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훈 변호사 “기업 의지에 좌우될 CGO 성패, 그린워싱에 그치지 않기를”

환경일보와 법무법인(유)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 연재를 시작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송경훈 변호사 khsong@jipyong.com
송경훈 변호사 khsong@jipyong.com

[환경일보] 국내 모 대기업이 최근 CGO를 선임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CGO(Chief Green Officer)는 최고환경책임자 또는 최고녹색책임자를 의미한다. CECO(Chief Environmental Commitment Officer)로 불리기도 한다. CGO나 CECO 모두 다소 생경한 용어일 수 있지만, 환경이슈가 기업 생존을 좌우할 수 있음을 먼저 깨달은 국가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부상했던 직책이다.

근래 기후위기의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과 감축 노력이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기업에서도 친환경 경영이 필수요소가 되면서 기업의 환경정책을 결정하는 이 직책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이 CGO를 선임했다는 것은 따로 팀을 꾸려 임원급에서 기업의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간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를 의미하는 CR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나 지속가능성을 포함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전반에 관한 책임자(Chief Officer of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를 선임하는 해외 기업은 많았다. 유명 대학마다 CRO를 위한 MBA 과정을 만들었고, CRO의 선임이 기업 경영지표 개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다수 연구·분석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CRO가 최고위험관리책임자(Chief Risk Officer)를 지칭하는 용어로만 사용되는 데 그쳤다.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을 내세우며 CRO를 선임한 국내 기업도 일부 있었지만, 안착시킨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CRO의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바로 역할 범위와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건드릴 수는 있지만, 어떤 것도 끝내기 어려운 자리라는 평이 많다. 기업 내 다른 최고책임자들(CEO, CFO, CMO 등)과의 관계 설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나마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기업은 CRO에 폭넓은 권한과 재량을 부여한 곳들이었다.

다시 화두로 떠오른 CGO 역시 CRO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CSR 전반이 아니라 환경문제로만 그 역할이 특정되므로, 그 운영방법에 따라 결과는 충분히 다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위계나 권한 문제는 전적으로 기업 의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의지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와 투자자가 될 것이다. CGO가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환경주의)을 위한 또 다른 수단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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