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에너지 전환’ 부담과 책임, 공정해야 지속

인천 계양구 등 지자체·산업단지 실행 로드맵 공유
RE100, 재생에너지 투자··· 지역 차원 대응 논의

2025-10-02     박준영 기자
토론회에서는 인천의 발전·산업 배출 구조와 영흥화력 전환 필요성이 다시 언급됐으며, 산단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RE100 추진 과제, 기초지자체의 인력·재정 한계, 광역-기초 간 협력 구조의 미비 등이 주요 논점으로 제기됐다. /사진=박준영 기자

[송도컨벤시아=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선언이 아닌 현장에서의 공정한 실행이 요구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지자체와 산업단지, 전문가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키워드로 삼아 감축·적응·금융·에너지 인프라 해법을 공유했다.

9월 30일 인천 송도컨벤시에에서 열린 ‘국제기후금융 산업컨퍼런스’에선 기후 회복력과 정의로운 전환을 주제로 여러 세션이 개최됐다. 이 중 ‘지역사회로부터의 정의로운 전환’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선 지자체와 산업단지가 전환의 필요성과 실행 방안을 공유했고, 전문가들은 전환 과정의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토론회는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를 좌장으로 인천시, 계양구, 한국산업단지공단 순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각 발표자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산업현장의 전환 지원을 주제로 지역 단위 실행 사례를 제시했다.

정의로운 전환의 철학과 원칙 제시

김익수 환경일보 대표는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을 ‘지속가능성’으로 강조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사회적 수용성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좌장인 김익수 대표는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을 ‘지속가능성’으로 짚었다. 그는 “전환은 불가피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회복력을 살려 다수의 미래를 보장하는 일이 정의로운 전환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석탄발전의 일방적 축출이 아니라 충격을 덜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절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앞선 라운드테이블 논의도 상기시키며 기후위기 대응의 시의성과 현장성, 그리고 이해관계자 간 협력의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이어 발표자들에게 지역에서 통용되는 실천 해법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민 주도 감축문화 확산과 2045 비전

이순구 인천광역시 환경기후정책과 과장은 인천시가 국가영역 배출 비중이 높은 현실을 짚으며, 실천 중심의 탄소중립 정책과 시민 참여 확대를 통해 지역 맞춤형 기후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이순구 인천광역시 환경기후정책과 과장은 인천의 배출 구조를 국가영역(발전·산업)과 지방영역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국가영역 비중이 도시 배출의 약 75%에 이르며, 영흥화력의 비중이 특히 크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보다 5년 앞선 ‘인천 2045 탄소중립 비전’을 수립해 4대 정책과 15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2024년 6월 5일 환경의 날에 ‘범시민 탄소중립 실천본부’를 출범시켰다. 시의회·교육청·시민단체 등이 참여했고, 실무협의체를 통해 생활 속 감축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있다. 이 과장은 “탄소중립은 선언보다 실천이 어렵지만, 일상에서 습관을 바꾸면 목표를 앞당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인천은 기후시민공동체 25곳을 운영하며 해양쓰레기 수거, 다회용컵 사용 캠페인, 홍보부스 운영 등 릴레이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시는 탄소중립포인트 100만 세대 가입 운동, ‘인천 기후대응기금’ 설치 검토, 시민 참여형 정보 플랫폼 구축도 병행한다.

적응·교육·생태관리로 체감 효과 높인다

강병일 계양구청 과장은 폭염 대응과 체험형 환경교육을 통해 어린이 중심의 기후 인식 제고에 주력하고 있으며, 생태축 보전과 생활 거점 기반 탄소중립 실천으로 지역 전환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강병일 계양구청 환경과 과장은 폭염 대응과 생활밀착 교육을 앞세운 전략을 소개했다. 계양구는 초등 대상 ‘에코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실 수업과 태양광 자동차 조립 등 체험형 교육을 결합했다. 인근 기후변화체험관·정수사업소·하수처리장 시찰을 통해 어린이들이 보고 배우는 기회를 넓혔다. 그는 “종교시설과 지하철 역사 등 생활 거점에서 탄소중립포인트 가입을 직접 받아 가입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축 보전을 위해 교란식물(단풍잎돼지풀·환삼덩굴·가시박 등) 제거를 2016년부터 지속해 왔다. 장기 관리 구간은 모니터링 결과 약 90% 제거 성과가 확인됐다. 계양산 인근 단합녹지에는 두꺼비 로드킬 방지 유도울타리 200m를 설치해 피해를 줄였고, 관련 예산 지원을 시에 요청했다.

