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톡톡] “국정자원 화재, 배터리 탓? 시스템 부실?”
[배터:Reader 시리즈] 권고 수명 넘긴 UPS, 비전문 이전 작업··· 총체적 부실 관리 드러
[환경일보] 지난 9월 26일 단 한 번의 화재가 국가 행정망을 멈춰 세웠다. 이른바 ‘국정자원 화재’이다.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행정안전부 산하) 5층 전산실에서 20시 15분경, 지하 이전을 앞두고 배터리 전원을 잠시 차단하는 과정에서 UPS(무정전 전원 장치)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했다. 불길은 22시간 만에 겨우 잡혔다.
화재로 대전 본원의 업무 시스템 647개가 중단된 최초 보고 이후 10월 20일 기준, 사건 후 한 달이 지난 현재, 복구율 60%를 달성해 우리의 삶이 조금이나마 정상화됐다. 지난 기간 동안 행정망을 비롯한 정부 시스템과 연계된 행정, 금융, 물류, 통신, 의료 등의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마비됨에 따라 민간 기업들의 업무 중단, 거래 지연이 속출했다. 또한 모바일 신분증, 정부24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서비스가 중단되자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됐다.
그러나 이 사고가 과연 배터리 자체의 잘못일까? 무엇이 문제였기에 이런 참사가 일어난 것일까? 본 기사를 통해 사건의 경위를 읽고, 대응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국가 마비시킨 배터리 화재, 재난이 시작된 경로 읽기
화재를 진압했다고 하나 현재도 경찰, 소방기관의 감식 간 확실한 원인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 현재 확실한 배터리 화재 원인을 찾기 쉽지 않은 데는 해당 화재가 산불이나 일반 화재에 비해 배터리 화재는 리튬금속의 높은 반응성에 따라 순식간에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행안부는 화재 원인이 된 UPS용 배터리가 2013년 8월, LG CNS로부터 국정자원에 납품된 것으로, 제조사가 권장한 사용 기간인 10년을 1년가량 넘겼다고 밝혔다.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란 무정전 전원 장치로, 정전과 같은 갑작스럽게 전력이 차단되는 상황에서, 전력망(Grid)과 발전기(Genset)가 복구되기까지 전력을 공급하는 비상용 배터리로 그 에너지는 건물 전체가 30분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권고 수명을 초과한 배터리를 그대로 사용한 사실만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나아가 UPS 이전 과정에서 작업 인력의 전문성 부족과 안전 규정 미준수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배터리 이전을 맡은 업체는 대전에 있는 직원이 6명 안팎에 이르는 소규모 통신설비업체로, 구성원 이외에도 비전문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된 작업 환경에서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배터리 이전 매뉴얼을 미숙지한 상태인 것과 더불어 UPS에 충격이 가해졌을 가능성 등 사태의 근본 원인이 총체적 관리 부실에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배터리의 충전 상태를 뜻하는 SoC(State of Charge)다. 배터리 이전 간 설명서에 따르면 배터리를 해체하고 이전하기 위해서는 SoC(충전 상태)를 20~30%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화재가 난 이유는 높은 SoC(충전 상태)로 유지된 배터리가 과충전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발화원의 유기 전해질이 분해되며 폭발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했을 가능성이 높다.
재난 피할 배터리, 재난 막을 방패로
이번 사고의 원인이 배터리 자체에 덜 취중돼 있다고 분석할 수 있지만, 기술이란 사고로부터 끊임없이 발전을 꾀한다. 2022년 ‘성남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또한 파우치형 삼원계 배터리로부터 화재가 시작된 사실로, 안전한 배터리의 실현을 고민해 볼 수 있다. 핵심적으로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름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각형·LFP 배터리’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LFP(리튬인산철)는 인산철(PO4) 구조의 안정성 덕분에 350℃ 이상의 고온에서도 폭발하지 않고 안정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LFP라고 해서 완벽하게 안전한 것은 아니므로 앞서 언급한 높은 SoC로 장시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아가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LFP가 가지는 낮은 용량을 극복하기 위한 후속연구 또한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폼펙터(Form Factor) 중 ‘각형’은 파우치, 원통형에 비해 포장하는 케이스가 두꺼운 금속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부터 외부 충격에 약한 파우치형 배터리와 달리 배터리를 보호하기 때문에 손상 위험이 적다는 점과 더불어 내부 온도 상승 시 열을 배출하는 벤트, 위험시 회로를 끊어주는 퓨즈 등 장치를 추가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각형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배터리 3사’ 또한 현재 각형 배터리 연구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나아가 규제 미준수 데이터센터를 더 엄격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서버와 배터리 사이 간격을 90cm 이상으로 두고 불연성 차단벽 설치를 요구한다. 대전 본원 전산실의 서버와 배터리 간격이 60cm에 불과해 화재 확산의 물리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데이터센터의 배터리 안전 규제를 더 확실하게 하거나 점검을 통해 규정을 지키지 않는 시설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원인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추후 동일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원인 규명은 재발 방지를 위한 출발점이지, 책임 전가의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 더불어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만한 사건이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비록 이번 사고의 완전한 복구 시점과 현재의 불편함이 언제 해소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시설의 점검과 규제 강화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안전성을 중심에 두되, 경제성과 성능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배터리 전환이 추진돼야 한다. 이번 사고가 배터리 산업 전반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으로 번지지 않길 바란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류호용 fbhet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