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국회는 언제 시작할 것인가”

국회 포럼서 지방정부·여성·청년의 ‘실질적 참여’ 강조
중앙집중형 탄소중립 계획의 한계, 지방에서 드러나다

기후특위 상설화·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도 제기돼
“참여하라면서 권한은 주지 않아”···기후정책 이중구조 지적

2025-06-25     김인성 기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방향과 실행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24일 국회에서는 ‘기후변화 위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포럼이 개최됐다. 해당 행사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김인성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기후위기가 이미 시작된 현실에서, 이제는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왔다.

6월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기후변화 위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포럼에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방향과 실행 전략이 활발히 논의됐다. 이번 포럼은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최금숙)가 공동 주최하고, 전국여성단체연합 등 주요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정치는 기후위기에 응답하고 있는가?”

개회사를 맡은 임이자 의원은 “기후변화는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재의 위기”라며 “더 이상 선언적인 구호나 선언적 목표만으로는 부족하다. 국회가 입법과 예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길은 불편할 수 있으나, 그 길을 외면한다면 더 큰 비용과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포럼에서 제안된 내용들이 실질적 제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입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기후위기의 영향은 계층, 성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여성과 아동,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며 “기후정책이 보다 포괄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수립되려면 성인지적 관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기후정책의 최전선에 서야”

이날 포럼은 ‘기후위기 시대, 여성과 지방정부의 역할’이라는 소주제를 중심으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으며,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았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윤예선 소장은 “기후변화는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체를 전환하는 과정”이라며, 중앙정부 중심의 탑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는 ‘분산형 기후정책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소장은 특히 “지방정부는 주민과 가장 밀접한 거리에서 정책을 실현하는 행정 주체”라며 “그러나 현재 탄소중립 예산의 대부분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고, 지방정부는 자체적인 재정이나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정부에 기후 관련 예산을 직접 편성할 수 있는 재정 분권, 전문인력 육성, 지역 맞춤형 감축 로드맵 도입 등을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현주 연구위원은 기후정책에서 여성의 경험과 관점을 반영하는 ‘젠더기후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여성의 돌봄노동, 경제활동, 건강권에 불균형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성의 대응역량 또한 체계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후 위기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공동체를 돌보며 변화를 이끌어온 것은 여성들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기후정책은 대부분 성중립적 관점에 머무르고 있어 성별 불평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열띤 토론···기후특위 상설화,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제안 쏟아져

이날 종합토론에서는 학계, 환경단체,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해 다양한 입장을 나눴다.

김정하 서울시 기후정책팀장은 “기후위기 대응은 정책 의지와 실행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며 “지방정부가 정책을 집행하는 최일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앙정부와 국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의 탄소중립 시범지구 운영 사례, 에너지 전환 주민 참여 모델 등을 소개하며 “지역의 실천사례를 국책사업과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지현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은 “기후특별위원회의 상설화가 시급하다”며 “임시 기구로서는 속도감 있는 정책 결정과 추진이 어렵다. 기후위기 대응은 전 부처에 걸친 과제인 만큼, 국회 내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조은경 전국청년기후행동 대표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청년의 참여는 선언적 차원에 머물고 있다”며 “청년세대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과 집행 단계에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정부가 청년 기후정책 협의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실행을 위한 정치의 몫 남겨져

마지막 종합 정리 발언에서 임이자 의원은 “오늘 제안된 모든 내용이 실현 가능하도록 국회 차원의 논의를 이어가겠다”며 “특히 입법적으로 어떤 부분을 먼저 다뤄야 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후특위의 상설화 문제도 국회 내에서 논의하고 있으며, 국민의 동의를 얻기 위한 소통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는 100여 명이 넘는 시민단체, 전문가, 국회 관계자,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 메웠으며, 유튜브 ‘임이자TV’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담론은 이제 ‘중앙정부 vs 시민사회’의 구도가 아니다. 중앙·지방·시민이 함께 실천 가능한 기후정책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여성과 청년, 지방정부와 같은 다층적 주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와 예산, 권한 분배가 뒤따를 때, 선언은 실천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