산단 에너지전환·금융·인프라 패키지

최충혁 한국산업단지공단 본부장은 산업단지의 탄소 감축을 위해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보급을 강화하며, 인프라 혁신을 통해 저탄소 산단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최충혁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 본부장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역할과 인천 산단의 과제를 설명했다. 공단은 전국 83개 산단을 관할하며, 입주기업·생산·수출·면적 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남동국가산단은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전력 중심형’ 산단으로, 전력 과정의 탄소감축이 시급하다고 했다.

공단은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을 통해 남동산단 70개 기업에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구축했다. 저탄소 설비 투자에는 시설·IP 자금을 연계하고, 2025년에는 약 1000억원 규모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산단을 재생에너지 보급의 최적지로 보고, 2030년까지 태양광 6GW 보급을 목표로 체계적 확대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인프라 혁신도 병행한다. 발전 수익의 산단 재투자 모델을 적용하고, 계양구 병방동에 조성 중인 ‘미라클(계양)산단’에는 지붕 태양광 의무화를 도입해 사용 전력의 20%를 자가발전으로 충당하는 저탄소 산단 모델을 시현한다는 계획이다.

정의로운 전환의 바탕, ‘사람 중심의 형평성’

박연희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소장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도시 정책은 형평성과 회복력을 바탕으로 설계돼야 하며, 지방정부는 시민과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공정한 책임 분담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박연희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소장은 이클레이가 제시한 지속가능 도시의 다섯 축을 제시했다. 탄소중립, 자연성 확대, 순환경제, 회복력, 형평성·공정도시가 핵심이다. 그는 이 가치들이 “좋은 거버넌스·정책 의지·재원·혁신”을 토대로 뿌리내릴 때 성과로 피어난다고 설명했다. 지방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체계와 별개로 자체 목표를 공시·모니터링 하고, 도시 단위 협의와 공개 점검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박 소장은 정의로운 전환을 분배적·절차적·인식적 정의의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일자리·산업 전환을 넘어, 취약계층 접근성, 의사표현 기회, 사회적 특성을 반영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런던의 생활양식 기반 배출 분석을 사례로 들며 상위 배출군 70% 추가 감축, 하위 배출군 4% 감축 같은 차등 책임 설계를 소개했다. 그는 “전환의 부담과 책임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 그게 정의로운 전환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 흐름을 짚었다. 파리협정 이후 글로벌 점검 결과를 근거로 2025년 제출될 차기 NDC에서 재생에너지 300%, 효율 200%, 감축목표 100% 상향 요구가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지방정부는 시민 대상 성과 소통과 거버넌스 플랫폼을 통해 지역 차원의 모니터링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영흥화력 전환, RE100 현실, 지자체 역량이 병목

국제기후금융 산업컨퍼런스 ‘지역사회로부터의 정의로운 전환’ 세션에서는 지자체와 산업단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정한 전환 방안을 공유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토론에서 좌장인 김익수 대표는 인천의 국가관리 발전·산업 배출 비중을 상기시키며 협력 과제를 물었다. 이순구 과장은 영흥화력의 조기 전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이 과장은 폐쇄 방식만이 아니라 전력 수급을 고려한 에너지 전환 경로를 주민과 논의 중이라며 “영흥화력의 신속한 전환을 위해 민간 제안을 포함해 다방면으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박연희 소장은 산단의 재생에너지 비율과 RE100 전망을 질의했다. 최충혁 본부장은 현재 100% 달성 산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RE100 산단’ 조성 추진과 6GW 보급 계획, 남동·주안·부평 산단의 에너지자립 인프라 구축을 소개하며 “지자체와 협의해 재생에너지 확대 수단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산단별 비율 편차와 정확한 현황 수치는 즉답을 피했다.

지자체 역량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강병일 과장은 신규 정책이 늘어도 인력·재정이 고정돼 사업 정밀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두꺼비 로드킬 유도울타리 상설화 같은 생태 인프라는 기초단체 단독으로는 어렵다고 했다. 이순구 과장은 안정적 기후대응 재원 마련을 위해 기금 설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광역-기초 협력의 빈틈도 과제로 제시됐다. 박 소장은 시민의 일상 기반 감축은 기초단체 소관이 큰데, 광역 목표와 데이터·사업이 느슨하게 연결되는 현실을 지적했으며, 상시 네트워킹과 공동성과 관리 문화 정착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세션을 마무리하며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