응 정책적 실패··· “DEI 기반 체계 시급”
61개 당사국 중 89% 젠더 관점 반영··· ‘인적구성’ 다양화돼야
“기후시민의회 운영, 탄녹위 개편 등 감축경로 재검토 필요해”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소 66.7%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제2기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내 실질적인 이해관계자가 적어 대표성과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 거버넌스도 DEI(다양성, 평등성, 포용성) 원칙을 기반으로 접근해야 기후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안됐다.
3월28일 국회에서 녹색전환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정책토론회 ‘누가 어떻게 2035 NDC 목표를 결정해야 하는가’에서 최창민 플랜1.5 변호사는 2035년까지 66.7% 감축은 우리나라가 전 지구적 기후 목표에 부합하면서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제 기준에 따라 책임주의, 역량주의, 평등주의, 발전권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복합 공정배분 방식’을 통해 한국의 탄소예산(온난화를 일정한 수준으로 제한하기 위한 잔여 이산화탄소 배출허용총량)을 산출했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우리나라가 사용할 수 있는 탄소예산 최대치는 약 87.4억톤으로 도출됐다.
문제는 현행 2030 NDC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기준으로 하면 2030년까지 이미 이 중 약 70%에 해당하는 61.4억톤을 소진하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남은 약 26억톤의 탄소예산 안에서 2031~2049년의 장기 감축경로를 구성하려면,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66.7% ▷2040년까지 85% ▷2045년까지는 95% 감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길 경우, 2031년 이후 선형 감축 경로를 따르더라도 ▷2035년 60% ▷2040년 80% 감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2020~2045년까지 누적 배출량은 약 90억톤으로, 탄소예산 초과분은 약 3억톤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탄녹위, 다양한 사회계층 목소리 담기지 못해
또 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의 김주온 연구원은 “(탄녹위의 위촉직이) 50대 남성 교수 위주로 다양성이 부족하다”면서 “탄소중립기본법 2조가 말하는 ‘기후정의’에 따르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사회적·경제적 및 세대간의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시민사회 단체나 청년·농민·여성을 대변할 자격을 갖춘 구성원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위원회에) 단순히 여성 몇 명, 청년 몇 명 참여를 선정하는 일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의사결정 과정에 실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섬세하게 그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생기후행동 김아현 활동가는 “(탄녹위 2기는) 구성에서부터 이해당사자들을 배제하고, 학계 전문가들로만 구성했다”며 “다양한 사회계층의 목소리가 담기지 못한 이번 탄녹위에서 이야기하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로드맵이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지 대표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며 사실상 핵심적인 기후대응 컨트럴타워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제2기 탄녹위는 지난 2월24일 출범했다. 총 58명으로 구성된 탄녹위는 위원장 2명(국무총리·민간위원장)을 필두로 각 부처 장관 등 당연직 위원 21명과 위촉직 위원 35명이 있다. 위촉직 35명 중 71%는 교수(13명)와 연구진(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71%는 특히 기술과 산업 중심 전문가들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가 원자력 발전,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인공지능처럼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는 것이다.
녹색전환연구소 오용석 팀장은 오 팀장은 탄녹위를 독립적인 행정위원회로 격상하고, 다양한 성별·연령·지역·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대표할 수 있는 ‘기후시민의회’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주요국에서는 기후시민의회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
중요한 기후정책 방향에 관해 각계 시민 대표들이 짧게는 2주, 길게는 6개월까지 토론하고 숙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프랑스는 2019년부터 대통령 제안으로 ‘기후시민총회’를 열고 있다. 사회경제적 배경·교육 수준·거주 유형 등을 고려해 선정된 시민 150명이 참여한다.
오 팀장은 “대한민국의 경우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에 대한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사회 구성원에게 형식적 참여가 아닌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기후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한다”고 봤다.
기후위기 경기비상행동 김현정 공동실행위원장은 경기도에서 ‘기후도민회의’를 운영한 경험을 발표했다. 경기기후도민회의는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약 5개월 동안 도민 158명이 참여해 운영됐다. 지역과 세대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34세 이하 청년 52명, 31개 시군별 지역대표 106명으로 추진단이 구성됐다.
“효과적 거버넌스 운영, 중요한 건 정보 공유”
이들은 5개 분과로 나뉘어 ‘경기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검토하고 정책 의견을 제출했다. 김 위원장은 “효과적인 거버넌스 운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공유”라며 “경기도가 기본계획을 세우기 위해 수집한 모든 정보를 도민회의가 공유받았고, 이를 통해 탄소중립 실천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 활동가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청년 비중이 8%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들 당사자의 목소리가 ‘비전문적 의견’으로 취급되고 중요한 정책적 결정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후 거버넌스가 ‘구분 짓기’를 계속하는 한 기후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사회가 지속될 뿐“이라며 위원회의 다양성과 평등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환경연대 기후정의팀 서연화 활동가는 ”1기 탄녹위와 비교했을 때 2기 탄녹위의 여성 비율이 21%에서 39%로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구성원의 71%가 교수 및 연구진“이라며 ”노동자·농어민·중소상공인 등 다양한 구성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