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폐기물 시멘트 정보 공개해야
폐기물 사용 확대에도 비공개? ‘주택법’ 개정이 답
[환경일보] 지난 7월 15일, 26년 만에 처음으로 시멘트 폐기물 혼합비율이 공개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또다시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정보임에도 시멘트의 폐기물 사용 실태는 여전히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건축 자재로 사용되는 시멘트가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지는지조차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구조는 명백히 제도적 결함이다.
올해 3분기 국내 시멘트 생산량은 2610만 톤으로 전년 대비 19% 이상 감소했지만, 폐기물 사용량은 오히려 늘어나 평균 혼합비율이 24.34%를 기록했다. 이는 시멘트 한 포대의 4분의 1이 폐기물로 채워진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이 이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기업 간 편차다. 한일시멘트의 혼합비율은 32.67%로 3분기 최고치를 기록했고, 가장 낮은 한라시멘트(18.30%)와의 간극은 무려 14%p 이상 벌어졌다. 이는 불과 한 분기 전 9%p 차이에서 두 자릿수로 확대된 수치다. 생산량이 줄어도 폐기물 사용은 늘고, 기업 간 격차는 커지는 비정상 구조가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국민의 주거 안전과 직결된다. 시멘트는 건물의 기초 자재이며, 그 품질은 거주자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다. 시멘트의 폐기물 혼합비율 정보는 여전히 제한적으로만 관리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국내 7개 시멘트업체 9개 공장은 매 분기마다 폐기물 혼합비율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공개가 소비자나 건축주에게 실질적 정보 접근권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주택법’ 개정안을 통해 주택건설사업자에게 폐기물 시멘트 사용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국토부의 반대로 상임위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법률 대신 지침·고시 개정을 통해 유사한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으나, 7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후속조치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조차 ‘국민 안전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문제이지만, 정작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서 주무부처가 업계 입장만 대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시멘트의 폐기물 혼합비율을 공개하는 것은 산업기밀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다. 국민은 자신이 사는 집에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 알 권리가 있다. 정보 비공개는 불안을 키우고, 불신을 낳는다.
국토부는 ‘주택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폐기물 시멘트의 사용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공공의 책무다. 정부는 산업의 이익보다 국민의 안전과 알 권리를 먼저 세우는 것이 진정한 정책의 순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