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 가평에서 만나는 멸종위기 새들

보전의 가치를 일깨우다

2025-10-16     윤다인 학생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윤다인 학생기자 = 늦가을의 가평, 단풍 물든 산길을 따라 들어서면 이국적인 새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평군 설악면에 자리한 ‘베고니아 새정원’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희귀 조류와 멸종위기종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생명 보전의 가치를 일깨우는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초, 굴파는 올빼미와 난쟁이 새매의 번식 성공

2025년 여름, 경기도 가평의 베고니아 새정원에서 뜻깊은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최초로 굴파는 올빼미가 이곳에서 부화에 성공한 것이다. 굴파는 올빼미는 낮에도 활동하며, 땅속 굴을 파서 둥지를 트는 독특한 생태 습성을 지닌 조류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는 ‘관심필요(LC)’ 등급으로 분류되지만, 북미 일부 지역에서는 서식지 파괴로 보호종으로 지정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종으로, 사실상 멸종위기 야생동물처럼 소중히 보전해야 할 새다.

굴파는 올빼미 /사진=윤다인 학생기자

멸종위기종인 난쟁이 새매 역시 국내 최초 부화에 성공했다. 아프리카 원산의 소형 맹금류인 난쟁이 새매는 세계적으로도 개체 수가 적어 희귀한 종이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멸종위기 조류의 복원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국내 부화 성공은 학술적 가치와 함께 보전 활동의 상징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난쟁이 새매/사진=윤다인 학생기자

행운을 전하는 맹금류, 수리부엉이

베고니아 새정원에는 행운을 상징하는 새, 수리부엉이도 자리한다. 수리부엉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올빼미류이자 대표적인 맹금류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맹금류답게 강렬한 눈빛과 위엄 있는 자태는 관람객들에게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의 존재감을 전한다. 동시에 아이들과 가족들에게는 “왜 우리가 멸종위기종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며, 생명의 위엄과 보전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수리부엉이/사진=윤다인 학생기자

국제적 보전의 상징, 흑백 투구 코뿔새

베고니아 새정원에는 국내 최초로 입식 된 흑백 투구 코뿔새도 살고 있다. 아프리카 열대 림에 서식하는 이 대형 조류는 거대한 부리와 독특한 외형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러나 화려한 모습과 달리, 흑백 투구 코뿔새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취약(VU)’ 등급으로 분류될 만큼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주요 원인은 열대림 파괴와 밀렵이다. 이 새의 존재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생태 위기 또한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가평의 작은 새정원에서 만나는 흑백 투구 코뿔새는, 지역을 넘어 국제적 차원의 보전 과제를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 존재다.

흑백 투구 코뿔새/사진제공=가평 베고니아 새정원

가평 생태계와 연결되는 메시지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삵, 수달, 팔색조, 참매 등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야생에서 직접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가평 일대 역시 북한강과 청평호, 자라섬을 품은 지역으로, 철새 도래지와 주요 서식지가 어우러진 중요한 생태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만큼 지역 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이 크다.

따라서 새정원에서 만나는 멸종위기 조류들은 단순한 ‘관람 대상’이 아니다. 이는 곧 우리 주변 자연을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작은 새가 던지는 큰 울림

생물다양성은 특정 지역이나 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 위기를 지역에서 체감하고, 작은 행동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바로 그것이 오늘날 보전의 출발점이다.

베고니아 새정원에서 피어난 작은 생명은 지역을 넘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오늘도 가평의 새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