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에 급급해 자체기술 개발 소홀로 경쟁력 약화
기술 개발해도 지지체 협조 없이는 시범사업조차 힘들어

제8차 폐자원에너지정책·기술포럼이 '폐자원에너지 기술과 산업 현황'을 주제로 14일 진행됐다. /사진=최용구 기자
제8차 폐자원에너지정책·기술포럼이 '폐자원에너지 기술과 산업 현황'을 주제로 14일 진행됐다. /사진=최용구 기자

[더플라자호텔=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순환경제가 원활히 돌아가려면 결국 폐기물로부터의 에너지 회수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우리 기술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를 포함해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폐자원에너지정책·기술포럼’ 8번째 자리의 화두는 ‘기술경쟁력의 현주소’였다. 

안 풀리던 폐기물 문제에는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일회용품 배출이 급증해 처리할 양은 갈수록 많아지지만 수용시설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주민 동의라는 전제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처리단가는 상승하고 이를 악용한 업자들의 편법과 불법이 시장에서 판을 친다. ‘방치 및 불법폐기물’로 집계된 양은 지난 2019년 기준 무려 120만3000톤(환경부 자료)에 이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폐기물에너지 회수 시장이 속히 자리 잡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다만 기술이 있어야 하고 사회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제대로 된 소각로 하나조차 자체 기술로 만들 수 없는 국내 실정을 감안하면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5월14일 열린 8차 포럼에서 학계와 업계 및 정책 당국은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포럼 위원장인 서용칠 연세대학교 교수는 “쓰레기 처리에 급급해 외국기술을 도입해 오기 바빴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국형 소각로 하나쯤은 필요하다”며 “강점을 살린 우리만의 시설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문제를 상기시켰다. 후발주자에서 ‘퍼스트 무버’가 될 기회가 아직 있다는 의미다.  

박영수 고등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폐자원으로부터 에너지를 회수하는 기능이 강조되는 만큼 얼마나 고효율로 에너지를 뽑아내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가 과제”라면서 “IoT(사물인터넷)나 AI(인공지능) 등 정보기술과의 연계가 이미 시장에는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의 JFE Engineering, MHIEC, Kawasaki, EBARA 등 주요 기업들은 폐기물 처리과정에서 첨단 기술을 활발히 사용 중이다.

소각로의 발열량이나 증기 발생량을 인공지능으로 예측하고, 음성인식을 활용해 운전에 필요한 최적 정보를 제공한다. 화염의 색깔과 크기 및 형태 등을 분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에너지회수를 위해 우리만의 기술적 해법을 찾자는 데는 공감하는 모습이다.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 관계자는 “폐기물 열분해(산소가 차단된 조건에서 유기물질을 열적으로 분해하는 반응) 분야를 활성화 할 방안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면서 “열분해를 거쳐 나온 열분해유가 화학적인 원료로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폐기물로부터 에너지회수를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데는 정책 당국과 학계, 산업계가 공감하는 모습이다. 다만 같은 위기 의식까지 공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환경일보DB
폐기물로부터 에너지회수를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데는 정책 당국과 학계, 산업계가 공감하는 모습이다. 다만 같은 위기 의식까지 공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환경일보DB

하지만 기술을 개발할 연구기관과 사업을 통해 활성화시키는 업계, 정책 당국이 같은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소각로 사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진행해 온 연구가 검증 단계에 와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업에서 수백억 정도의 자금을 투자해 검증을 위한 테스트용 소각로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보급 자체가 여의치 않은 현실에 대한 불안도 존재한다. 업계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기술을 토대로 소각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환경부는 지자체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넘기고, 지자체를 만나 보면 왜 우리 지역이냐고 회피하는 모습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어 “개발된 기술을 가지고 적정 규모의 시범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적 보완점을 찾기 위한 이번 만남에선 “순환경제를 위해 우리가 만든 폐기물에너지 회수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잘만 하면 국가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문제는 변화할 수 있을지 여부다. 포럼에 따르면 오는 6월과 7월에도 이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