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위기국가 1위 수단, 국제사회가 마지막 안전망을 열어야 할 때'
국제구조위원회, 엘파셔 봉쇄 속 민간인 대규모 고립·실종 위기 경고
[환경일보] 세계적 인도주의 기구인 국제구조위원회(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한국 대표 이은영)는 수단 서부 북다르푸르 주도 엘파셔에서 민간인 대규모 실종 사태와 인도적 대응 체계 붕괴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국제사회에 민간인의 안전한 탈출 통로 보장과 즉각적인 인도적 개입을 촉구했다.
국제구조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내전이 격화된 엘파셔를 탈출해 인근 타윌라에 도착한 피난민은 5000명 미만으로 추산된다. 반면, 엘파셔에 잔류한 민간인은 20만 명 이상으로 생사와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주요 이동 경로는 완전히 봉쇄된 상태다. 탈출한 생존자들은 곳곳에서 시신과 부상자를 목격했다고 증언했으며, 특히 남성과 소년이 즉결 처형, 자의적 구금, 폭력 위협에 가장 크게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피해도 심각하다. 유엔여성기구를 비롯한 국제 인도주의 기관은 엘파셔와 북다르푸르 전역에서 여성과 소녀들이 굶주림, 젠더 기반 폭력, 폭격 등에 동시에 노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 체계가 붕괴되면서 임산부가 거리에서 출산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으며, 식량이나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젠더 기반 폭력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엘파셔 일부 지역은 최근 기근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분석되며, 심각한 영양 부족으로 인해 영유아 급성 영양실조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타윌라에 보호자 없이 도착한 어린이는 최소 170명으로, 상당수가 이름이나 출신지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 나이로 확인됐다.
국제구조위원회는 현재 타윌라에서 5개 1차 의료시설을 운영 중이며, 이동 의료·영양팀을 통해 새로 유입된 피난민을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지 인도주의 기구와 협력해 식수 공급, 위생시설 운영, 응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 엘파셔 내 움 잘바크에 3개의 이동 의료팀을 추가로 파견했다. 코르마 지역으로의 서비스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 경로가 봉쇄된 상태에서 계속되는 교전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이 여전히 심각한 생존 위협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국제구조위원회는 국제사회에 ▷민간인의 안전한 탈출 경로 보장 ▷인도주의 활동가의 안전 확보 ▷피난민 지원 확대를 위한 국제사회의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국제구조위원회 총재는 “타윌라에 이처럼 적은 수의 피난민만 도착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경고 신호”라며 “민간인의 안전한 대피 경로는 반드시 보장돼야 하며, 인도적 지원도 즉각 확대돼야 한다. 국제사회는 다르푸르의 비극을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은영 국제구조위원회 한국 대표는 “2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실종 민간인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생명”이라며 “세계 위기국가 1위로 꼽힌 수단에서 더 큰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 국제사회가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국제구조위원회는 ‘2025 세계 위기국가 보고서’에서 수단을 2년 연속 세계 위기국가 1위로 선정했으며, ‘무관심의 대가: 수단 전쟁 2년’ 보고서를 통해 2023년 4월 이후 1200만 명 이상이 강제 이주를 겪었고, 이는 21세기 가장 빠른 강제 이주 위기로 분석했다. 현재 수단 인구의 64%인 약 3040만 명이 긴급한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으로, 유례없는 인도적 재난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