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학술단체 기후위기 공동선언··· “탄소중립, 선택 아닌 생존 전략”

과학·기술로 기후위기 돌파··· 7개 학술단체, 5대 원칙 발표
기후위기 대응 위한 과학 기반 정책, 범사회적 협의체 제안
지역 주도 에너지 전환·거버넌스 모델 및 전문인력 양성 강조

2025-09-26     김인성 기자
대한민국의 기후·환경 분야를 대표하는 7개 학술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전환을 촉구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한국과학기술회관=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대한민국 기후·환경 분야를 대표하는 7개 학술단체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공동심포지엄을 열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대안과 공동선언문도 발표했다. 학계는 이번 선언을 통해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며, 정부·산업계·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범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대한환경공학회, 한국기상학회, 한국기후변화학회, 한국대기환경학회, 한국해양학회, 한국환경과학회, 한국환경정책학회 등 ‘기후변화 관련 7개 학술단체’는 24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탄소중립-기후위기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학계 차원의 정책 제안과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행사는 개회식과 학회정책제안, 공동선언, 언론사 Q&A, 학술 심포지엄순으로 진행됐다. 김민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직무대행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이미선 기상청장, 김상협 글로벌녹색성장기구 사무총장, 권오남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이 축사자로 나섰다.

권오남 회장은 축사에서 “IPCC는 온실가스가 인간 활동에 기인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무력감에 빠지기보다 연대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기후특위 위성곤 의원은 “중대한 위기”라며 “학문적 성과를 넘어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확산하길 바란다”고 했고, 김소희 의원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방법이며, 검증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 실현되지 않으면 거창한 목표도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의 핵심 성과는 7개 학술단체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대안을 담은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2025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것이다.

선언문은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기후대응 정책을 마련할 것. 둘째, 분야 간 장벽을 허물고 융·복합적 기후위기 대응체계를 구축할 것. 셋째,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탄소중립 경로를 제시할 것. 넷째, 국가적·국제적 차원에서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과학·기술 역량을 확보할 것. 다섯째, 생애주기별 맞춤형 기후교육을 시행하고 전문인력을 육성할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학계·정부·산업계·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범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2025년 공동선언 /사진=한국환경과학회
탄소중립-기후위기 공동 심포지엄 개회식  /사진=한국환경과학회

“국가 기후위기 싱크탱크 설립 필요”

1부 정책 세션에서는 각 학회의 대표들이 구체적 제안을 내놨다. 대한환경공학회 강석태 회장은 “입증된 결과와 과학적 근거에 근거해 정책을 평가하고, 다수의 중상위 기술보다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최상위 기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또한 내수시장을 보호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과제 기획, 분야 경계를 뛰어넘는 파괴적 융합혁신 추구, ‘환경과 모든 것의 융합’을 뜻하는 신조어 제안 등으로 기술과 인재를 핵심 자원으로 삼아 환경·경제의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기상학회 박선기 회장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단기·중기·장기 이행전략 수립을 촉구하며, 국가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 싱크탱크(출연연 설립) 설치와 생애주기별 교육 강화로 전문인력 양성을 제안했다. 박 회장은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이며 실천 가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후변화학회 송영일 회장은 탄소중립 정책에서 현실성을 고려한 감축 경로 수립과 균형 잡힌 단계적 기술 포트폴리오 구축, 참여 가능한 이행체계 전환, 기후변화 적응정책 강화를 통한 회복력 제고를 강조했다. “이행가능성, 신뢰성, 지속가능성을 갖춘 탄소중립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요지였다.

