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AI 기반 매개모기 감시기술 수행
인천대 매개체감염병연구소, 기후위기 시대 과학방역 전환 모기 매개 감염병, 매년 54조원 사회적 비용 초래 딥러닝 자동 분석 시스템, 감염병 조기 경보 체계 전환 이끌어
[환경일보]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 폭우, 도시화 등은 모기 등 매개곤충의 서식 환경과 활동 시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로 인한 모기 서식지 확장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전 지구 인구의 약 70%가 이미 기후 관련 감염병 위험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모기 매개 감염병(말라리아·뎅기열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매년 약 400억 달러(한화 약 54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방역 및 감염병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그린기후기금(GCF)의 건강 적응 지원 예산은 2021년 1억8000만 달러에서 2023년 4억2000만 달러로 약 2.3배 증가했으며, 우리 정부도 2025년 보건·감염병 R&D 예산을 전년 대비 14.9% 증액(2조1400억원 규모)해 기후·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매개체 감시와 과학적 방역 체계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방역 비용과 연구 투자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에는 AI 기반의 신속·정확한 매개모기 감시 장비와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 과학적 방제의 핵심 인프라가 된다. 정확한 데이터 수집과 실시간 분석을 통해 예측 가능한 방역이 가능해질 때, 기후위기 시대의 감염병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인천대학교 매개체감염병연구소(구 매개곤충자원융복합연구센터, 2020년 교육부 선정 대학중점연구소)는 2017년부터 인공지능(AI)과 딥러닝을 활용한 매개모기 자동 식별 연구를 세계 최초로 수행해 왔다. 그 결과는 2020년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세계적 저명 학술지 ‘Nature’ 자매지)에 게재된 ‘Classification and Morphological Analysis of Vector Mosquitoes using Deep Convolutional Neural Networks(Park et al.)’ 논문을 통해 세계 최초로 공식 발표됐다.
해당 연구는 AI를 이용해 모기의 형태를 자동 인식·분류한 세계 최초의 학술 논문으로, 국내 주요 매개모기 5종에 대해 97% 이상의 분류 정확도를 달성했다. 논문에 제시된 딥러닝 신경망 구조(Feature Extractor–Classifier)가 실제 모기 이미지를 입력받아, 시각화 과정을 통해 형태학적 특징을 학습하고 전문가 수준으로 종을 구별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이 구조와 시각화 방식은 이후 해외 일부 기업이 유사하게 인용하거나 시각 개념을 차용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본 연구가 AI 매개체 감시 분야의 원천 기술이자 국제 표준 모델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성과를 기반으로 개발된 ‘AI-IoT 이동·휴대형 매개체 감시 장비(VectorScan)’와 ‘분석 플랫폼(VectorSight)’은 현장에서 곤충 영상 및 환경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종을 식별하고 이상 징후를 도출한다. 이 플랫폼은 시간·지역·종별 추세를 시각화해 방제 현장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는다.
또한, 고정식·수작업 중심의 기존 감시 체계를 보완해 민원 지역이나 감염병 고위험 예측 구역에 단기 집중 모니터링과 장비 신속 재배치를 가능하게 한다. 공항·항만의 외래종 조기 탐지, 도시·농가·공원 등 생활권 해충 급증 감시, 축산농가의 환경 연동 감시, 식품 제조시설의 위생 사전 경보, 재난 이후 지역 보건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현재 이 시스템은 인천대학교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설립된 인센소리㈜(Insensory Inc.)가 실증 및 상용화를 주관하고 있으며,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잠비아대학교, 동남아 주요 국가, 미국과 유럽 등과 협력해 현장 적용성을 검증하고 현재 실증 적용을 준비 중이다.
AI 기반 매개체 감시 기술은 단순한 연구 성과가 아니라, 기후·기상 데이터와 결합해 감염병의 조기 경보 및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과학방역의 핵심 인프라다. 이러한 세계 최초 기술이 국가 방역정책의 중심에 반영될 때, 한국은 기후위기 시대의 감염병 대응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방역국가로 도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