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 중랑천에 생명이 돌아왔다
도심 속 작은 생태계의 발견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 = 환경일보] 이주예 학생기자 = 오염과 복원을 모두 겪어낸 중랑천은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 생물 다양성의 회복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지금, 도시와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또렷해지고 있다.
오염의 강에서 생명의 하천으로
서울 동북부를 가로지르는 중랑천은 한강의 대표적인 지류이자, 오랜 시간 도시의 개발과 오염을 동시에 겪어온 하천이다. 한때 심각한 오염과 도시화로 생명력을 잃었던 중랑천은, 지난 20여 년간의 생태환경 개선 노력으로 점차 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서울시는 2000년대 초부터 중랑천을 포함한 도시 하천을 대상으로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콘크리트 구조물을 제거하고 수변 식생을 복원하는 등 생물 서식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한 개선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중랑천 하류 일대에는 생물서식처와 생태 학습장이 조성되었고, 시민이 참여하는 환경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다시 살아난 도심 생태계의 징후들
중랑천 하류 일대는 특히 생물 다양성 보전의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랑천에서는 왜가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의 조류를 포함해 수서곤충, 담수어류, 양서류까지 다양한 생물군이 확인되고 있으며, 도심 하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종 다양성이 높은 편에 속한다. 2022년 이후에는 중랑천 하류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수달도 관찰된 바 있다. 수달은 하천 생태계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지표종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질과 먹이망, 은신처가 확보되어야만 서식할 수 있다. 이는 수질이 개선되었다는 의미를 넘어서, 하천이 생물 서식처로서의 기능을 회복했다는 생태적 성과로 해석된다. 특히 중랑천 하류 구간은 자연형 호안, 완만한 경사 구조, 식생대와 습지형 구간을 포함하고 있어, 도시 내에서 서식 가능한 생물군의 회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랑천에 비록 모든 생물을 직접 관찰할 수는 없지만, 이곳은 분명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회복되어가고 있다.
도시 하천의 생물 다양성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상징한다.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생물이 있는가 보다 얼마나 다양한 생물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 도심 하천의 생태계 복원은 그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하천 생태계의 복원은 곧 도시 생태계 전체의 복원력과 직결된다.
청계천의 쉬리, 중랑천의 미래?
2025년 5월, 복원 20년을 맞은 청계천에서 한국 고유종 민물고기인 ‘쉬리’가 발견되었다. 쉬리는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로, 이번 발견은 도시 하천 생태계 복원 노력의 뚜렷한 결실로 평가되고 있다.
청계천이 가능했다면, 중랑천에서도 언젠가 쉬리 같은 생물이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중랑천의 생태적 특성과 개선된 수질, 그리고 이미 포착된 수달 등의 사례는 이러한 기대를 충분히 가능하게 한다. 현재 중랑천에는 다양한 식생과 먹이망이 구축되어 있으며, 일정 조건이 충족된다면 고유 어종 복원 프로젝트나 인공 방류 없이도 자생적 회귀가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천의 회복, 생물 다양성의 시작점
중랑천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나 자전거길이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이며, 다양한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 다양성의 터전이다. 인간과 다른 생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생물 다양성 보전은 특정 보호구역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청계천의 쉬리처럼, 중랑천에도 언젠가 복원의 상징이 될 생물이 돌아올 수 있다. 우리가 수많은 생물들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금의 시선 변화와 관심, 꾸준한 관리일지도 모른다. 작은 관심이 생물 다양성 보전의 첫걸음이 된다면, 그 시작은 충분히 의미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자연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생물 다양성의 회복은 곧 인간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심 안에서도 생태계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중랑천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