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뉴 노멀 시대··· “두 발로 먼저 실천해야 할 탄소중립”
부산시, 4월22일 제55주년 지구의 날 기념식 개최 ’해보자고 기후행동! 가보자고 적응생활!‘ 주제로 다채로운 행사 진행 박창희 이사장 “일상생활 속 탄소중립 시민 생활 실천 1순위는 걷기”
[부산=환경일보] 장가을 기자 = “우와!” 장내는 감탄사 연발이다. 순식간에 ‘낙지’와 ‘장어’가 등장, 이번에는 매직으로 물고기 그림을 뚝딱 그려내더니 그의 손아귀에 ‘우럭’이다. 미스터트롯3에 출연한 김영진 마술사, ‘지구의 날 기념식’을 맞아 ‘탄소제로 마법의 시작’ 주제로 이름하여 ‘해산물 마법’을 선보였다.
4월22일 ‘지구의 날’은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기름 유출 사고를 계기로 자연파괴와 환경오염 문제를 널리 알리고자 제정됐다.
당시 하버드생이던 데니스 헤이즈가 연 첫 행사에 2000만명이 넘는 이들이 참가해 연설과 토론회 등을 가졌고 특히 뉴욕5번가에서 자동차 통행을 금하고 60만명이 넘는 이들이 센트럴파크 환경집회에 모였다.
1972년 113개국 대표가 스웨덴 스톡홀름에 모여 ‘지구는 하나’ 주제로 환경보전 활동에 유기적 협조를 약속하는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한다. ‘지구의 날’이 세계적 규모의 시민운동으로 자리한 건 1990년, 그해 행사에 세계 150여 개국이 참가해 지구 살리기에 인류공영이 달렸다고 호소한다.
2009년부터 ‘지구의 날’을 전후한 일주일을 ‘기후변화 주간’으로 정한 정부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중립 생활 실천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와 소등행사 등을 진행해 왔다.
‘제55주년 지구의 날 기념식’에 시민과 유관기관 등 200여 명이 모여든 부산시청 12층 대회의장. 온실가스 감축에 일조한 유공자 포상식과 진귀한 마술쇼에 이어 ‘걷고 싶은 도시와 시민주도 탄소중립’ 주제로 박창희 (사)부산걷는길연합 이사장이자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알토란 같은 강연이 이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시대, 그야말로 뉴노멀 시대를 산다. 다시금 기후변화 위험성을 절감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라며 인사말을 전한 허극 부산시 탄소중립정책과장은 기념식에서 온실가스 감축 유공자 표창에 이어 2024년 그린 아파트 포상을 진행했다.
온실가스 감축 유공자는 배출권 거래제와 생활실천 등에 기여한 자를, 그린아파트 포상은 평가·산출기준 정량평가(상위 20개) 후 정성평가(위원심사)에 의거 선정된 아파트에 기여한 자가 대상자였다.
시 탄소중립정책과 담당자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대상시설 업무차량의 에너지(유류)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인정돼 표창 대상자로 선정했고 온실가스 감축유공자는 부산광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조례 제33조에 의거해 탄소중립 생활실천 사례 전파, 온실가스 감축 실천 등에 기여한 자를 선정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또 공공부문 탄소중립 유공자는 공공부문 선제적 탄소중립 추진을 통해 기관의 온실가스 감축과 감축을 위한 사업 추진 등 탄소중립 실천에 기여한 자로 선정했다.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제26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준수해야 한다. 2024년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추진 결과 청사에너지 절감 이행 노력도 등에 따라 에너지 감축 우수 구‧군의 업무 담당자를 유공자로 정했다”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을 뜻하는 말로 본능적으로 인간은 걷거나 떠나는 존재”라며 강연 운을 뗀 박창희 이사장, 걷기 좋은 길의 다섯 가지 조건으로 흙길과 운치, 이야기와 길동무, 맛집을 든다.
“탄소중립 실천이 목표인 넷제로워크 앱 잘 만들었다. 다들 활용하면 좋겠다. 하루 만 보를 걸으면 탄소 1000g를 줄인 것과 매한가지다.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탄소중립 방법 1순위는 바로 ‘걷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는 2009년부터 갈맷길을 조성해 총 9 코스로 23개 구간 278.8km를 완성했다. 갈맷길 도보인증제(39개소)도 실시해 2013년부터 올해까지 약 만여 명이 완주한 상황이다”라며 “갈맷길은 사포지향 즉 바다와 강 그리고 산과 온천을 품었다. 바닷가를 걷다 보면 어느덧 산속이고 산을 벗어나면 강이 보인다. 게다가 노곤한 몸을 기댈 온천도 있다. 9코스 278.8km 갈맷길 그 매력은 걷는 자만 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들 로망이 크다. 둘 다 걸어봤다. 내 선택은 전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는 올레길 개발로 관광 패턴이 아예 바뀌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 받아 탄생한 곳이 여기다. 오마이뉴스 편집장이던 서명숙 씨가 비영리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설립하고 이사장이 됐다”라며 “부산은 갈맷길뿐만 아니라 범어사 11암자길, 천마산 홀리 로드, 원도심 평화순례길 등 산티아고 능가하는 순례길도 넘쳐난다. 부산이 품은 숱한 길이 그 가치에 비해 흥행이 저조한 건 왜일까. 하드웨어를 뒷받침할 색다른 소프트웨어 즉 다양한 축제와 교육 그리고 이벤트 등 획기적인 문화콘텐츠 기획과 접근이 절실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한다.
박 이사장은 부산 도심 걷기 실상을 날 세워 비판했다. 그는 “부산은 과연 ‘걷고 싶은 도시’일까? 선뜻 답하기 어렵다. 특히 도심은 차량 중심이라 보행자에 대한 고려는 전무하다. 부산진구 서면에서 동구 부산역까지 10km다. 보도블록 단차가 심하고 중간중간 보도가 끊긴 곳도 태반이다. ‘살기 좋은 도시’는 곧 ‘걷기 좋은 도시’다”라고 전했다.
이어 “‘베리어 프리(Barrier-free)’ 다들 들어봤을 거다.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편하게 살아갈 수 있게 물리적인 장애물과 심리적인 벽 등을 제거하자는 운동‧정책이다. 영문을 직역하자면 장벽(barrier)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자다. 보행권리장전 제정 등 시가 노력했지만 걷기 좋은 도시에는 여전히 미달이다”라고 지적했다.
베리어 프리는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건축학 분야에서 사용됐다.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편히 살 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을 때 ‘문턱 없애기 운동’을 전개,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
박 이사장이 꼽은 최상의 흙길은 ‘한국관광 100선’에 4번이나 선정된 대전 계족산 황톳길, 그는 전국에서 제일 긴 14.5km, 끝없이 펼쳐진 붉은 황토를 꼭 밟아보길 권했다.
“걷다 보면 생각이 스치고 풍경이 바뀌고 걸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신의 호흡대로 걸으면 그만이다. 빠를 필요도 경쟁할 이유도 없다. 그저 ‘걷기’ 몰입하면 몸의 균형과 조화는 물론 묵직한 여운은 덤”이라는 박 이사장, “너도 한 걸음, 나도 한 걸음! 걷기는 민주주의와 닮은꼴”이라는 그 말이 오래 귓전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