한국대기환경학회 이강웅 회장은 기초·통합적 연구의 확대와 더불어 동아시아 차원의 국제협력 강화가 필수임을 역설했다. 한국해양학회 신형철 회장은 해양 분야에서의 국가적 로드맵 수립을 촉구하면서 해양기후변화 감시·예측 역량 강화, 해양 기반 탄소감축 연구 확대, 지속가능한 해양수산자원과 해양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한국환경과학회 정희태 회장은 “기후위기 해결은 공동의 노력”이라고 강조했고, 한국환경정책학회 윤순진 회장은 기후테크 개발과 확산을 위한 투자 확대, 취약지역 맞춤형 적응기술 보강, 정책·재원 배분의 우선순위 전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회장은 또한 공학·자연과학 분야뿐 아니라 사회과학적 접근(행동·소비 전환 연구, 정책 수용성·정의로운 전환, 거버넌스 설계, 위험인식과 커뮤니케이션 등)의 확대를 촉구하며 국가 감축 목표와 로드맵의 조속한 수립,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조기 확충, 기후공시·녹색분류체계의 실질화, 자원순환정책 강화(일회용품 보증금제 등), 생물다양성 보전 목표(2030년까지 육상·내수역·해양·해안 지역 최소 30% 보전 등) 및 자연자본공시 제도화 등을 제안했다.

한국환경과학회 정희태 회장은 “기후위기 해결은 공동의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탄소중립 위한 과학적·이성적 설계 시급

심포지엄 2부 학술 발표에서는 각 학회가 연구 현황과 정책적 해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대한환경공학회를 대표한 이구용 충남도립대 교수는 ‘탄소중립과 환경공학의 연결고리’라는 주제로 경쟁형 최고 수준의 기술개발 사업과 특정 분야 연구자·기관을 지정한 장기 프로젝트 기획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신기술 확보와 국민적 관심 제고를 위해 대중매체를 활용한 과학기술 홍보 프로그램도 제안했다.

한국기상학회를 대표한 송창근 교수(UNIST)는 ‘탄소중립과 사회전환’을 주제로 기업의 기후 리스크 인식과 의사결정에서 기후요인을 핵심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초 교양 수준의 교육만으로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기 어렵다며 전문적인 교육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국기후변화학회의 김래현 센터장(국립산림과학원 산림탄소연구센터)은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길’에서 목조 공공건축물 활성화를 위한 법제 정비를 제안하며, 프랑스 사례(신축 공공건축물 중 친환경 재료 사용 확대)를 예로 들었다. 한국대기환경학회 송철한 교수는 ‘대한민국 탄소중립’ 발표에서 국가의 에너지 전략과 탄소중립 정책, 초미세먼지 정책은 현실을 바탕으로 과학적·이성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구용 충남도립대 교수는 이날 신기술 확보와 국민적 관심 제고를 위해 대중매체를 활용한 과학기술 홍보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한국해양학회를 대표한 신형철 소장(극지연구소)은 ‘바다에서 그리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통해 관측·감시·예측 역량 강화와 저감·포집 연구의 전주기적 확대, 실용적 적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국환경과학회의 김해동 교수(계명대)는 ‘위기를 넘어 파국으로 가는 기후위기’ 발표에서 극한 기후현상의 일상화, 한반도의 아열대화로 인한 농수산업의 적합성 상실 가속화, 선제적 재난 대비 전략의 불가피성을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권재원 아주대 교수는 ‘탄소중립-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역 주도 에너지전환 중앙·지방 협력거버넌스 기반 성장모델’을 통해 전력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가상전력계약 등 전력 거래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에너지 고속도로”에 비유되는 국가적 인프라를 중앙정부가 맡아 안정적인 정책 신호를 제공하고 기술·재정적 지원을 하는 한편,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춘 맞춤형 계획과 주민 참여를 통해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순환형 영농에너지 모델(영농형 태양광과 바이오에너지 융합)을 지역 성장모델로 제시하며 지방공기업의 역할 확대와 광역화를 통한 스케일업 필요성도 강조했다.

심포지엄을 주최한 7개 학술단체는 선언문을 통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 수립에서 연구·개발, 교육·홍보, 국제협력에 이르기까지 기후위기 대응을 포괄하는 통합 로드맵을 구축하고 실천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공동심포지엄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공론을 촉발하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학계와 정부, 산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범사회적 거버넌스와 과학 기반의 실천적 정책 수립을 요구한 이날 심포지엄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연대’와 ‘실행’을 강조한 자리로, 주최 측은 향후 후속 협의체 구성과 실무적 로드맵 마련을 통해 오늘 제기된 제언들이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