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Taxonomy, 기후테크의 길 여는 역할 필요
김석붕 글로벌CCUS학회 이사
[환경일보] 기술 진보는 매우 빠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테크 분야도 그러하다. 에너지 전환 기술은 물론 제철, 시멘트 등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 업종의 탈탄소 기술의 발전을 위한 노력은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기후테크 전문기업들의 기술개발도 사활을 건 투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까지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 사회적 요구를 따라잡을 수 없다. 특히 기후테크 관련 정책이 그러하다.
우리 제도와 정책을 반문해 볼 시점이다. 한국CCUS추진단의 최근 뉴스레터에 따르면, 한 건설사는 국내 최초로 이산화탄소 반응으로 시멘트를 경화시키는 기술을 현장에 적용했다고 한다. 시멘트에 물이 아닌 이산화탄소를 넣어 굳히는 기술로 시멘트 스스로가 탄소를 흡수해 굳는 것으로, 기존 포틀랜드 시멘트 대비 최대 70%의 탄소배출을 줄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 회사의 연구수석은 CCU 기술이 제도 밖에 머물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는 청정수소 인증 등 많은 분야에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면밀한 원인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기후기술에 대한 정책당국의 편협한 지식과 미래지향적인 문제해결 의지의 부족을 들 수 있다. 탄소중립이 세계 공통의 어젠다가 되고, 기후테크가 정의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세계의 기후테크 기업과 기술의 진보와 융·복합을 통한 진보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빠르다. 정책이 이에 대한 지식과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둘째, ‘CCUS법’에서 정의하는 ‘저장’과 ‘활용’의 정의에서 또 하나의 한계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법에서 ‘저장’을 ‘지중에 주입’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즉 지중에 주입하지 않고 콘크리트 등 제품에 영구격리 하는 것은 ‘저장’의 범주에 넣기 어렵다. 또한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여 자원으로서 산업에 이용하는 것’을 ‘활용(U)’이라고 정의함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처럼 제품 등에 직간접적으로 활용해 영구격리 하거나, e-퓨얼(e-fuel)과 같은 제품으로 만들어 활용함으로써 추가적인 배출이 발생하지 않는 융·복합 기술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셋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는 CCS(탄소·포집·저장)는 포함돼 있으나, CCU(탄소·포집·활용)와 DAC(공기 중 탄소 직접 포집)는 포함돼 있지 않다. K-Taxonomy는 지속가능한 금융 지원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녹색경제활동 분류기준’이며, EU에서는 친환경 판단의 기준 역할을 한다. 새 정부는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다. 환경부도 온실가스 감축 등과 관련된 K-Taxonomy를 연말까지 개정한다고 한다. 보다 전향적이고 융·복합적인 기술들을 포함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택소노미 관련해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DAC로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그린수소 등과 합성공정을 거쳐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e-퓨얼의 핵심 원료가 된다. e-퓨얼은 연소해도 추가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없는 순배출 ‘0’(제로)인 에너지이다. 즉, 넷제로(Net-zero) 연료가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탄소중립을 위해 DAC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 이유이며, 우리 정부도 e-메탄올(methanol) 생산실증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택소노미는 DAC도, CCU도, e-퓨얼도, e-메탄올도 포함하지 않고 있다.
기후테크는 이제 막 발걸음을 재촉하는 단계에 있는 기술로써 기술 진보와 산업화에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 게다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즉 인류의 생존적 필요에 의해 탄생한 어젠다이기에 한발 앞선 진보적이어야 한다. 기술과 산업의 본질적 개념과 산업 트리 구조를 파악하고, 정책들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