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톡톡] 산불 진화의 끝은 기후재난 대응으로

기후적응형 산림 관리와 신재생에너지 전환 동시에 이뤄야

2025-05-01     편집국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윤민서

[환경일보] 2025년 3월, 경북과 경남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수천 헥타르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며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불씨의 시작은 성묘객의 부주의, 예초기 사용 중 발생한 불꽃, 누전 등 ‘인재’였지만, 그 피해가 이토록 급속히 확산된 데에는 명백히 기후적 요인이 작용했다.

당시 강풍과 고온, 건조한 날씨는 산림을 순식간에 타 들어가게 했다. 짧은 단비가 내렸던 지역에도 강수량이 매우 적고, 강한 바람을 동반했기 때문에 산불 진화에 효과는 거의 없었다. 이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기후재난의 성격을 띤 복합재난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기후변화는 산불의 위험성을 높여준 배경이 됐기에 기후재난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매년 강해지는 태풍, 국지성 폭우, 한파와 폭염, 그리고 산불까지, 기후재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탄소 배출량에서 찾을 수 있다. 탄소 배출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지구의 평균기온은 상승하고 있고, 이로 인해 날씨는 더 불규칙하고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산림을 건조하게 만들고, 평소보다 더 강한 바람과 열기를 유도하며, 작은 불씨조차도 통제불능의 재난으로 번지게 만든다.

실제로 2025년 3월의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1.5℃ 이상 높았으며, 강수량은 40%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산림 내 수분 함량을 급격히 낮춰, 낙엽, 잡목 등의 연료 물질이 바싹 마른 상태로 방치되도록 만든다. 이처럼 수분이 적은 산림에 불씨가 떨어졌을 때 착화점에 훨씬 쉽게 도달하며 화염의 전파 속도도 빨라진다. 여기에 풍속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경북 지역에서는 순간 풍속이 초속 25m에 달하는 강풍이 관측됐다. 강풍은 불꽃과 불씨를 수백 미터 이상으로 날려 보내는 비화 현상을 유발한다.

우리나라는 산불 조기경보 시스템을 확대하고, 드론과 위성을 활용한 실시간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등 기술 중심의 대응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사후적 대응에 가까우며, 기후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구조적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 기후재난 대응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인 호주는, 극단적인 고온·건조한 기후로 인한 산불 발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국가다. 이에 따라 호주는 단순한 화재 진압을 넘어 ‘산불 적응형 정책’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연료 축적 저감(vegetation fuel load reduction)’ 정책을 통해 산림 지역의 낙엽·고사목 등을 미리 제거하거나, 통제된 범위 내에서 예방적 소각(controlled burning)을 실시해 대형 산불로 확산될 위험을 줄이고 있다. 또한, 산불로 파괴된 목재와 농업 폐기물을 바이오매스 발전 연료로 전환하는 순환형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며, 재해 대응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통합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지난 4월28일 발생한 대구 북구 산불 현장 /사진제공=산림청

한편, 스페인은 산불 발생 지역이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로 우리나라의 남부 지역과 유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은 기후적응형 산림 관리와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기후재난 자체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려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2030년까지 국가 전력의 74%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 아래, 태양광·풍력 인프라를 확대하며 탄소 배출 감소와 재난 발생 억제 효과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아울러, 고위험 산림 지역 인근의 건축 규제 강화, 지역사회 기반 산불 대응 훈련 등 거버넌스 측면의 통합 대응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기후재난을 단순한 비상사태가 아닌, 기후 전환을 요구하는 ‘징후’로 받아들여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 실현 등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되고 있다. 산불을 줄이려면, 그 원인인 기후변화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기후를 바꾸려면, 에너지를 바꿔야 한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윤민서 minie0305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