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착한 경영 아닌 국가전략으로 접근해야”

“그린워싱 막을 공시 기준, 인증 체계 정비 시급”
공공조달·금융정책에 ESG 도입··· 정부 역할 필요

2025-08-07     김인성 기자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과 ESG 경영 대응 전략’ 경제포럼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홍기원 의원실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7월 17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홍기원 의원 공동 주최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대응 전략’을 주제로 한 경제포럼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ESG 경영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는지를 살피고, 국내 기업과 정책 당국이 향후 대응해야 할 과제와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 및 국회 관계자는 물론, 학계와 산업계,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해 ESG 경영의 글로벌 트렌드, 국내 법·제도 환경, 그리고 경제성장 전략과의 연결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제언했다.

개회사를 맡은 권칠승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진짜 성장’은 단순한 수치상의 성장이나 일시적 경기부양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와 포용적 경제를 의미한다”며, “이를 실현하는 데 있어 ESG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국가적 의제이자 경제정책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홍기원 의원 역시 환영사에서 “과거의 낡은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ESG 경영을 중심에 둔 새로운 경제정책이 요구된다”며, “국회가 그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해 입법·감시·정책 제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위험관리 수단’으로의 ESG 전환 촉구

차영주 아이에셋경제연구소 소장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과 자본시장 대응 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차 소장은 주식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 방향, 그리고 기업 공시 기준의 국제화에 대해 설명하며, “ESG와 자본시장의 동반 성장은 결국 투자자 신뢰 회복과 국가경쟁력 향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 경제의 낮은 기업가치와 낮은 배당 성향은 구조적 신뢰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사회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ESG 경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경우 국내 자본시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ESG 경영의 국제 트렌드와 정부 역할’을 주제로 ESG 개념의 진화와 글로벌 규제 동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강 교수는 “ESG는 단순히 착한 경영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중심의 자본주의를 제도화하는 경영 전략”이라며, “국제사회는 이미 투자·조달·무역 모든 분야에서 ESG를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최근 미국의 SEC(증권거래위원회)와 EU의 CSRD(지속가능성 보고 지침), 일본의 ESG 공시 가이드라인 등을 사례로 들며 “한국도 더 이상 규범적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되며, 조세·공공조달·금융지원을 포함한 통합적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SG 사각지대 해소 및 제도 정비 필요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전선애 중앙대 교수, 최철 숙명여대 교수, 유승한 고려대 교수, 강영대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실 박사 등 ESG 관련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ESG가 대기업 중심의 마케팅 용어로 오용되는 현실과 ‘그린워싱’(Greenwashing) 및 ‘페어워싱’(Fairwashing)의 확산 문제를 지적하며, ESG 공시 기준과 인증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공공부문 ESG 선도 역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히 조달청과 금융위원회 등 공공기관이 지속가능 조달 기준 및 ESG 기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영대 박사는 “ESG를 단순한 보고서가 아닌 ‘위험 관리 수단’으로 이해해야 하며, 공급망 관리와 기후위험 반영 기준이 실제 재무적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정책이 따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SG 대응, 기업과 정부의 공동 과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ESG 경영은 기업의 자율에 맡겨둘 영역이 아니라, 정부 정책과의 정합성 속에서 지원과 감시가 병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ESG가 실제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내재화되고, 정부 정책과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의 명확성과 실효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토론 마지막에 정리 발언을 맡은 유승한 교수는 “ESG 경영은 ‘착한 경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방식’이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선 규제 수준이 아니라 철학과 실행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ESG 경영이 단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넘어, 국가 경제전략의 중심축으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과 과제를 함께 점검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기업과 투자자, 나아가 시민사회 전반과 어떻게 조율돼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동시에, ESG의 제도화 수준을 끌어올릴 구체적 방향이 제시됐다.

향후 국회는 이번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상법 개정(이사 책임 강화) ▷공공부문 ESG 정보공시 의무화 ▷지속가능금융법 제정 ▷그린워싱 규제 강화를 포함한 입법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ESG 기반의 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