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석탄 뒤에 숨은 LNG 몰입
발전 5사 ‘각자도생’ 대체사업··· 정부, 통합적 조율 절실
[환경일보] 석탄발전 감축은 기후위기 시대의 불가피한 흐름이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고 해서 과정의 혼선이 정당화될 수 없다. 발전 5사가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지하며 추진 중인 대체발전 사업은 정부의 조정 없이 각자도생으로 흩어졌다. 통합적 관리 부재 속에 에너지 전환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발전 5사는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되는 석탄발전소를 대신해 LNG 복합발전 설비를 잇따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가 단위의 효율성이나 탄소 감축 효과 검토는 미비하다. 각 사는 발전 허가 용량 보전을 우선하며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대했고, 그 결과 폐지 시점과 준공 시점 간 최대 3년의 공백이 생겼다. 전력 수급의 불안과 함께 재정 손실 우려가 크다.
설비 효율성 또한 문제다. 일부 발전소의 누적 이용률이 1%대에 불과한데도 비슷한 규모의 대체시설을 신축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핵심 기자재인 가스터빈의 공급 차질로 건설비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발전사 간 과당 경쟁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정책의 부재가 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전환의 본질이 흐려진 점이다. 최근 5년간 발전 5사가 신규로 추진한 17건의 발전사업이 모두 LNG 설비였으며,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는 한 건도 없었다. 평균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은 5.6%에 그쳤고 일부는 3%에도 미달했다. 탈석탄을 외치며 LNG 중심 구조를 고착화한 셈이다.
LNG는 과도기적 연료로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기후위기 대응의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LNG 발전이 단기적으로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발전사들은 단기 수익성과 안정성에 치중하고, 정부는 방향 제시를 미루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조율이다. 발전사들의 개별 판단에 맡겨진 현 체계로는 에너지 효율, 탄소 감축, 산업 경쟁력 어느 것도 확보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심을 놓쳤다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방향 전환의 분수령이 돼야 한다. 석탄발전 대체사업과 LNG 중심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분절된 전환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리더십, 그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