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 숲속의 숨은 주인공, 양치식물

작은 식물이 보여주는 기후변화 지표

2025-08-08     백하연 학생기자

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백하연 학생기자 = 숲길을 걷다 보면 발밑에 펼쳐진 고사리, 쇠고사리 같은 풀들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른바 ‘양치식물’. 꽃도 없고, 향도 없고, 이름도 낯설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이들을 대부분 ‘숲의 배경’ 정도로 여기고 지나친다.

하지만 이 소박한 풀들은 사실, 4억 년 전 고생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살아 있는 화석이다. 씨앗 없이 오직 ‘포자’로만 번식하며, 수많은 지구 환경 변화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생명체들의 터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밟고 지나치는 사이, 양치식물은 점점 숲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체 수 감소가 아니라, 생태계가 보내는 뚜렷한 경고일 수 있다.

양치식물 /사진=백하연 학생기자

자연의 센서, 환경 변화를 알리는 생명체

양치식물은 주로 그늘지고 습한 곳을 좋아한다. 숲 속 나무 아래, 안개가 자주 끼는 습지 등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는다. 햇빛보다는 음지에 강하며, 배수가 잘 되는 토양에서 잘 자란다. 이처럼 까다로운 미세환경을 필요로 하기에, 양치식물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지역 생태계가 안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치식물은 환경 변화에 극도로 민감하다. 온도, 습도, 토양의 산도, 심지어 대기 중 수분 변화까지 세밀하게 감지하며, 숲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자연의 센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숲에서 갑자기 양치식물이 갑자기 사라졌다면, 이미 그 지역의 미세환경이 무너졌다는 신호다. 양치식물은 토양의 수분을 머금어 습도를 유지하고, 이끼나 낙엽층과 함께 어린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들이 사라지면 어린 나무의 생장이 어려워지고, 나무에 의존하던 곤충과 새들의 서식지도 무너지게 된다. 즉, 작은 풀 한 포기의 감소가 곧 숲 전체의 생물 다양성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양치식물 뿌리 주변에는 숲을 건강하게 만드는 미생물들이 가득하다. 이 미생물들은 유기물을 분해해 양분을 공급하고, 양치식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숲의 생명 순환을 돕는다. 잎 아래는 개구리, 달팽이, 곤충 같은 작은 생명체들의 은신처가 되며, 이들의 서식지가 사라지면 곧 생태계 아래층부터 흔들리게 된다.

기후변화와 개발, 숲속 작은 생명을 위협하다

한반도에서는 기온 상승과 강우 패턴 변화,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양치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도로 공사, 댐 건설, 관광지 개발 등으로 인해 숲 그늘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채우고 있다. 양치식물이 의존하는 그늘지고 습한 환경이 급속히 사라지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고사리 몇 종의 보존을 넘어, 생태계 전체가 보내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양치식물이 사라지면 토양 미생물과 곤충, 양서류 등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고, 결국 숲 자체가 건강을 잃게 된다.

작은 식물이 이어가는 거대한 생명의 연결고리

한 걸음 더 숲속으로 들어가 양치식물을 들여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던 생명의 연결망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양치식물이 사라지면 토양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고, 이로 인해 어린 나무가 자라기 어려워진다. 그 나무를 찾던 곤충이 줄고, 다시 그 곤충을 먹던 새들까지 모습을 감추게 된다. 이처럼 양치식물 하나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생태계의 연결 고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조용한 식물은 숲의 건강을 알려주는 생태 지표이자, 숲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존재다.

우리가 외면하면, 숲도 사라진다

양치식물은 숲에서 쉽게 지나치기 쉬운 존재다. 화려한 꽃도 없고, 특별한 향도 없으며, 이름을 몰라도 숲을 걷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양치식물은 그저 숲의 배경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 배경이 무너지면, 전체 풍경도 흔들린다. 양치식물은 그늘 아래의 습도를 유지해주고, 낙엽과 흙이 흘러내리는 걸 막아주며, 곤충과 작은 동물들에게 은신처가 된다. 숲의 바닥을 조용히 지탱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토대인

양치식물의 변화는 숲의 변화를 뜻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처음 알아차리는 건, 언제나 늦은 시점이 된다. 그렇기에 이 평범해 보이는 식물에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숲 전체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