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변호사 “주민 피해 실질적이고 충분한 보상 이뤄져야”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 연재를 시작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이지혜 변호사 leejh@jipyong.com
이지혜 변호사 leejh@jipyong.com

[환경일보] 군용비행장, 군사격장 등은 군사 전력 유지와 국토방위 차원에서 필수적인 시설이다. 하지만 해당 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굉음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물론 정신적 피해에 따른 생존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기관은 그 설치가 공개된 시점부터 각 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로부터 각종 민원, 소송, 환경분쟁 조정 신청의 제기를 받게 됩니다.

최근 경기도의 한 공군 사격장에서 이뤄진 전투기 훈련으로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소음 피해를 호소한 인근 주민이 공군을 상대로 사격훈련 횟수·시간·훈련기간을 조정해야 하며, 소음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한 것입니다(중앙환조 17-2-6).

피신청인인 공군본부는 군사적 대립이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 각종 전투기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소음을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 수인한도를 넘는 소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신청인이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반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위 사안에서 신청인과 피신청인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조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습니다. 당시 분쟁지역에서의 항공기 소음도가 법원에서 인용하는 수인한도(80WECPNL) 이내인 점, 군용비행기 소음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법원 판단에 따라 배상해야 하고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을 통해 손해배상을 실시했던 사례가 없는 점이 양자 간 합의를 어렵게 한 주된 장애요인이었습니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까지 군용비행기 소음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 결정돼 왔습니다. 대법원은 비행장 주변지역의 항공기 소음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지역 주민의 수인한도를 판단함에 있어서 수원·대구·광주 등 대도시지역에서는 85WECPNL(소음영향도, 이하 “WECPNL”), 기타 도시지역에서는 80WECPNL를 판단 기준의 하나로 삼았습니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다23914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7다74560 판결).

한편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공항소음방지법)은 소음영향도별로 소음대책지역을 구별하고(제1종 구역은 95WECPNL 이상, 제2종 구역은 90WECPNL 이상 95 WECPNL 미만, 제3종 구역은 75WECPNL 이상 90WECPNL 미만) 각 구역에 따른 보상 방법을 달리 규정하고 있는데, 법원은 군용비행기 소음에 관해서도 공항소음방지법의 규정을 적용해 판단해왔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군용비행장과 군사격장 운용으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군소음보상법)이 직접 적용되고, 지역 주민의 소송 제기가 보상을 받기 위한 필수조건이 아니게 될 예정입니다. 2019년 11월26일 제정된 군소음보상법이 2020년 11월27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군소음보상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국방부장관은 중앙소음대책심의워원회 심의를 거쳐 소음영향도를 기준으로 제1종, 제2종, 제3종 구역으로 나눈 소음대책지역을 지정해 고시합니다(제5조). ▷국방부장관은 소음대책지역에 대하여 5년마다 소음 방지 및 소음피해 보상 등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합니다(제7조). ▷국방부장관은 소음대책지역의 소음으로 인한 영향을 저감하기 위해 군용항공기의 이륙‧착륙 절차의 개선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고(제11조) ▷국방부장관은 군용항공기의 야간 비행을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제12조). ▷국방부장관은 소음대책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소음피해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제13조) ▷보상금을 지급받고자 하는 자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도 관할관청에 증빙서류를 첨부해 보상금 지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14조). ▷보상금 지급 신청에 대해 지역소음대책심의위원회는 보상금 지급 여부, 보상금액 등을 결정할 수 있고, 그 결과 통보를 받은 신청인이 만족하지 않는 경우 이의제기를 할 기회가 부여됩니다. ▷보상금 지급 결정에 대해 신청인이 동의한 경우, 소음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봅니다(제18조). 이밖에 군소음보상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하위 법령에 따라 세부적으로 정해질 예정입니다.

군소음보상법이 실행됨에 따라 군사시설 주변 지역에 거주하며 소음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보다 간이한 절차로 보상금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다만 하위 법령을 통해 구체적인 운영 절차가 정해짐에 따라 주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실질적이고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또 보상금 지급 여부 혹은 금액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경우 궁극적으로 법원의 재판을 받아야 할 여지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측면에서, 주민들의 불만이 군소음보상법 시행만으로 즉각 전부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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