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사소한 생활의 불편, 법적 시각에서 충분히 환경문제로 다뤄져”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 연재를 시작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자연환경뿐 아니라 생활환경도 환경법 포함

김지수 변호사 jskim@jipyong.com
김지수 변호사 jskim@jipyong.com

[환경일보] “집 앞에 새로 생긴 가게 간판 불빛이 너무 밝아서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습니다. 제가 예민한 건가요? 그쪽에서는 장사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데, 저는 그냥 참거나 이사 가는 것 외에는 답이 없나요?”

야간 조명으로 인한 불편도 우리 법상 ‘환경피해’에 속할 수 있습니다. 법에 따르면 ‘환경’에는 자연환경뿐 아니라 생활환경도 포함되고, 인공조명은 우리 일상과 관계된 것으로, 생활환경을 구성하는 요소입니다(환경정책기본법 제3조 제1호, 제3호). 이에 따라 우리 법은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로 건강상‧재산상‧정신상의 피해’를 환경피해의 여러 유형 중 하나로 정하고 있습니다(환경분쟁 조정법 제2조 제1호).

따라서 만일 조명이 ‘참을 한도’(수인한도)를 넘어 지나치게 밝다면 개인의 예민함이나 이웃 간 양해의 범위를 넘어선 환경피해로 인정돼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회통념상 참을 수 있는 피해인지 여부에 관한 기준’(수인한도의 기준)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 사건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하는데(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8다57975 판결 등 참조), 관련 법령의 규제는 ‘최소한도의 기준’이므로 규제에 위반한 경우 참을 한도를 넘은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대법원 2004. 9. 13. 선고 2004다24212 판결 등 참조).

실제로 서울특별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018년 모 편의점 본사를 대상으로 편의점 간판에 의한 빛공해로 인한 인근 주민의 정신적 피해와 암막 블라인드 설치비용을 배상하도록 결정한 바 있습니다(서울환조 18-3-10).

위 사건에서 편의점 본사 측은 “다른 편의점에서도 유사한 밝기·크기의 간판 조명을 설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주민 집안 창문에서 측정해 본 결과, 간판이 내뿜는 빛의 세기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빛방사 허용기준’을 다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위원회는 편의점 간판으로 인한 빛공해가 ‘참을 한도’를 넘어 피해자 주민에게 정신적 피해를 줬다고 인정했고, 유사사건을 참조해 정신적 피해배상액을 인당 40만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이처럼 일견 사소해 보이는 생활상의 불편함도 법적 시각에서는 충분히 환경문제로 다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 법이 환경피해를 인정하는 기준은 ‘사회통념상 참을 수 있는 피해인지 여부’(수인한도)임을 기억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