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톡톡] 지속가능한 배터리 산업의 키 ‘배터리 여권’

ESG경영 강화, 윤리적ꞏ친환경적 공급망 관리, 소비자 신뢰성 확보

2025-04-18     편집국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천혜원

[환경일보] 전기차와 ESS(에너지저장장치)의 확산으로 배터리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ESS에 대한 리튬이온배터리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35년에는 618GWh, 8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배터리의 생산과 폐기는 수입 원자재 등의 공급망 불투명성과 환경 관련 문제를 동반한다. 배터리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배터리 여권’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

배터리 여권은 QR코드를 통해 배터리의 원재료 조달, 사용, 기본적인 성능, 광물, 생산 시 배출된 탄소량, 생산지, 재활용 가능 금속, 제조사까지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공급업체의 에너지 요금,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계산해 배터리의 탄소 발자국, 재활용 가능성, 원재료의 윤리적 조달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EU는 2020년 12월, 배터리의 순환경제 촉진과 지속가능성 향상, 공급망 투명성 강화를 위해 유럽 배터리 규제안을 제정했다. 이에 따르면 2027년 2월부터 용량이 2kWh 이상인 모든 산업용, 자동차용 배터리는 배터리 여권을 부착해야 하며, EU 회원국 내에서는 EU의 환경 규제에 부합하는 배터리만 거래되도록 할 계획이다. 세부 내용으로는 EU가 요구하는 안전사항 및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도 충족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배터리 여권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독일부터, 미국, 일본과 중국, 최근 한국까지 국내외에서는 배터리 여권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관련 규제를 제정하는 등의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2023년,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사용 후 배터리 통합 관리 체계’ 업계안과 법률안을 정부에 제출한 데에 이어 지난 3월에 개최된 인터배터리2025에서도 SK-on이 무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접목한 액침냉각 배터리 팩을 선보이며 배터리 여권의 보급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배터리 셀 탭에 무선 칩을 부착하고, 해당 칩이 수집한 정보를 모듈의 안테나가 BMS에 전송하는 구조로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배터리의 정보를 저장·관리하기 용이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6년부터 ‘ACC(Advanced Clean Car)Ⅱ’ 규정을 통해 배터리 제조사와 구성 물질, 전압, 용량 등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8년부터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EVMAM-TBRAT)'을 구축해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국제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을 통해 배터리 원산지나 제조회사 출처를 숨기는 것은 소비자를 오도하는 불공정한 표시로 지양할 것을 권고했다. 일본에서도 2024년 4월, 민간이 주도하는 배터리 공급망협의회(BASC)가 EU 배터리 여권과의 호환성 및 확장성을 살린 일본식 배터리 공급망 디지털 플랫폼을 설계하면서 EU 배터리 여권 제도 도입에 대응하고 있다.

김천 LiB플레이크 생산거점 전기차 폐배터리 /사진=환경일보DB

배터리 여권은 기업, 정부, 소비자 입장에서 모두 효과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ESG 경영을 강화할 수 있으며, 사용 후 배터리의 재활용을 확대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또한, 배터리의 수명을 예측해 이에 맞는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 폐배터리로 인한 환경 오염 심화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며 탄소중립 목표에 달성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을 관리하고 윤리적ꞏ친환경적으로 산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터리 원료 재활용을 통한 재자원화로 희토류 역외 유출을 억제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터리의 상태와 원재료 및 생산까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공급망 불투명성이라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으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초기 도입 비용과 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1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중소업체를 포함한 기업들에서 수많은 부품을 생산해 자동차 기업에 납품한다. 이때 중소업체에서도 배터리 여권 QR코드에 입력할 정보들을 제작하고 저장할 기술력을 갖춰야 하며, 이것이 어려울 경우 자동차 기업에서는 정보의 누락이 생겨 배터리 여권으로서의 온전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즉, 배터리 여권 제도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업 간의 데이터 공유와 블록체인 및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배터리 여권은 배터리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기업과 소비자, 정부 모두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제도이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는 배터리 여권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국내 배터리 기업과 정부에서도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이터 관리 문제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상호 협력적인 자세를 가지고 효과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천혜원 chw27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