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꼭꼭 숨긴 시멘트 속 진실

정보공개 의무화로 국민의 건강권 보장해야

2025-05-15     편집국

[환경일보] 시멘트는 건축의 기본이다. 그러나 그 기본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의 구조물’이라면? 

최근 시멘트환경문제해결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밝힌 바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투입되고 있는 산업폐기물이 6가크롬, 카드뮴, 수은 등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지만, 관리 기준은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6가크롬의 경우, 유럽연합(EU)의 기준은 2ppm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열 배인 20ppm까지 허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치상의 문제를 넘어 생활공간 내 누적 노출 위험을 방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중금속 성분에 대해서는 아예 기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어떤 중금속은 통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강원도 한 시멘트 공장  /사진=환경일보DB

범대위가 촉구한 ‘주택법’ 개정안은 이러한 구조적 부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폐기물 시멘트가 사용된 건축물에 대해 성분, 사용량, 제조사 정보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는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이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식품에는 성분표시가 있고, 자동차에는 배출 기준이 존재하는데, 왜 수십 년간 우리가 사는 집의 벽과 천장을 구성하는 시멘트에 대해서는 어떤 정보도 알려주지 않는지 의문스럽다. 

시멘트공장은 주로 지방 소도시에 밀집돼 있고, 주민들은 대기오염과 소음, 분진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시멘트공장 인근 지역의 제천, 단양, 삼척 등지에서는 인구소멸을 비롯해 주민들의 환경권·건강권을 위협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들이 환경·보건에 대한 공약을 구체화하고 있는 지금, 시멘트 문제를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이제 공허한 약속이 아닌 법과 제도를 통한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폐기물 시멘트 문제는 특정 지역의 민원도, 일시적 이슈도 아니다. 국민 모두가 살고 있는 공간, 그리고 미래 세대가 살아갈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자 책임이다. 국회는 주택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부는 시멘트 제조기준과 관리체계를 EU 수준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더 무겁게 지금의 경고를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