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도시, 도시의 생태·문화 모두 아울러야”

정원도시 법제화, 생활문화 변화 없인 기후적응 불가능
기후, 생태 복원, 시민 삶 연결하는 ‘자연기반해법’ 제시

2025-09-23     박정미 기자
23일 열린 제1차 기후위기 시대의 정원도시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림청

[FKI타워=환경일보] 박정미 기자 = “도시를 식히는 정원, 기후적응의 미래”를 주제로  제1차 기후위기 시대의 정원도시 세미나가 (재)기후변화센터, 정원도시포럼 주최, (재)기후변화센터 주관으로 9월 23일(화) 오후 2시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루비홀에서 열렸다.

기후위기 시대, 도시는 지속 가능성과 회복력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으며  ‘정원’은 자연기반해법(NbS)으로서 도시 기후 적응과 생태 복원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정원과 도시숲은 단순한 조경을 넘어 도심 열섬현상 완화, 생물다양성 회복, 시민 건강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를 갖추고 있다. 

국제사회도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협약 등을 통해 도시 내 자연의 역할과 정원의 정책 통합을 강조하고 있으며, 영국 등 주요국은 이를 도시정책 혁신의 핵심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정원의 다기능성과 정책적 가치를 조망하고, 한국의 '정원도시' 구현을 위한 제도적 조건과 실행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원도시 세미나 축사를 하는 김인호 산림청장 /사진제공=산림청

김인호 산림청장은 축사에서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가뭄, 폭염 등의 자연재해가 극단화되는 추세”라며, “정원은 다양한 분야와 융합성이 커서 정원도시 정책은 기후위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원도시, 국가차원에서 먼저 기틀 닦아야

김창섭 가천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기후변화센터 정책위원장)는 기조연설에서 “적응은 주류 이슈가 아닌데 이를 주류화해야 한다”며 “나무가 가지고 있는 기능이 매우 많다. 정원도시는 굉장히 좋은 키워드이나 그것을 기후나 에너지의 관점에서 다시 중요성에 관한 의미를 재설정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감축보다 적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상징적인 키워드는 나무이고, 그게 도시에 있으면 정원이 되고 산에 있으면 녹화사업이 되는 것”이라며 “산림청이 예전에 녹화사업을 했던 것처럼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창섭 가천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 사진=박정미 기자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적응 시대의 정원도시 전략’을 주제로 발제하며 “정원도시에 관한 관심을 좋은 지렛대로 활용, 기후적응 전략과 연계해 심화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정원을 가꾸는 것은 자연과 문화유산, 농사와 어업 생산경관을 보존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하는데, 정원의 핵심은 가꾸는 것이다. 정원을 통해 사람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원도시의 철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어진 땅, 하천, 녹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장이 대단한 결심을 해서 아스팔트를 뜯어내고 차도를 줄여서 만들어야 한다”며 “현 법 제도 안에서 할 수 있는 정원도시 발전 방안은 인프라에서 문화와 참여로 확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사진=박정미 기자

‘기후적응 수단으로써 도시숲의 역할’에 대해 발제한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은 “도시숲과 정원 정책은 기후 재난 및 대응 정책”이라며 “도시에 92% 이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므로 기후위기와 도시화는 도시숲의 기능 중 조절 기능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숲의 폭염 저감, 대기질 개선뿐 아니라 도시민의 건강과 사망률 등 건강 도시 연구가 필요하며, 현장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형태와 규모에서 연구 및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 /사진=박정미 기자

‘기후적응과 생물다양성 구현 제도 및 방안: 영국의 사례’를 발표한 김은혜 노팅엄대학교 지리학과 박사후연구원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은 닭과 달걀의 관계”라며 영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런던의 Urban Greeing Factor(UGF, 도시 녹화 지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며 “한국에 오기 전에 녹지정책과 관련된 워크숍을 했는데, 센트럴 파크처럼 하나의 넓은 녹지를 제공하는 방안과 동일한 면적이지만 쪼개서 도시 곳곳에 제공하는 옵션 중에서 참석자들의 90%가 후자를 선택했다”며 접근성의 문제를 강조했다.

아울러 “생물다양성이 더 높은 것은 하나의 넓은 녹지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생물다양성을 증대시키는 것에 있어서는 녹지의 면적을 무시할 수 없으나 분산돼 있을 때 생물다양성의 효과가 없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연구원은 “도시에서 생물을 위해 서식지를 조성하고 운영했던 경험이 충분하지 않고 생물다양성 이전에 식물다양성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며 “식물다양성이 있어야 서식지 다양성이 있고 서식지 다양성이 있어야 생물다양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헤 노팅엄대학교 지리학과 박사후연구원 /사진=박정미 기자

‘기후적응을 위한 정원도시 법제화 전략’에 대해 발표한 황승흠 국민대학교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가 시스템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며 “탄소중립기본법은 기본적으로 감축법으로 적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적응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법적인 측면에서는 적응이란 예측하고 감시하는 것”이라며 “정원도시에 대한 법·제도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은 세상을 빨리 변하게 할 수는 있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정원 조성은 자치 사무인데 정원도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가 지원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정원도시 법제화로 도시의 정원화, 녹색화를 촉진시켜 기후적응 도시를 만드는 핵심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황승흠 국민대학교 법대 교수 /사진=박정미 기자

정원도시 법·제도 활성화되면 결국 생활문화 바뀌어야

각 전문가들의 발제 후에는 서영애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을 좌장으로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이유미 전통문화대학 초빙교수는 “정원도시는 생태도시, 환경도시, 도시숲 등 자연기반해법의 모든 것을 적용할 수 있는 워딩”이라며 “50년쯤 후에는 예전 우리의 녹화사업처럼 한국의 환경을 바꾸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준규 국립수목원 전시교육과장은 “실제로 다양한 정원정책을 만들었으나 국민들이 체감했을까 생각해 보면 한편으로는 정원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꿨으나, 국가지원을 계속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실정을 설명했다.

그는 “이를 민간과 어떻게 잘 관리해 나갈 것인지가 앞으로 생각해야 할 사항들”이라고 강조했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제1차 기후위기 시대의 정원도시 세미나 패널토론 /사진=박정미 기자

이병철 ㈜BS그룹 부사장이자 솔라시도 정원도시 본부장은 “30년 전에 아침고요수목원을 시작할 때는 정원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정원의 불모지였기에 아침고요수목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며 “그 세월 동안 ‘정원’의 길을 닦고 정원이라는 것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의 정원 역사를 되짚었다.

이어 “정원도시포럼에서 시작해 2019년에 프로젝트 방향을 수정해 국내 최대 규모인 50만평의 친환경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고 그 가운데에 태양의 정원을 만든 것이 솔라시도 프로젝트”라며 “법이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하려다 보니, 지자체와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도시 안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융합되고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이므로 정원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생태적인 자원과 인문학적인 인프라를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시대, 도시는 지속 가능성과 회복력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으며  ‘정원’은 자연기반해법(NbS)으로서 도시 기후 적응과 생태 복원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최지원 (재)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은 “도시계획 차원에서 기후위기 전략으로 정원도시를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정원도시와 기후를 다루는 세미나의 발제 내용이 상당 부분 문화와 연관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이 생활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기후 대응에 적응과 감축, 협상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고 보다 시민 친화적인 전략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