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불이 나면 탄소중립 달성 못한다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

2025-04-24     편집국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최근 산불은 더 빨리, 더 많이, 그리고 더 크게 온다. 산불 발생은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원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발생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지난 의성산불은 한낮 기온이 20℃를 웃도는 따뜻한 주말 3월 22일에 발생했다. 2022년의 울진산불은 3월 4일 발생했다. 이 당시에도 10℃ 언저리였던 기온이 유례없이 상승해서 최고 기온이 18℃에 육박했었다.

사람의 활동 측면에서는 따뜻한 봄날씨로 인한 야외활동의 갑작스런 증가 또한 동시다발적인 산불의 원인이 됐다. 의성산불이 난 3월 22일에만 전국적으로 29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그리고 환경 측면에서는 연료가 많은 산이 이어져 있다는 것이 산불의 대형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는 밀도가 높은 산림이 87%에 해당한다. 이번에 산불 피해가 컸던 경북은 90%에 해당한다.

산불의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현재까지 올해의 산불 피해 면적은 10만4000ha이며, 전체 피해액은 약 1조1306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피해액 계산에는 이산화탄소 흡수원 소실과 산불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빠져 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22년도 온실가스 인벤토리 산정 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산불피해가 심한 의성군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51만 톤인데, 탄소흡수량은 약 62만 톤에 달한다. 의성군은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산림을 포함한 생태계의 흡수량이 약 11만 톤 많아 탄소중립이 이미 달성된 기초지자체에 해당한다. 그런데 2만8853ha의 의성군 산불로 약 20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돼 연간 11만 톤의 초과 흡수량은 사라지고 190만 톤 이상 순배출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의성군은 이번 산불로 탄소중립을 달성한 기초지자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지자체가 된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기초지자체도 마찬가지이다(표). 이와 같이 산불이 나면 지자체와 국가의 탄소중립 달성은 어렵게 된다.

2024년 지역 온실가스 배출량(2010-2022) 시범산정 결과 /자료출처=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올해의 산불 피해 면적 10만4000ha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약 700만 톤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연배출량을 대략 7억 톤이라고 하면, 한 번의 산불로 1년 배출량의 무려 1%가 추가된 셈이다. 게다가 그간 산불 피해 면적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해마다 증가해 왔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한다면,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연별 산불 피해면적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2025년 산불의 경우 3월 21일 22일에 발생한 대형산불(경북, 경남, 울산)을 대상 산정 /자료출처=산림청

산불이 나면 엄청난 사회적 손실과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이산화탄소 흡수원이 사라지고 온실가스가 배출돼 탄소중립 달성을 어렵게 해 국가적 손실과 비용도 증가한다. 기후변화와 함께 중요하게 다뤄지는 생물다양성도 더 빨리 감소하게 된다. 산불예방 활동으로 산불이 발생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사회 및 국가적 손실과 비용이 현격히 감소하고, 온실가스 흡수원 및 생물다양성 유지라는 사회 및 국가적 편익은 그대로 살릴 수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 편익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상태로 산불예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수용성을 얻을 수 있을까?

이번 ‘의성산불’ 피해 지자체 중 도시인 안동시, 화력발전소가 있는 하동군을 제외한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산청군은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흡수량이 많은 역배출(Negative Emission)의 탄소중립이 달성된 기초지자체였다. 이들 지자체가 그간 초과 흡수한 111만 톤에 해당하는 333억 규모의 탄소가치가 이들 5개 기초지자체의 예산에 반영돼 온실가스 감축 차원의 농촌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 기후변화 적응차원의 산불, 산사태 등 재난예방사업에 쓰였다면 더 살기 좋고 산불 위험이 낮은 지자체가 되지 않았을까?

탄소중립 달성 지역(하늘색 부분) /자료제공=고려대학교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전국 산림이 연간 약 43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와 같이 흡수되고 저장된 가치는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가치인 259조의 약 38%인 97조원에 해당한다. 이처럼 이산화탄소 흡수 및 저장에 의한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막대하다. 이 가치가 ‘공익가치’로 머물지 않고 실질적 편익으로 작동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탄소중립이 달성된 기초자자체와 마을이 보고되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 지역(지도의 하늘색)과 인구감소 지역(지도의 하늘색)의 분포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는 탄소중립 달성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인구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탄소중립은 달성됐으나 인구가 적은 지역은 산림관리 인력 자원의 부족으로 산불, 산사태 등 기후재난 대응에 취약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달성’ 마을에 최소한 초과 흡수한 탄소가격만큼의 예산을 배정해 감축사업 측면의 농촌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 적응 측면의 환경개선 및 기후재난예방사업, 산림지 농경지 등의 토지기반 순환형 산업 증진을 통한 생물다양성 증진 및 지역 활성화 등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인구 감소 지역(하늘색 부분) /자료출처=행정안전부

기술적으로는 산불예방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 국민이 참여하는 예방 활동으로 산불이 나지 않게 해야 하고, 이때 발생한 사회적 편익이 지역의 실질적 편익으로 실현돼 지역 활성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