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톡톡] AI의 이면, 막대한 전력 소비 부담
화석연료, 수도권 집중화 탈피···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전환 필요
[환경일보] 최근 소셜미디어를 보면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진 따뜻한 감성의 이미지들이 자주 눈에 띈다. 어릴 적 애니메이션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해 많은 사람이 이미지 생성을 위해 챗지피티(ChatGPT)를 사용했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전력 소비 문제는 간과되고 있다.
카네기멜런대학교와 허깅페이스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이미지 1장을 생성하는 데 약 2.9Wh의 전력이 사용된다. 이는 단순한 문단 요약 작업보다 약 60배 많은 전력이다. 이러한 막대한 전력 소모는 단지 이미지 생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번역기, 추천 알고리즘, 음성 비서 등 수많은 AI 기술은 모두 고성능 서버를 통해 작동하기 때문에 매 순간 전력을 소모하고 있다.
AI 서비스 작동의 중심에는 데이터센터가 있다. 수천 대의 서버가 24시간 작동하고 냉각 시스템, 전력망을 갖추고 있어, 중소 도시 하나의 연간 전력 사용량에 맞먹는 에너지를 소비한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 사용량은 약 13.5TWh로, 울산시 전체 연간 전력 소비량과 필적한다. 생성형 AI 수요의 꾸준한 증가와 더불어 메타버스, 고화질 스트리밍 등의 상용화로 데이터센터는 더 많고 크게 건설되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가 발간한 ‘KOREA DATACENTER MARKET 2024~2027’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는 민간 85개, 공공 68개 등 총 153개로 집계되었다. 민간 데이터센터의 2022년 매출은 약 3조9000억원이며, 이 중 상업용 데이터센터의 매출은 약 1조93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7%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한국전력공사가 데이터센터에 공급한 전력은 총 1986MW로, 지역별로는 서울(32.9%), 경기(34.3%), 대전·충남(8.2%)순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3년 3월 9일 발표한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에 따르면,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총 732개소, 4만9397M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3년 대비 무려 2388% 증가한 수치다.
데이터센터 입지의 60%, 전력 수요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이러한 집중도는 2029년까지 8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도권 내에서는 계통과 전력 수급의 한계로 인해 데이터센터 건설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실제로 2029년까지 수도권에 신청된 601개소 중 단 40개소(6.7%)만이 전력의 적기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구축을 위해서는 전력 공급이 용이한 지역으로의 분산 입지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및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데이터센터 운영이 필요하다. 전력 소비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IT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넷제로 데이터센터 구축, 직류 기반 설비 도입 등 재생에너지 적용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35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재생에너지로 소비전력의 100%를 공급하는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섰다. 제주도는 2024년 8월 9일 틸론과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중립 실현과 디지털산업 활성화를 위한 넷제로 인터넷 데이터센터 설립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LG전자는 지난 4월 26일 한국전력, 한화 건설부문과 ‘직류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직류 방식은 기존 교류 방식과 달리 전력 변환 과정 없이 냉각설비를 구동하므로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번 기술협약을 통해 3사는 10MW 규모의 데이터센터 서버 및 냉각설비 중 1MW를 직류로 공급하는 전력 소비 절감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발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AI 기술의 수요는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의 유행으로 인한 일시적인 증가세가 아닌, 장기적인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됐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 수도권 집중 현상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확대, 지역 분산형(수도권 집중 완화) 데이터센터 입지 정책, 저전력 설비 및 직류 기반 인프라 구축을 들 수 있다.
이미 일상 속으로 깊게 스며든 AI의 사용을 막는 것이 아니라, 전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AI 기술의 진보가 진정한 가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있는 에너지 소비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정책적 대응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맹주현 mjh2468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