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동이 지속가능한 미래 결정
기후 대응, 과학과 제도의 결합으로 이행 속도 높여야
[환경일보] 기후위기는 더 이상 다가올 재난이 아니다.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이미 1.5℃를 넘어선 지금, 우리는 문명의 기로에 서 있다. 유럽의 대홍수, 북미의 산불, 아시아의 폭염은 개별 국가의 재난이 아니라 지구 시스템이 보내는 경고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느리고, 각국의 정책은 선언에 머물러 있다. 기후위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시간은 이미 우리 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선언이 아닌 실천, 기술이 아닌 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최근 열린 ‘2025 국제기후포럼’에서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탄소중립을 향한 기술적 혁신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술만으로는 위기를 멈출 수 없다. 제도와 거버넌스, 산업 구조의 전환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전환은 현실이 된다. 에너지 시스템의 분산화, 재생에너지 확대,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은 어느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책의 연속성과 사회적 합의, 시민 참여가 결합될 때 지속가능한 해법이 나온다.
우리의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석탄과 LNG에 대한 높은 의존도, 전력요금 정상화 지연, 재생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기후정책의 발목을 잡는다. 그린산업 생태계 조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높지만, 중소기업의 전환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감축 목표만 제시하는 방식으로는 실질적 변화가 어렵다. 기술개발과 제도 개선, 재정투자가 병행돼야 산업 전반이 녹색 전환의 흐름에 안착할 수 있다.
기후 대응의 본질은 과학과 제도의 결합이다. 감이나 정치적 유불리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이 마련돼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산업 생태계와 인재 양성 체계도 구축돼야 한다. 특히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전략이 중요하다. 저탄소 기술과 녹색산업이 성장의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지원과 국제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
또한 기후 대응은 국가 단위의 경쟁이 아니라 연대의 과정이다. 한 나라의 온실가스 감축이 다른 나라의 무관심 속에 희석된다면, 인류의 총체적 생존은 보장될 수 없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기술이전, 기후금융, 공정한 전환기금 조성 등 실질적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진국은 책임 있는 감축과 지원을, 개도국은 투명한 이행과 정책 개혁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향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어느 한 나라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과 글로벌 감축 의무는 이미 산업과 무역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지금의 대응 속도와 정책 이행 수준으로는 2030 감축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기술만으론 부족하고, 제도만으론 늦다. 행동하지 않는 국가는 내일의 시장에서도 설 자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