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인천해양박물관, 11월 이달의 해양유물로 '강해산인승사록' 선정

친필 편지 함께 공개··· 표류라는 위기를 학문으로 승화한 인문유산

2025-11-04     박준영 기자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11월 이달의 해양유물로 최두찬의 '강해산인승사록과 친필 편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국립인천해양박물관

[환경일보] 국립인천해양박물관(관장 우동식)은 11월 ‘이달의 해양유물’로 조선의 선비 최두찬의 중국 강남 표류기인 ‘강해산인승사록’과 그의 친필 편지를 선정했다.

강해산인승사록은 1818년(순조 18) 4월, 최두찬이 제주에서 전라도로 향하던 중 풍랑을 만나 중국 절강성 연안에 표착해 북경을 거쳐 귀환하기까지 약 6개월간의 여정을 기록한 표류일기이자 기행문이다. 박물관이 소장한 이 책은 3권 1책의 필사본으로, 조선 후기 지식인이 낯선 문명을 체험하며 세계를 인식하고 스스로를 성찰한 인문유산으로 평가된다.

최두찬은 유학자로서의 절의와 학문적 자세를 지키며, 중국의 풍속과 제도, 생활문화를 세부적으로 기록해 동아시아 해양교류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했다. 또한 표류와 체류, 귀환의 여정을 따라 공포와 불안, 호기심과 교류의 기쁨, 성찰과 그리움에 이르는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최두찬은 1817년 5월, 장인 김인택이 제주 대정현 현감으로 부임하자 경북 경산(자인현)에서 제주로 함께 건너갔다. 함께 공개된 친필 편지는 제주에 도착한 직후인 6월 1일, 팔촌 형에게 보낸 것으로, 제주로의 이동 경로와 대정현의 재정 상황 등을 담고 있다.

우동식 관장은 “표류라는 위기를 학문적 기록으로 승화시킨 강해산인승사록은 조선 지식인의 세계 인식과 해양문화 교류의 깊이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라며 “같은 시기 또 다른 표류기인 『문순득 일기』를 주제로 한 테마 전시도 11월 11일부터 선보이는 만큼, 조선시대 표류인의 시선으로 바다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수도권 유일의 국립 해양박물관으로, 해양 역사와 문화의 보존과 확산을 위해 유물 수집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유물 기증을 희망하는 개인·기관·단체는 박물관 유물관리부 또는 누리집을 통해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