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토사로 바다 매립? 해운대구 신청사 오염토 논란
불투명한 오염도 조사 초래한 해운대구 “절차 문제 없다” 입장
부산 시민단체 “민관 합동 토양오염 정밀 조사 재실시’ 촉구
[부산=환경일보] 장가을 기자 = “해운대구청은 즉각 공사를 중지하고 시민과 소통해 토양오염 성분조사를 실시하라!”, “환경오염 유발하는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은 부산시민에게 사죄하고 사퇴하라!”
8월4일 오전 9시 30분과 오전 11시 각각 부산 해운대구청 앞과 신사옥 공사 현장 앞에서 25개 단체로 구성된 부산NGO시민연합 주최로 진행된 ‘해운대구청 신청사 토양오염 성분조사 공사중지 규탄집회’ 현장에선 손팻말을 든 이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1981년 건립된 해운대구청 기존 청사는 시설이 낡고 협소해 신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1740억원을 들여 지난 4월 착공한 신청사 공사는 연면적 약 29.354㎡,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로 2027년 12월 목표로 추진 중이다. 그런데 신청사 건립을 위한 관련 절차를 진행하다가 지난해 8월 땅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폐기물이 발견됐다.
해운대구청이 2024년 11월15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린 ‘해운대구 신청사 건립 사업 건설폐기물 처리 용역’의 입찰 공고에 따르면 혼합건설 폐기물 7만8875톤, 폐콘크리트 1만2598톤, 건설폐토석 9860톤이었다. 당시 구청 담당자는 “폐기물 처리 계약 금액은 86억2049만원으로 공사 기간이 105일가량 늘어나리라 보인다”고 밝혔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강종인 부산NGO시민연합 상임위원장은 “해운대구 신청사 지하 2층 구간인 4~8m는 전량 폐기물 및 일반토사 반출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현재 지하 1층 구간인 표면에서 4m 정도는 90% 마무리된 상황이다. B사업자가 12만톤의 혼합건설폐기물 중 11만톤을 처리했고, A건설사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사토의 경우 올해 7월23일부터 8월1일까지 진해 용원에 바다 매립용으로 토사 3800㎥ 중 1000여㎥가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진이 진해 용원 바다매립 시공사인 A건설사 공사 관계자에게 토사 반입 경위를 묻자 “관공서인 해운대구청이 시행하는 공사이고 (재)한국환경수도연구원이 2024년 6월29일 자 발행한 토양오염도 조사 결과지와 토양품질 결과지를 보면 토사 반입에 문제가 없었다”고 회신했다.
해운대구청은 2024년 6월7일부터 6월20일까지 (재)한국환경수도연구원에 의뢰해 신청사 토양오염도 검사를 진행했다. 연구원 담당자가 현장에서 시료 채취에 참여하지 않고 의뢰인이 채취한 시료로 토양오염도 조사를 한 결과지라서 ‘참고용’이라 기재돼 있었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 토양·폐기물 검사 담당자 P씨는 “공무원이나 토양오염 조사기관이 입회한 상황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토양오염도 조사를 해야만 결과지에 ‘제출용’이라고 기재된다”고 밝혔다.
해운대구청 신청사 담당자는 이후 2024년 9월9월 국가지정기관인 신라대 산학협력단 토양분석센터에 토양오염도 조사를 다시 진행했는데 그 결과 “폐기물을 제외한 토양은 사토장 등에 활용 가능하다고 확인됐다”고 말했다.
강종인 부산NGO시민연합 상임위원장은 “지하 2층, 즉 4~8m 토양은 지하 1층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 동안 각종 폐기물 매립지로 토양오염이 심각한 구간이다. 건설폐기물(혼합건설폐기물과 건설폐재류 등)이 쌓여 있어 일반 사토로 분리 처리가 불가하다. 정확하게 토양오염토 성분 조사를 해 토양오염토(폐기물)와 사토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시공사는 이를 무시하고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에서 A건설사가 진행 중인 바다매립용으로 사토 처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7월 말경에 심성태 해운대 부구청장과 면담을 했다. 그때 해운대구청 신청사 담당자가 부산보건환경연구원에서 토양오염도 조사가 가능한지 물으니 부산보건환경연구원 담당자가 ‘참관’은 하되 직접 시료 채취는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우리와 부산보건환경연구원, 시공사가 입회한 상황에서 시료 채취를 하고 공공기관인 부산보건환경연구원에 맡기자고 했다. 해운대구청은 각각 토양오염 조사 기관을 선정해 시료 채취를 한 뒤 크로스로 토양오염도 조사를 하자고 말했다. 의견 차이가 있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강 상임위원장은 “2024년 9월 신라대 산학협력단 토양분석센터에서 진행한 토양오염도 조사는 다이옥신 조사도 하지 않았다. 폐기물이 산적한 전 구간에 시료 채취를 해야 한다. 오염이 안 된 곳에서 토양을 채취해 검사하는 건 불법행위다. 시민단체와 관계기관, 시공사가 입회한 상황에서 토양오염도 시료 채취를 해야 하고 공공기관에 맡겨 토양오염 조사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흥숙 부산NGO시민연합 상임대표는 “해운대문화복합센터 옥상에 가면 신축사 공사 현장에 검은 토사가 훤히 다 보인다. 물론 토양 색상이 검다고 해서 무조건 폐기물인 건 아니다. 토양오염도 조사와 폐기물 시험성적, 그리고 품질 결과에 적합하면 성토나 복토에 관계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폐기물로 의심되는 여지가 크니 공공기관에서 정확하게 토양오염도 재조사를 하자는 얘기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해운대구청 본관 앞과 신청사 앞에서 계획 집회를 이어가겠다. 언론사와 시민단체는 물론 부산시민에게 폐기물을 일반 토사로 둔갑시켜 환경을 훼손하는 해운대구청의 부당행위를 알리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전했다.
이에 본지 취재진이 8월6일 토양환경보존법 시행령 제173조에 의거한 법정기관인 부산보건환경연구원 P씨에게 부산시 관급 공사인 경우 요청이 있을 시 입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해운대구청 신청사추진단 S단장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다.
한편 해운대구청 신청사 담당자는 “2024년 9월 2100만원을 들여 신라대 산학협력단 토양분석센터에서 토양오염도 조사를 진행했다. 표토 15개, 심토 20개, 즉 최대 지하 10m까지 임의 추출해 조사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과지를 받았다. 강종인 부산NGO시민연합 상임위원장에게도 보여줬고 외부 유출은 안 되므로 정보공개 청구를 얘기했다. 토양오염도 조사에서 시민단체와 의견 차이가 있어 진행이 안 되고 있지만 조율점이 있는지 계속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관계기관, 시공사가 공동 입회하고 국가법정기관인 부산보건환경연구원 담당자가 입회한 상황에서 시료를 채취한 토양오염도 조사로 누구나 신뢰하고 인정하는 조사 결과를 얻는다면 팽팽한 대결 구도가 아닌 합치에 이르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는 진행하되 토양오염이 측정되면 해운대구청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이후 대안책을 제시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건설업계 불경기로 다들 힘든 시기다. 각자 입장만 내세울 게 아니라 국가 경제와 부산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중지를 모으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