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순환골재 의무사용, 위반해도 처벌 전무

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국가기관들마저 규정 위반
부산항 건설사무소 '자원 재활용'에 미온적 태도

2025-04-07     장가을 기자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에서 생산한 양질의 순환골재 40㎜ 이하 제품 /사진제공=(주)호생환경 

[부산=환경일보] 장가을 기자 = 본지 취재진은 2월18일 자 '농지개량기준 신설에도 불법 성토 여전'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서 부산 시내 아파트 공사에서 발생하는 실트질과 점토질 토사는 폐기물이 아니므로 육지 성토와 농지개량용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2025년 1월3일부로 농지법 시행규칙 별표4에 농지개량기준이 신설돼 염분 함유량이 2.0 이상일 경우 성토 및 복토가 불가능하게 됐음을 지적했다. 

올해 초 농지개량기준이 신설되면서 부산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실트질과 점토질 토사 처리가 어려워지자 부산 시내 공사 현장의 고충은 한층 깊어졌다. 

공사현장의 한 담당자는 “부산은 바다와 인접한 도시라서 과거 바다를 매립해 주거 또는 상업 공간을 조성했다. 그래서 아파트 공사 시 땅을 파 보면 밑바닥에 염분 함유량이 높은 뻘 형태의 실트질과 점토질 토사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뻘흙은 본래 바다에서 왔으니 있던 곳으로 돌려보낸다는 ‘자원순환’ 관점에서 본다면 토양오염우려기준 시험표를 통과한 점토질 토사를 각 항만 매립 공사나 성토 시 사용 가능하지만, 토사의 색상이 검은색이라서 폐기물로 오인한 주민과 환경단체 항의가 심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항만 매립 공사에 사용이 가능한 흙이 실제로는 활용되지 못했다. 현재 공사 현장에 실트질과 점토질 토사가 쌓여 있는데 처치 곤란이다. 누구 하나 나서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항 건설사무소 항만개발팀은 적극적으로 순환토사나 순환골재 의무사용을 지키겠다는 답변 대신 토석정보공유시스템 활용을 얘기했다. /사진제공=부산항 건설사무소

부산항 건설사무소 항만개발팀을 찾아가 업계 고충을 전하자 담당자는 “충분히 공감한다. 건설사무소에는 부산항 신항과 진해 신항 개발 사업에서 발행하는 준설토 즉 못이나 하천 따위 바닥에서 파낸 흙이나 모래를 투기하고자 조성한 투기장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 투기 계획이 모두 수립됐고 수토 용량이 충분하지 않아 민간사업자의 토사 반입은 실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26일 만난 부산시 자원순환과 담당자 역시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지만, 부산시가 발주처가 아니다 보니 각 공사 계약마다 개입해 점토질 토사든 순환토사든 사용하라고 강제하진 못한다“며 "시가 분기별로 순환토사나 순환골재 사용 의무 기준을 준수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는데, 말 그대로 권고일 뿐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부산시 건설본부에 순환골재 의무 사용 위반 건으로 2회의 행정 처분을 내렸다. 지금까지 건설업계 담당자가 순환토사나 순환골재 의무사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건설폐기물법 위반 시 가차 없이 행정 처분을 내려야 법을 지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순환진흙'은 건설 오니를 PH 9.8 이하로 중간 처리한 토사를, ‘순환토사’는 건설폐토석을 건설폐기물 처리기준 등에 적합하게 처리한 토사를, ‘순환골재’는 건설폐기물에 물리적, 화학적 처리과정 등을 거쳐 품질기준에 맞게 만든 골재를 말한다.

‘순환골재 등 의무사용 건설공사’는 순환골재 및 순환골재 재활용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건설공사를 뜻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또는 각 목의 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공사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구조와 규모 그리고 용도에 해당하는 건설공사로 법으로 정해놨지만 이를 위반해도 처벌은 없다. 어차피 같은 국가기관이다 보니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건설폐기물법에 따라 순환골재는 건설폐기물법 제2조 15항에 의거 공공기관 및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사업시행자는 건설폐기물법시행령 제4조 3항 및 제52조에 의거 관계법령에 따라 인가‧허가된 건설공사의 성토용 복토용으로 사용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돼 있다.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인 명송에서 생산한 양질의 순환토사 /사진제공=명송 

