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화경찰서 주차장 공사장, 폐기물 불법 매립 논란
주민 제보로 드러난 폐콘크리트·철근 등 매립 정황 포착 감리 없는 허위 보고 의혹에 종로구청도 책임 논란 콘크리트 옹벽 해체로 안전성 우려··· 종로구청 ‘문제 없어’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 72-9번지에서 진행 중인 '혜화경찰서 기계식 주차장 건축공사' 현장에서 폐기물이 불법 매립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핵심은 건물 해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잔재물, 폐벽돌, 철근 절단물 등 건설 폐기물이 정식 처리 절차 없이 지하에 몰래 묻었다는 것이다.
건축공사 시 발생하는 폐기물은 폐기물관리법 및 국토교통부 지침(국토교통부 훈령 제2022-446호, 건축물 해체계획서의 작성 및 감리업무 등에 관한 기준)에 따라 반드시 적법하게 운반 및 처리돼야 하며, 그 처리 과정은 해체계획서와 감리보고서에 상세히 기록돼야 한다.
해당 공사가 진행됐다는 것은 관계자가 해체계획서와 감리보고서에 폐기물 처리 계획을 수립해 구청에 허가를 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나아가 건축법 제22조 및 제45조(건축허가 및 해체 신고), 제81조(허위서류 제출 시 처벌 조항)에 따라 공사 중에도 폐기물 처리에 대한 철저한 감리와 점검이 필요하다.
이처럼 감리자는 감리일지를 통해 공정별 처리 사항을 철저히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해당 공사에서는 이와 같은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민이 제보한 영상과 사진을 확인한 결과, 굴착기가 폐콘크리트 덩어리를 잘게 부숴 땅에 매립하고 있었다.
이에 주민들은 민생사법경찰에 현장을 신고했고,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사장 측이 폐기물 반출 신고 없이 무단으로 폐기물을 반출하다가 주민들에게 다시 적발되기도 했다.
이번 불법 매립을 제보한 주민은 “현장 관리감독의 부실과 감리자의 소극적 점검이 겹친 구조적 부패의 전형”이라며 “해당 지역은 주거 밀집 지역으로, 폐기물의 지하 매립은 토양오염과 인근 지하수의 2차 오염 가능성을 높이는 심각한 환경적 위협 요소다. 사진·영상 증거가 확실한 만큼, 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책임자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관리 규정에 따르면 폐기물이 부적절하게 처리되면 시공자뿐 아니라 발주처, 감리자, 건축주 모두가 책임을 질 수 있다(건축법 제81조 제 1, 3, 5항).
특히, 규정 제81조에 따르면 공사의 허가를 위한 자료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하면 건축허가가 취소되거나 벌금,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폐기물 불법 매립 사건은 단순한 시공 부주의를 넘어, 허위 보고와 함께 관할 구청의 무책임하고 안이한 행정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폐기물 불법 매립과 관련해 종로구청 환경과 담당자는 “불법 매립과 관련해 현장 조사중이며, 관계자 처벌은 매립한 폐기물 양에 따라 달라진다”며 “지하수 오염 우려에 대해선 지난 14일 주민들과 함께 지하수 수질 검사를 진행했으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아침에 철거된 옹벽에 불안한 주민들··· 합법인가 불법인가?
이와 더불어, 해당 공사에서는 옹벽 철거와 관련된 구조 안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주민들은 공사 현장에 가로 15m, 높이 약 5m에 달하는 옹벽이 존재했으며 이 구조물이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철거된 정황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옹벽은 토사의 붕괴를 방지하고 지형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되는 구조물이다. 일반적으로 도로나 건축물 주변 경사지 등에 설치되며 외벽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외벽은 건축물의 외곽을 형성하며 실내외를 구획하는 역할을 하지만, 옹벽은 지반의 수평력을 지지하고 붕괴를 막는 기능이 주된 목적이다. 그 구조적 성격상, 옹벽 해체는 주변 지반이나 인접 구조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정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공사 현장은 도로 및 다세대 주택 등과 인접해 있어 옹벽 철거 시 지반침하, 건물 기초 노출, 배수 문제 등 다양한 위험이 동반될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철거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나 대책이 마련됐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 대표는 “콘크리트 옹벽이 있을 경우 공사 심의를 받기 매우 까다롭고 허가가 지연되기 때문에, 현장 측에서 의도적으로 콘크리트 옹벽을 건축물의 외벽으로 속이고 진행했다”며 “주민측에서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만 줄자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 파괴된 옹벽은 최소 길이가 1.5m 이상이다. 공사 중인 옆 건물의 지하에는 누수가 일어나고 지하벽 균열도 점점 더 커져 세입자들의 불만이 계속해서 커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콘크리트 옹벽은 중대재해법에서 정하는 안전 구조물로서, 이를 파괴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안전 시설물 보강 후 사용승인을 다시 내주는 것이 당연하다. 즉시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주장대로 공사 단계에서 콘크리트 옹벽의 존재를 숨기고 심사를 받았다면 건축법 제79조(위반 건축물 등에 대한 조치 등)에 따라 공사 중지를 명하거나 건축물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시공사측 관계자는 “이번 공사는 지하층은 존치하고 지상만 철거 및 주차타워를 건립하는 공사로서, 지하의 옹벽이라던가 건물의 벽체는 그대로 존치가 돼 있다. 안전상 문제는 전혀 없다고 판단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종로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문제가 된 구조물은 공사 심의 당시 존치 구조물로 판단해 심의를 받은 옹벽이며, 일부 철거는 주차장 내 턴테이블 설치를 위한 부분적인 조치”라며 “현장에서 철거된 구간은 1m 내외로 확인됐으며, ‘건축법’ 제40조 및 제41조 적용 여부에 관해서도 법률 조언을 받은 결과 해당 조항에 따른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구청은 현재 현장의 법적 위반사항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현재 민원인과 법적 해석 및 파괴된 옹벽의 크기에 차이가 있는 만큼 계속해서 대화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안전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과 해석에 차이가 있는 만큼, 관계 구청은 모든 정황을 면밀히 살펴 공정하게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