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변호사 “보전비용 심의 과정에서는 독일 선례 참고 될 듯”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 연재를 시작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김지수 변호사 jskim@jipyong.com
김지수 변호사 jskim@jipyong.com

[환경일보]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른 원전의 단계적 감축 과정에서 사업자가 입은 손실을 전력산업기반기금(이하 '전력기금')으로 보전해 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전력기금이란 전기사용자가 전기요금과 함께 납부하는 부담금 등으로 조성되어 신재생에너지발전, 도서·벽지 전력공급, 발전소 및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지원사업 등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기금입니다(전기사업법 제49조).

위 법의 위임을 받은 시행령 제34조는 전력기금의 사용처를 추가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원자력발전의 감축을 위하여 발전사업 및 원전개발사업을 중단한 자에 대한 지원사업'(제8호)을 신설한 일부개정안이 2021. 6. 1.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2021. 12. 9.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2017. 10. 24. 에너지전환 로드맵 수립 당시 "원전의 단계적 감축 과정에서 사업자가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한 비용은 정부가 기금 등 여유재원을 활용하여 보전한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입법이 제20대 국회의 회기 종료로 좌절되고, 제21대 국회에서도 지지부진하자, 우선 법률이 아닌 시행령을 통한 비용보전을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조만간 하위규정(고시)를 마련하여 비용보전 절차 등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먼저 사업자가 산업부에 비용보전을 신청하면, 산업부 산하에 신설될 비용보전심의위원회(가칭)에서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한 비용인지' 여부를 검토하여 구체적인 비용보전 규모를 결정하고, 이후 국회 예산심의를 거쳐 전력기금 여유재원내에서 최종 지원규모가 확정되는 순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용보전심의위원회의 검토 과정에서는 독일의 선례가 중요한 참고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은 1998년 탈원전을 선언한 후 2002년 모든 원전의 가동기간을 32년으로 제한하고 각 원전별 잔여발전량을 정하였습니다(제1차 원전폐쇄).

그러다 2010년 탈원전 보류를 결정하고 제11차 원자력법 개정으로 원전 가동기간을 8~14년 연장하고 각 원전별 추가발전량을 새로 정하였습니다. 그러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독일은 같은 해 다시 탈원전을 선언하고 제13차 원자력법 개정을 통하여 원전의 조기폐쇄를 결정하였습니다(제2차 원전폐쇄). 그러자 독일 원전사업자들은 제2차 원전폐쇄로 재산권을 침해당하였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16년, 원전의 조기폐쇄 자체는 공익 실현을 위한 입법재량 행사로서 합헌적이나, 원전 사용가능성 제한(잔여발전량 부분 한정), 투자비용의 회수 불가능(추가발전량 부분 한정)이라는 측면에서 원전사업자의 재산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BvR 2821/11).

이후 독일은 2018년 제16차 원자력법 개정으로 보상규정을 신설하였으나, 이후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위 법률의 발효(發效)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BvR 1550/19). 결국 독일 정부는 올해 초 원전사업자들에게 합계 약 24억 유로(약 3조 300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원전사업자들이 제기한 모든 소송 등을 취하하는 것으로 합의하였습니다.

위 금액에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잔여발전량에 대한 보상과 회수 불가능해진 투자비용 등에 대한 보상이 반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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