그렇다면 공사 시행사는 법적으로 의무사용이 명시돼 있음에도 그간 순환진흙‧순환토사 및 순환골재 사용에 왜 적극적이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황준 부산중동부 건설순환자원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순환골재는 천연골재와 유사한 품질 수준을 갖춰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하고 공급가격도 천연골재보다 저렴해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를 갖춘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으로 순환토사나 순환골재 의무 사용률이 정해져 있지만 기피하는 이유는 과거 일부 업체들이 낮은 품질의 순환골재를 생산했기 때문“이라며 “품질이 낮으니 불신이 쌓였고 혹시나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 항의 등 문제가 생길까봐 거리를 둔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에 순환토사나 순환골재를 만드는 재활용 업체가 600여곳이다. 조달청에서 공공기관 용역 입찰 공고를 낼 때 순환토사와 순환골재가 받을 수 없는 KS품질 인증 마크만을 내세워 원천적으로 재활용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황 이사장은 “법으로 순환골재 의무사용 40%를 명시했는데, 조달청은 입찰 공고 기준에 순환골재는 받을 수 없는 KS품질 인증마크를 고집한다. 이것은 조달청의 횡포다. 게다가 의무사용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 받은 곳이 전무한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덧붙여 “지난 1년간 조달청과 싸웠다. 그 결과 조달청 입찰 공고 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인증하는 KS품질 인증 마크와 동급의 RSB-1(순환토사 품질 인증마크) 그리고 RSB-2(순환골재 품질 인증마크)도 포함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RSB-1과 RSB-2 품질 인증마크를 받았다는 건 KS 인증마크 수준의 품질로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다. 제 식구 벌주기가 쉽지 않으니 시간을 끌며 행정처분 없이 넘어가거나 약하게 처분하는 등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기관들의 행태도 문제다. 의무사용률을 지키지 않을 시 강력한 행정처분은 당연하고, 감사원은 행정 처분의 결과까지 확인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부산항 건설사무소 항만개발팀 담당자에게 항만건설공사 현장에 환경시험검사 기준을 만족한 순환진흙‧순환토사 및 순환골재를 각 용도에 맞게 재활용할 것인지 여부를 묻자 항만개발팀장 L씨는 “환경일보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느냐”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질의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본지 취재진은 “건설폐기물법에 따라 순환골재는 건설폐기물법 제2조15항에 의거 공공기관 및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사업시행자는 건설폐기물법시행령 제4조 3창 및 제52조에 의건 관계법령에 따라 인‧허가된 건설공사의 성토용 복토용으로 사용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돼 있다. 순환골재가 환경시험검사법 제6조의 의거 환경오염 공정시험기준 및 품질(입도 및 채가름 등)이 성토 및 복토에 적합할 시 귀 사무소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현장에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다“라고 4월1일 부산항 건설사무소장(항만개발과장) 앞으로 질의서를 보냈다. 

이틀 후인 4월3일 “국토교통부에서 건설사업의 토석발생 정보를 상호 공유해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인 ‘토석정보시스템’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판단된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2022년 자원순환 선도 공로를 인정받아 부산항만공사는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부산항만공사 

부산항 건설사무소는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일관했다. 2022년 자원순환 선도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받은 부산항만공사가 ”적극적으로 순환토사나 순환골재 의무사용을 지키겠다”라는 답변과는 대조적이다. 

부산 공사 현장에 쌓여만 가는 실트질 및 점토질 토사의 해결 방안을 무엇일지 그 고민에서 출발한 취재였다.

순환진흙‧순환토사와 순환골재 등 법적 의무사용률이 정해져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을뿐더러 법을 위반해도 처벌하지 않는 실상을 여실히 들여다봤다.

관련 기관 담당자들은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이다”라면서도 결론은 “관할이 아니다, 그 부분까지 개입하긴 곤란하다”며 누구 하나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순환골재 사용 시 환경적으로 천연자원 고갈을 막고 건설폐기물을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 비용적으로 천연 골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 처리와 수송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새로운 자원을 채굴하고 처리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든다.

순환골재 생산 업체는 양질의 재활용 제품을 내놓아야 하고 건설업계는 기존의 순환골재 관련 인식을 바꿔 수용도를 높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시 자원순환과 담당자는 "향후 엄격한 행정처분으로 실질적인 자원순환을 이루도록 힘쓰겠다"라고 전했다. /사진제공=부산시

부산시 자원순환과 담당자는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가 양질의 품질을 엄수하도록 감시하고 건설폐기물 재활용 제품 의무사용 기관은 중간 처리한 순환진흙‧순환토사 및 순환골재를 재활용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힘쓰겠다. 엄격한 행정처분을 내려 실질적인 자원순환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건설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재활용 자원의 개발과 활용이 중요한 상황에서, 품질 표준의 개선과 기술 혁신, 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