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에서도 소외당하는 환경
기후위기, 4대강 녹조독소 등 환경 의제 외면
[환경일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본선 이전 정당 예비선거 단계에서도 후보들은 공약 대신 네거티브 전략으로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다. 이는 본선 무대에 가서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내가 일을 잘하니 나를 뽑아주세요’가 아니라 ‘저놈이 싫으면 나를 뽑아주세요’는 언제나 잘 먹히는 선거전략이다.
이처럼 네거티브를 전제로 한 대선판이라도 경제와 관련된 공약은 언제나 빠지지 않았다. 실현 가능성은 나중에 따지고 당장 말만 들어보면 내일이라도 불황을 타파하고 경제 대국으로 나아갈 것 같은 그럴듯한 사탕발림들이 난무한다. 거기에 필요한 돈이 국민들이 낸 혈세라는 점은 숨겨두고.
기후위기 심화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 받는 와중에도 환경과 기후에 대한 전망과 계획은 언제나 선거에서 뒷전이다.
MB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은 환경단체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재앙이었다. 홍수 예방 효과는 증명하기 힘들지만, 생태계 파괴는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환경단체들은 이제야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수생태계가 회복되리라 기대했다.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4대강에 대해 협의했고 각종 정책을 쏟아냈지만, 결국 단 한 개의 보도 철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기가 끝났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4대강에 관한 논의들은 뒤집혔다.
자연은 그대로지만 정권의 입맛에 따라 이리저리 정책이 바뀌고 객관적인 연구결과마저 부정당하는 일이 숱하게 벌어졌다.
2024년에는 낙동강 유역 주민의 콧속에서 녹조독소가 검출되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물, 공기, 농산물 등 다양한 경로로 노출된 녹조독소가 이제 인체 내부에서도 검출된 것이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협력해 낙동강 유역 주민 97명을 대상으로 벌인 콧속 녹조독소 검출 조사에서 46명에게 녹조독소가 검출된 바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녹조독소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나 장소에서 조사한 후 ‘녹조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라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조사 방법을 신뢰할 수 없다 주장했고, 오히려 시민단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
그 결과 윤석열 정부의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에서 ‘자연성 회복’ 목표가 삭제됐고,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폐기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는 등 환경정책은 뒷걸음질 쳤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반대는커녕 반대 논리를 뒷받침할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에만 주력했다.
IPCC는 이미 산업화 이후 1.5℃ 기후 상승은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 변화가 절실하지만, 이번 대선에도 역시 환경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선이 끝난 이후에는 시민단체 출신 하나 환경부 장관으로 낙하산으로 앉혀놓고 생색이나 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